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반군 협정 후 평화 정착 급물살

지난 15일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악수하는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무라드 에브라힘 모로이슬람해방전선 지도자.

필리핀 정부가 남부 이슬람 반군 세력과의 평화 협정 체결로 지난 40년간의 반목을 청산하는 시금석을 마련했습니다. 반군 측은 그러나 아직 도전 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필리핀 정부와 남부 이슬람 세력의 평화 협상이 2주 전 전격 체결됐습니다.

그 뒤 반군 조직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측이 사상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조직의 지도자인 무라드 에브라힘은 이번 협정은 남부 민다나오섬 이슬람 조직 대부분이 참여해 다듬어낸 최고의 정치적 해결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협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무라드 에브라힘 MILF 지도자] “Please be reminded that this task ahead is bigger and more…”

협정을 실제 적용하는 과정은 보다 복잡하고 방대하며 매우 정교한 것들이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면서, 현재 협정문의 내용을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정부와 반군 양측은 지난 40년간 분쟁을 계속하면서 무려 17만명의 희생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결국 남부 지역에 이슬람 자치구역인 방사모르 주를 설치하기로 합의함으로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방사모르 주는 전체 국토의 약 10%에 달하는 거대 이슬람 자치구역으로 과세권 등 상당수준의 자치권이 인정됩니다.

방사모르에는 남부 지역 5개주와 2개 도시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은 이를 위해 우선 과도위원회를 설치하고 예비협정의 세부 내용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2년 뒤 방사모로 주를 공식 신설하겠다는 목표로 관련법 제정작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방사모르 주가 신설되더라도 해당지역의 국방과 안보, 외교, 통화정책은 여전히 필리핀 정부가 관장하게 됩니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평화 협정 체결을 계기로 민다나오섬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아시아는 물론 유럽기업들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필리핀 남부지역에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단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공항이나 호텔 등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 공사가 필요한 것도 선진국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 민다나오 섬을 곡창지대로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민다나오 섬에는 이밖에도 3천120억 달러로 추정되는 막대한 양의 광물 자원까지 매장돼 있습니다.

모로이슬람해방전선 측도 1만2천명의 병력을 단계적으로 무장해제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치구역 신설과 관련해 필리핀 정부에 헌법 개정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아키노 정부는 헌법 개정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어쩌면 협정의 마지막 남은 걸림돌이 될지 모를 일입니다.

협상 과정에 모로이슬람해방전선 측 대표로 참여한 미카엘 마스투라 변호사입니다.

[녹취: 미카엘 마스투라 협상 대표 변호사] “If and when these annexes and all the documents cannot…”

협정문의 조항들이 현행 헌법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결국 협상을 다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두 협상팀은 11월 둘째주 구체적인 실무방안들을 협의하기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나아가 최종 협정은 의회 비준과 국민투표를 거쳐 아키노 대통령의 6년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중반 이전에 공식 발효될 예정입니다.

VOA 뉴스 천일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