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역경 딛고 미국 첫 흑인 재선 대통령

20일 백악관에서 존 로버트 미국 대법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공개 취임식은 21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다.

4년 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최초의 재선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61년에 하와이 주 호놀룰루에서 태어났습니다.

[녹취: 오바마] “ My father was a foreign student….

아버지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나고 자란 흑인이었습니다. 염소를 치며 자랐고, 양철 지붕을 올린 판잣집 학교를 다니다가 장학생으로 선발돼 하와이 대학에 유학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미국 중서부 캔자스 주 출신으로 아버지와 같은 대학에 다니던 백인 여성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내에서 흑인과 백인 간의 결혼은 극히 드문 일이었고, 많은 주에서는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오바마의 이름 ‘바락’은 아프리카어로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두 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와 헤어졌고, 어머니가 인도네시아 인과 재혼한 뒤에는 6살부터10살 때까지 4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이후 어머니와 떨어져 하와이로 돌아온 오바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집에 살면서 고등학교를 마쳤습니다.

진주만 공격 다음 날, 자진 입대하여 유럽으로 갔던 외할아버지와 미국에 남아 아기를 키우며 폭격기 조립 공장에서 일했던 외할머니의 사랑과 헌신은 당시 정체성 문제로 방황하던 오바마에게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오바마는 1979년에 미 서부 로스엔젤레스의 옥시덴털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쓰던 ‘배리’라는 이름 대신에 ‘바락’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 후에 뉴욕의 콜롬비아대학으로 옮겨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오바마는 졸업 후에 중서부 시카고 흑인 거주지역으로 가서 도시빈민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법과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고 하버드 법학 대학원을 진학해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또한, 하버드 시절에 시카고에 있는 법률회사에서 연수를 하면서 현재 부인인 미셸 로빈슨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하버드 졸업 후 명예와 출세가 보장된 자리들을 마다하고 다시 시카고로 돌아간 오바마는인권 변호사로 일했고, 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쳤습니다.

1996년에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뛰어든 오바마는2000년에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4년 여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연설을 하면서 미국 정치의 중심무대로 도약했습니다.

오바마는 4개월 후 대통령 선거과 함께 실시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70%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미국 역사상 흑인으로는 다섯번째이자, 현역으로는 유일한 흑인 연방 상원의원이 됐습니다.

이어 2007년에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오바마는 최대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꺾고 2008년 8월에 민주당의 첫 흑인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습니다.

계속해서, 존 맥케인 상원의원과 맞선 대선 본선 무대에서,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변화'라고 외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마침내 2008년 11월에 흑인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녹취: 오바마] “In this election, it’s a defining moment…”

오바마 대통령은 비록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정적인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미국에 변화는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이라크 전쟁을 끝냈고, 미국에 대한 9.11 테러공격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또한, 모든 미국인들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도 이룩했습니다.

2009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경제 회복은 느리게 진행됐고 실업률이 한 때 9%대까지 치솟으면서 재선을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For the United of America, the best is yet to come”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음을 우리는 진정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함께 전진하자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재선에 성공한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운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