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혐의로 구속된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보석 신청을 허가했습니다. 법원은 안 씨가 북한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미 법원이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보석 신청을 허가했습니다.
미 LA 연방지방법원의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혐의로 체포된 뒤 스페인 송환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안 씨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보석금 100만 달러와 함께,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시 안 씨의 지인 3명을 형사기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가 처한 특수 상황과 지역사회에의 위험 등을 판단했을 때 보석을 허가해도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씨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대해선 ‘북한의 위협’을 꼽았습니다.
보석 재심 신청 당시에도 안 씨의 변호인 측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언급했지만 검찰 측은 “증거가 없다”며 이를 반박했었습니다.
하지만, 로젠블루스 판사는 이번에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며 “FBI가 북한이 안 씨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안 씨는 북한 정권의 명백한 살해 표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또, 대사관 습격 당시 자행된 폭력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이런 주장은 대사관 내 북한인들 외에는 없었다”며 “특히 상해를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이나 의료 기록, 북한인 외 다른 인물들의 증언 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가 지역사회에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보석 허가의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40세 가까운 안 씨가 그동안 어떠한 범죄도 저지른 기록이 없으며, 6년 동안 미 해병대에서 근무한 뒤 명예롭게 제대했다는 겁니다.
체포 당시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봤을 때 위험하다는 검찰 측 주장도 일축했습니다.
권총 소지 면허가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FBI로부터 북한의 위협이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권총을 소지했을 뿐, 이 것이 위험의 신호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도주 우려에 대해서는 법원도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 씨가 그동안 스페인으로 송환될 경우 북한 정권으로부터 살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 만큼,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송환되지 않기 위해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법원은 안 씨가 앞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거나 가석방 규정을 어길 경우 그와 가까운 관계자를 체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여 보석을 허가했습니다.
안 씨의 변호인인 임나은 변호사는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선 구치소 안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반박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피의자들이 수감되는 구치소는 단 한 곳인데, 이 곳에서는 피의자들이 각종 흉기로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안 씨의 목숨을 노리는 북한 요인이 범죄를 가장해 들어올 가능성이 항상 존재해 왔다는 겁니다.
임 변호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녹취: 임나은 변호사] “To Protect him, we are going to ask that the court, put all the addresses under seal where he may be staying so that the public won't be able to know exactly where he's living, of course, the court will be able to know and the United States government will be able to know.”
안 씨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안 씨가 거주할 장소가 공개되지 않도록 법원에 요청하겠다는 것입니다.
한편 미 연방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VOA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보석 요청이 허가됐어도 안 씨가 바로 풀려나는 것은 아니며, 조만간 석방 절차를 논의하는 공판을 거쳐야 합니다.
또한 스페인으로의 송환 여부 결정도 남아있어 안 씨는 법원에 지속적으로 출석해야 합니다.
앞서 안 씨는 지난 4월과 6월에도 각각 보석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었습니다.
VOA 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