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행동 보고 판단할 것"...한국 "북한, 전술적 차원 국면전환 모색"

한반도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한반도 뉴스 브리핑’ 시간입니다. VOA 이연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남북 당국간 회담을 무산시킨 북한이 지난 주말에는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습니다. 미국은 그 같은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는데요, 이 소식부터 알아보죠?

기자) 미국 백악관은 북한의 전격적인 미-북 고위급 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의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협상에 나설 의지를 보여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16일 미`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북간 대화는 “핵 개발과 확산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의무 이행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맥도너 비서실장은 분명한 것은 북한이 행동이 아닌 말로는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고요,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미국은 북한과 `신뢰성 있는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지만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준수하고 비핵화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역시 지난 14일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토론회에서 미국은 북한 당국의 진정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격적인 미-북 고위급 회담 제의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요?

기자)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안 배경이나 시점에서 진정성을 읽기 힘들다는 분석인데요,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은 북한이 철저히 전략적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고요,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직후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건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의 최근 잇따른 대화 제의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지적했고요,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또다시 대화 카드를 들고 나온 건 수 년 간 반복해온 전형적인 수법의 일환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전격적으로 미국에 대화 제의를 한 건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많다고요?

기자) 네, 하버드대학 벨퍼센터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이 자국의 핵 개발을 반대하면서 주변국들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에 “최선을 다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고요,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역시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데 대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는 동시에, 돈줄을 옥죄고 있는 미국의 제재를 완화시키려는 현실적인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한반도 뉴스 브리핑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화 제의와 관련해,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는데요, 어떤 얘기들이 나왔나요?

기자) 미국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시간으로 어제 (16일) 저녁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의 한반도 사태진전에 대해 논의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한 행동과 관련해 긴밀한 대화와 조율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대화 공세에 넘어가면 핵무기를 개발하는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는데요, 20분간 진행된 두 정상의 통화는 특히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뒤 미국에 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에 두 나라 동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행동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에 잇단 대화 공세를 펴는 것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북한이 전술적 차원에서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오늘 (17일)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지난 달 최룡해 특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대외적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최근 이지마 이사오 일본 내각관방 참여의 방북과 북한의 미국에 대한 고위급 회담 제안 등을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했지만 한국을 배제한 회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요?

기자) 네, 류 장관은 미-북 직접 대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그같이 답변했는데요, 지금 미국과 한국 간에 긴밀하게 서로 논의를 주고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선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특히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자 곧바로 미국에 대화를 제안한 것은 진정성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일단 한국 정부는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됐지만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둔다는 방침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류 장관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기조를 견지하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둔 채 북한의 호응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회담이 열리면 남북간 많은 사안이 있으므로 당장 풀어야 할 것들, 작은 문제들부터 풀면서 신뢰를 기반으로 다른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검토하겠다는 것입니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자재와 설비 훼손을 막기 위한 남북간 실무회담을 북측에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수석대표의 급 문제로 무산된 당국 회담의 경우, 수정해서 다시 제의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전해주시죠?

기자) 오는 19일 베이징에서 김 제1부상과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참석하는 두 나라 외교 당국간 전략대화가 열린다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기자설명회에서 밝혔습니다. 김 제1부상은 이번 방중에서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대화를 제안한 취지를 설명하고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이고요, 또 김 제1부상의 방중은 이달 하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으로, 김 제1부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