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삶 다룬 소설, 퓰리처상 수상

퓰리처상 4개 부문 수상을 휩쓴 뉴욕타임즈의 아서 슐츠버그 발행인이 15일 손가락 4개를 펴보이고 있다.

북한을 소재로 한 소설이 미국 언론과 문학 분야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바로 지난 해 출간된 소설 ‘고아원 원장의 아들’인데요, 유미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을 소재로 한 미국 소설, ‘고아원 원장의 아들 (The Orphan Master’s Son)’이 소설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고아원 원장’의 아들은 미국 서부 명문 스탠포드대학교 문예창작과 애덤 존슨 교수가 북한에 대한 오랜 연구와, 2007년 북한을 한 차례 직접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 해 발간한 소설입니다.

퓰리처상은 언론과 문학 분야에서 뛰어난 공로와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이 분야의 최고 권위를 자랑합니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지난 15일 ‘고아원 원장의 아들’을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독자들을 전체주의 국가 북한의 깊숙한 곳, 그리고 인간의 내밀한 감정 속으로 이끈다”고 밝혔습니다.

소설은 북한 청진의 한 고아원에서 자라난 인물 박준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식량난으로 고아원이 문을 닫으면서 박준도는 군에 차출돼 군인, 스파이, 납치단원 등 국가로부터 주어지는 온갖 임무를 다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임무 하나가 실패하자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지고, 그 곳에서 국가적 영웅이자 김정일과 경쟁관계에 있는 무시무시한 인물 가 사령관을 만나게 됩니다.

박준도는 격투 끝에 가 사령관을 사살하고 그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며, 결국 가 사령관의 아내 순문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존슨 교수는 지난 해 `VOA’ 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북한의 얘기를 외부에 들려주어야 할 일종의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작가들이 북한 스스로의 얘기를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이 그 공간을 메우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존슨 교수는 북한에서는 개인이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이나 희망, 욕망 등을 드러내기가 불가능하며, 만약 그렇게 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북한은 지구상에서 인간으로 살기가 가장 어려운 곳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존슨 교수는 또 북한에서는 개인이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인생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어려서부터 희망에 따라 인생의 목표를 정하도록 교육을 받고, 그러면서 개인이 자기 인생의 중심이 되지만, 북한은 최고 지도자가 중심인물이 되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부차적인 역할을 맡는, 오직 하나의 이야기와 대본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주어진 임무대로 살아온 소설의 주인공 박준도는 자신도 한 순간에 처분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 바로 사랑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새로운 인물로 승화됩니다.

‘고아원 원장의 아들’을 읽은 독자들은 이 소설이 전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북한 내부를 잘 들여다 볼 수 있게 할 뿐아니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소설, 낭만적 연애소설로서 흥미를 선사한다고 말합니다.

윌리엄 포크너와 토니 모리슨 등 미국의 저명 작가들이 수상한 퓰리처상 소설 부문에서 북한 관련 소설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VOA 뉴스 유미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