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재난 줄이기 위한 종합 방재대책 필요"

  • 최원기

지난 29일 북한 평양시 순안 지구에서 15호 태풍 볼라벤으로 쓰러진 나무들을 치우는 주민들.

북한은 제 15호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농경지가 침수되고 가옥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태풍과 같은 기상 재해를 줄이려면 재난방송을 포함한 종합적인 방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28일 북한을 통과하면서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원산 시에서는 어제15시부터 초당18미터의 강한 바람이 불고 해일이 일어 많은 배들이 파손되거나 침몰됐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태풍에 대한 남북한의 재난 대처 방식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북한에는 ‘재난방송’이 없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방송국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시시각각 태풍의 진로와 재난 대처 요령을 알려줍니다. 한국 기상청 차은정 박사의 말입니다.

[녹취: 차은정 박사] “예보를 담당하는 것은 기상청의 일이지만 국민들에게 이를 전달하는 것은 방송국의 몫입니다. 매시간마다 저희가 예보를 하면 많은 방송국이 국민들에게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데, 이번에도 전달이 잘 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태풍에 대해 보도는 하지만 관련 내용을 시시각각 자세히 전하는 재난방송을 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방송은 특히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최고 지도자의 동향을 우선적으로 다룹니다. 29일 `조선중앙방송’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날 북한 방송은 30분간 보도를 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동정과 청년절 경축 사진전람회 소식 등을 주요 뉴스로 다루다가 맨 마지막 3분을 태풍 소식에 할애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에 살다가 2009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권효진 씨는 주민들의 안위보다 최고 지도자의 동정이 우선시되는 곳이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권효진] “북한에서는 방송을 일주일 동안 편성해서 고정불변하게 방송을 하고 태풍이나 일기예보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여기 와서 보니까 너무 차이가 나서 안타깝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태풍이 접근하면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합니다. 미국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녹취: 바락 오바마 대통령] “I WANNA EMCOURAGE…”

오바마 대통령은 태풍 아이작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태풍이 지나가는 멕시코만 일대 주민들에게 당국이 대피 지시를 내릴 경우 잘 따라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최고 지도자가 태풍을 비롯한 자연재해에 대해 언급하거나 주의를 당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태풍을 비롯한 자연재해 피해에 대한 대응과 복구에도 큰 차이가 납니다.

한국에서는 태풍이나 홍수가 발생하면 중앙정부에 재난안전 대책본부가 설치돼 재해 예방과 상황 파악, 그리고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의 재난 대책은 형식적일 뿐이라고 탈북자 권효진 씨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권효진] “큰 재난이 오면 형식적으로 비상설 기구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 안하고, 사상동원, 조직동원 이러니, 연료와 자재가 보장 안되고, 그럼 자력갱생 해라 하니, 주민들이 잔등에 지게를 들고 나가는 겁니다. 그러니 정권으로서 제 구실을 못하는 거죠.”

북한은 지난 1995년 ‘100년만의 대홍수’ 이래 거의 매년 가뭄과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를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이런 재해를 막으려면 재난방송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