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 테드 강연 "고난 속에도 희망이 날 살려"

테드 강연에서 탈북 고아에서 미국의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전하는 탈북 청년 조셉 김 씨.

북한 꽃제비 출신의 탈북 청년이 최근 세계적인 강연 행사인 테드(TED) 무대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청년은 탈북 고아에서 미국의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담담하게 전했습니다. 이성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적인 지식 공유 강연 행사인 테드 무대에 16살 때 북한을 탈출했던 한 청년이 수줍게 올랐습니다.

주인공은 지난 2007년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뒤 지금은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된 조셉 김 씨입니다.

[녹취: 조셉 김]"I was born and raised in North Korea..."

조셉 김 씨는 지난 1990년 함경북도 지역에서 태어난 자신이, 가난했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 막내 아들이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도 단란했던 김 씨의 가정에 불행이 닥친 건 1990년대 중후반 수많은 아사자를 낸 이른바 `고난의 행군’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조셉 김] “Great famine began in 1994…”

누나와 함께 먹을 것과 뗄감을 줍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자정이 넘도록 돌아다니는 일이 4살 때부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는 겁니다.

김 씨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조셉 김] “In 2003 when I was 13 years old…”

김 씨가 13살이 되던 2003년, 아버지는 굶주림에 결국 세상을 떠났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도 같은 해 어린 남매를 남겨 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 뒤 의지했던 누나마저 중국에 가서 돈과 음식을 가져오겠다며 떠나면서 김 씨는 고아가 됐습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장마당에서 음식을 훔치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탄광에서 일을 했던 2006년 어느 겨울 밤. 배고픔과 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김 씨는 결국 누나를 찾기 위해 탈북을 결심합니다.

[녹취: 조셉 김] “I knew the journey would be risky…”

북한에서 굶어 죽으나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나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는 겁니다.

김 씨는 막상 중국에서도 배고프고 춥기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김 씨의 인생이 바뀌게 된 계기는 대북 인권단체인 ‘링크 (LINK)’의 도움을 받으면서 입니다. ‘링크’는 미국 서부에 본부를 두고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들을 돕는 단체입니다.

김 씨는 이 단체의 도움으로 17살이던 지난 2007년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초등교육만 겨우 받은데다 영어 한마디 하지 못했던 김 씨가 미국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김 씨에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목적 의식을 갖게 한 것은 미국인 양아버지였습니다.

[녹취: 조셉 김] “My foster father’s small act of love…”

양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자신에게 새로운 목표를 심어줬다는 겁니다.

김 씨가 고등학교 첫 학기에 우등상을 타게 됐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이후 미국생활과 영어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지금은 국제 비즈니스를 전공하는 어엿한 대학생이 된 조셉 김 씨.

김 씨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자신을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은 언젠가는 가족과 다시 만나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김] “You have to choose to believe in your hope…”

스스로가 희망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나아가 희망을 이루려면 주변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 씨는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빵 한 조각을 준다면 잠시 배를 채워줄 수 있지만, 희망을 준다면 그 이상인 삶의 동기를 줄 수 있다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0년 동안 만나지 못한 누나에게 메시지를 전하라는 사회자에 말에 애써 눈물을 삼켰습니다.

[녹취: 조셉 김] “누나..I just want to say I miss you, I love you…”

김 씨는 누나를 보고 싶고 사랑한다며, 다시 만날 거라는 희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테니 부디 살아 있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 씨는 강연을 마치면서 자신을 이 세상에 있게 해 준 어머니에게도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녹취: 조셉 김] “I just want to say thank you…”

VOA 뉴스 이성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