남북한이 지난달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민간 교류협력 분야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은 지난달 25일 열린 고위급 접촉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협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표 내용입니다.
[녹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북측은 한국 민간단체들의 교류협력 제의에 대해 다음달 10일 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를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개천절 민족 공동행사 남측 준비위원회에 전통문을 보내 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로 여력이 없어 공동행사를 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측 준비위원회는 다음달 3일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방북단을 평양에서 열리는 개천절 기념행사에 보내고 같은 시각 서울에서도 기념행사를 여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남측 준비위는 남측 인사들의 방북이 어려우면 북측 인사들이 서울을 대신 방문하는 방식으로 공동행사를 열자고 제의했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개천절 행사는 평양과 서울에서 각각 개최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남북은 지난 2002년과 2003년, 2005년에 개천절 공동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남측 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해 공동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북한은 또 남북 축구교류 제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8일 평양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EAFF)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리용남 북한축구협회장을 만나 남북 축구교류 문제를 논의했지만 북측은 앞으로 얘기하자며 즉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21일 기자회견 내용입니다.
[녹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내년에 파푸아뉴기니에서 여자월드컵이 있고 후년에 한국에서 20세 남자월드컵이 있기 때문에 합동훈련과 협의가 좋지 않겠느냐고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이거나 진행되는 남북 축구교류 행사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경우 국가적 행사에 모든 인력을 동원하는 만큼 다음달 10일 당 창건기념일까지 북측 실무자들이 행사 준비에 매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일부 사업에 한해서는 방북을 승인하는 움직임도 있어 선별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