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동성혼 차별 위헌 판결 파장...오바마 대통령, 아프리카 3개국 순방

미국의 주요 뉴스를 알아보는 ‘워싱턴 24시’입니다. VOA 천일교 기자 나와 있는데요. 오늘은 어떤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혼 차별을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찬반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 세네갈에 도착했습니다. 에콰도르에 이어서 같은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도 미국 기밀폭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 중국의 부자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동성혼 문제와 관련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군요?

기자) 네. 대법원이 어제(26일) 오랜 검토 끝에 결혼을 남녀간의 결합만으로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당초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된 캘리포니아 주법 동성혼 금지조항(프로포지션8)에 대해서도 역시 위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동성애자들이 염원해 온 평등한 세상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이제 관련 법들은 폐지가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당장 캘리포니아 주는 동성혼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미 전역에서 동성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주는 모두 14곳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또 연방의회도 결혼보호법을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할 상황에 놓였는데요. 이렇게 되면 그동안 남녀 결혼 가정에만 부여되던 세금이나 건강, 연금, 주택 등 정부의 각종 혜택을 동성혼 가정도 똑같이 받게 됩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미 동성혼 지지 의사를 밝힌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그동안 차별을 받던 동성 커플들을 동등하게 대우해 줄 길이 열리게 됐다며 이번 판결로 미국은 더 나은 국가로 나아가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동성 커플들에게 혼인증명서를 즉각 발급할 것을 관련 당국에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지만 미국 종교계나 보수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미국 종교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는데요.
동성혼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이번 판결 직후 남녀가 만나 일생을 함께한다는 결혼의 특별한 의미를 옹호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미국민들이 단호히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수 기독교단체인 자유수호연맹도 결혼에 대한 논쟁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이번 판결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진행자) 반면에 동성혼 지지자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26일) 워싱턴 DC 대법원 앞에서는 1천여명의 동성혼 지지자들이 환영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 미국 내에서도 동성애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시청 앞에 축하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동성애자들이 많은 미국 영화계, 헐리우드에서도 환영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요. 그동안 동성끼리의 결혼을 미루거나 이 사실을 숨기고 있던 연예인들의 공개 구혼과 시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되면 양측간 갈등이 더 커지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오히려 미국민들의 동성혼 찬반 논쟁을 가열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선거철이면 민주 공화 양당 지지세가 팽팽한 이른바 경합주들을 중심으로 한층 갈등이 고조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동성애 합법화 운동이 시작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 얘기가 아닌가요?

기자) 네. 미국 동성애 운동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지난 1969년 6월 뉴욕에서 벌어진 ‘스톤월 투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뉴욕 경찰이 동성애자들의 모임 장소인 ‘스톤월 여관’을 급습한 일이 있는데요.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수십년간 누적된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곧 미국 전역으로 시위가 번졌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동성결혼이 허용됐나요?

기자) 아닙니다. 그 뒤 1972년에는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은 미네소타 법원의 판결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1973년에는 메릴랜드주가 처음으로 동성혼 금지 조항이 들어간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다 1996년에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연방의회가 ‘결혼을 이성간 결합’이라고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을 통과시켰던 겁니다.

진행자)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동성결혼이 허용되는군요?

기자) 네, 지난 1977년에 하비 밀크가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미국 최초로 동성애자 선출직 공직자가 탄생했습니다. 또 미 동부 매사추세츠주에서 2003년에 동성혼에 우호적인 법원 판결이 나왔고, 2004년부터 동성간 결혼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뒤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BRIDGE #1>

진행자) 다음 소식인데요. 아프리카 순방길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이 세네갈에 도착했죠?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26일) 밤 늦게 아프리카 서부 세네갈에 도착했는데요. 이로써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부인 미셸 여사 등 가족과 일행을 대동하고 경찰이 엄중한 경비 속에 차량을 통해 수도 다카르 시내로 향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세네갈에서의 공식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27일)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이어 과거 흑인들이 노예로 팔려서 대서양 너머 신대륙으로 끌려간 한이 서린 곳, 고리섬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처참한 현장을 찾는 것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내일(28일)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향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제이콥 주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만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만델라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도 어떤 식으로든 만델라 전 대통령의 건강 회복을 희망하는 의사 표명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두 사람은 지난 2005년에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이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군요?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취임 뒤 이번이 두번째인데요. 최근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나아가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BRIDGE #2>

진행자) 다음 소식 살펴보죠.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가 기밀폭로자 스노든의 망명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죠?

기자)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스노든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면 이를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들어 이 문제를 두번이나 언급한 건데요. 마두로 대통령은 어제(26일) 스노든은 정치적 망명이기 때문에 요청이 이뤄지면 거의 확실히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미국이 모든 사람을 염탐하고 있다는 기밀을 폭로한 스노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스노든을 아무도 데려가지 못하도록 전 세계를 상대로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스노든은 아직도 모스크바 공항 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까지 그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고 있죠?

기자) 네. 현재 스노든과 접촉하기 위해 전 세계 유수의 언론사 취재기자들이 모스크바 공항에 포진하고 있는데요. 아직 스노든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AP통신도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고요. 유일하게 환승 구역 접근에 성공한 CNN 기자도 공항 보안요원과의 좇고 쫒끼는 숨바꼭질을 벌이며 취재에 나섰지만 허탕이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 당국이 현재 스노든을 모처에서 보호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등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중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과거 1980년대 일본이 미국 부동산에 집중 투자했었다면 최근에는 중국의 이른바 ‘큰 손’들이 뉴욕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개중에는 10억달러가 넘는 대형 건물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전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갑부 장신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달리안 완다 그룹도 최근에 뉴욕 한복판에 들어서 있는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 빌딩을 구입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부자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요, 단순히 투자 목적일까요?

기자) 글쎄요. 달리안 완다 그룹의 경우 뉴욕 맨해튼에 최고급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역시 ‘비즈니스 마인드’, 즉 사업적인 계산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은 부동산 가격이 낮은 수준일 때 사들여서 개발해 놓으면 언젠가는 수익이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서는 미국 부동산 투자설명회들도 잇달아 열린다고 하는데요. 중국 정부까지 나서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