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예산 자동삭감 앞두고 상호 공방....야후, 재택근무제 폐지

진행자) 미국의 주요 뉴스를 알아보는 ‘워싱턴 24시’입니다. VOA 천일교 기자 나와 있는데요.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들어왔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치권이 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을 앞두고 협상에 나서기는 커녕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넷 업체 야후사가 재택근무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 중부지방에 폭설이 계속되면서 눈사태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구조사국이 인종별 조사 항목 가운데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니그로’를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의 예산 자동삭감 시행이 이제 사흘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군사 도시를 방문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26일) 잠수함 부품을 생산하는 버지니아 주 뉴포트 뉴스의 한 시설을 방문하는데요. 이 자리에서 예산 자동삭감이 현실화 될 경우의 피해를 설명하면서 자신과 민주당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할 계획입니다. 이 지역은 노폭 해군기지가 위치해 있어 국방비 삭감에 따른 위기감이 높아져 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정부 예산 자동삭감이 이뤄지면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궁극적으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란 점을 설명하면서 정치권을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25일)는 주지사 모임에서 예산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전국주지사협회 정례모임에서 연방정부의 예산 감축은 곧 주 정부들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 들어보시죠.

[녹취: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The longer these cuts are in place, the bigger the impact will become…”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 삭감 상황이 장기화 되면 충격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면서, 각 주 정부들은 주 의회와 함께 이에 대비한 논의를 벌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예산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요. 공화당은 이것을 ‘정치쇼’라고 비난하고 있죠?

기자) 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참았던 속내를 드러냈는데요. 협상 시한이 채 사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또 다시 외부 행사를 갖는데 대해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 부분 들어보시죠.

[녹취: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 “The President could sit down with [Senate Majority Leader]…”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민주당과 머리를 맞대고 예산 자동삭감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상원에서 관련 법안이 나와야 하원도 움직일텐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백악관은 베이너 의장의 ‘정치쇼’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정부 각 부처가 예산 삭감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국토안보부 장관이 안보 문제를 걱정했다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토안보부는 국방부와는 다른 차원에서 미국의 안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인데요. 국방부와 국무부, 연방항공청에 이어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도 예산 자동삭감을 우려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장관] “Put simply, the automatic budget reduction mandated by…”

나폴리타노 장관은 문제는 매우 간단하다면서, 예산이 강제로 대폭 삭감되면 이는 곧 국가안보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예산 자동삭감이 현실화 될 경우 수도 워싱턴 지역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 주, 메릴랜드 주의 경우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돼 온 초등학교와 중학교 예산 약 3천만 달러가 삭감될 수 있는데요. 이로 인해 400명 가까운 교사와 보조교사들이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결국 2만7천 명의 학생들에게 여파가 미칠텐데요. 또 이들 지역 2천여 명의 저소득층 자녀들은 조기 교육의 기회를 잃게 될 것으로 백악관은 전망했습니다.

<BRIDGE #1>

진행자) 이번에는 미국의 한 인터넷 업체에 관한 소식인데요. 한때 인터넷 검색엔진의 대명사였던 ‘야후’ 사가 직원들의 재택근무 제도를 없애기로 해서 주목을 받고 있군요?

기자) 네. 재택근무는 직원들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보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이같은 재택근무는 자유주의 풍토가 일찌감치 자리잡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서, 또 경직된 업무보다는 개방성과 창조성이 강조되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후’ 사가 최근 모든 직원에게 오는 6월까지 사무실로 전부 출근할 것을 통보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행자) 야후 측이 재택근무제를 폐지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야후 인사담당 책임자에 따르면, 야후의 직원들은 하루 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해치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직원들끼리 서로 대면하면서 같이 근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인데요. 집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니까 사무실로 나오라는 겁니다. 야후 측은 이번 조치는 예외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회사를 그만둬야 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재택근무제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요?

기자) 그런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어느 조직이나 관리자 입장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될 수 있는데요. 경영진이 나름대로 평가나 분석을 통해 재택근무제 보다는 사무실 출근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진행자) 갑자기 근무제도가 바뀌면 불만이 많을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벌써부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야후의 일부 직원들은 처음부터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고용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불만은 자연스레 머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에게 쏠리고 있는데요. 평소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면모와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이어 최고경영자는 올해 37살인데요, 지난 해 7월 야후를 되살린다는 목적으로 현재 인터넷 선도기업인 ‘구글’ 사 임원에서 전격 발탁된 바 있습니다.

<BRIDGE #2>

진행자) 지난 주 미 중서부 지방에 내린 폭설과 강풍으로 피해가 적지 않았는데, 또 다시 눈 피해가 발생했군요?

기자) 네. 캔사스와 오클라호마, 텍사스에 오늘 허리케인급 강풍과 함께 눈보라가 몰아쳐 또 다시 피해가 우려되는데요. 이미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 지역은 지난 주에도 최고 40센티미터의 폭설로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었는데요. 겨우 복구 작업이 이뤄지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늦겨울 눈 피해를 입게 된 겁니다. 한꺼번에 40센티미터가 넘는 많은 눈이 내린 텍사스 주에는 도로 곳곳에 운전자들이 운행을 포기하고 버려 둔 차량들이 방치돼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캔사스 시에 비상사태가 선포됐군요?

기자) 네. 30센티미터에 가까운 눈이 한꺼번에 내려서 공항이 폐쇄되고 학교들은 임시휴교에 들어갔습니다. 또 정부기관과 사업체들도 모두 문을 닫았는데요. 슬리 제임스 캔사스 시장은 시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기상당국은 미주리 주 일대에 38센티미터 이상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는데요. 강한 저기압이 머물면서 기온이 낮은 곳은 폭설로, 또 날씨가 풀린 곳에는 폭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아칸소와 루이지애나 주에는 강력한 회오리바람, 토네이도까지 수 차례 발생해서 시설물 피해 등을 입혔습니다.
진행자) 정전 피해도 있었겠군요?

기자) 네. 한꺼번에 내린 많은 눈으로 전신주가 쓰러지거나 전선 주변 거목들이 쓰러져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요. 이로 인해 수 천 가구 주민들이 추운 겨울에 난방도 없이 집에 갇혀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적십자사가 피해 지역에 대피소를 마련하고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는데요. 적십자 측은 전기가 끊기면 가급적 집에서 버티지 말고 가까운 구호소로 대피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라는 표현이 앞으로 미국의 공식 인구조사 설문지에서 빠지게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니그로(Negro)’라는 표현은 흑인들을 과거 노예로 삼았던 시절, 그들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돼 왔었는데요. 이제는 일상에서도 거의 사라진 말입니다. 하지만 인종을 구분할 때는 흑인에게 여전히 ‘니그로족’이라는 명칭이 붙었었는데, 연방 인구조사국이 더 이상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진행자) 요즘 흑인들에게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사용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흑인이나 백인, 이 같은 명칭은 피부색으로 구분을 짓는 것인데요. 이 보다는 출신 국가나 지역을 앞에 붙여주는 것이 편견을 없애는데 더 적합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계나 중국계 미국인을 통칭해서 아시아계로 부르듯이, 인구조사국도 흑인에게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이라는 영어 명칭을 공식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일반에게 널리 통용되는 흑인이라는 용어, 즉 영어로 ‘블랙(black)’ 이란 표현은 계속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