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영국 외교관의 아내로 2년 동안 거주했던 린지 밀러 씨가 다음 달 자신의 북한 경험을 담은 책을 출간합니다. 밀러 씨는 VOA에, 고립과 폐쇄 속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며, 북한 주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영국인 린지 밀러 씨는 지난 2017년부터 2년 동안 외교관인 남편과 평양에 살았습니다.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곳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실제로 본 북한은 세계 어떤 나라와도 비교하기 힘들었습니다.
린지 밀러 씨 / 북한 주재 전 영국 외교관 아내
“외국인으로 북한에 산다는 것은 늘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어요. 영국에서는 언제든 어디로든 아무 제약 없이 제 의지대로 움직이고 돌아다닐 수 있었죠. 공원에만 가더라도 거기에 꼭 누군가가 있었어요.”
밀러 씨는 이런 생소한 경험과 북한에서 찍은 200여 점의 사진, 북한 생활 관련 수필을 담아 ‘북한: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이란 제목의 책을 다음 달 출간합니다.
북한 정권이 외부에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아닌 외국인인 자신이 실제로 보고 느낀 북한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밀러 씨는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 때문에 북한인들과 매우 제한된 교류를 했지만, 그들의 마음을 일부 읽을 수 있었다며 북한 여성들을 예로 들었습니다.
린지 밀러 씨/ 북한 주재 전 영국 외교관 아내
“흥미롭게도 제가 만난 평양의 젊은 여성들은 전통적인 남존여비 사상에 답답하다고 했어요. 출산하고 가정을 갖는 대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어 했어요.”
또 군복을 입고 잔뜩 긴장한 채 이동하는 군인들이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을 촬영하면서 그들도 바깥세상을 궁금해하고, 더 알고 싶어 하는 다른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밀러 씨는 북한의 통제와 열악한 인도적 상황 등 북한 사회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믿음과 신의를 바탕으로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에 산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와 장기간의 국경 봉쇄는 북한 주민들에게 재앙과 같을 것이라며, 국경이 굳게 닫혀 있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