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에서 견문을 넓히는 탈북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배움을 통해 북한의 재건과 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한 대학에 다니는 김모 씨는 최근 워싱턴의 미국 의회에서 견습직원 (인턴)으로 한 달 간 일했습니다.
김 씨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체결한 미-한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인 WEST의 탈북자 특별전형에 합격해 워싱턴에 왔습니다.
[녹취: 김 씨] “시야가 넓어진다는 게 예전에는 그냥 아무런 경험이나 확실한 계획 없이 나는 뭐가 되야지 하는 꿈을 꿨는데 인턴쉽을 하면서 미 의회가 진짜 크다, 참 많은 일을 하고 있구나, 여러 가지 면에서.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는 게 쉽지 않구나. 미국 의회에서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법안들이 계속 추진되고 있구나. 그리고 제일 크게 느꼈던 것은 영향력을 갖고 선한 영향을 미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씨 등 WEST 프로그램의 탈북자 2기로 선발된 대학생 10 명은 8개월 간 넉 달은 어학연수, 나머지 넉 달은 워싱턴의 다양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견습직원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은 자비로 수 백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탈북 대학생들은 미-한 두 나라 정부의 배려로 무료 혜택을 받습니다.
김 씨 같이 정부와 민간 프로그램을 통해 서방세계를 찾는 탈북 대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서울의 대학에 재학 중인 6 명의 탈북 대학생들이 워싱턴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돌아갔습니다.
학생들은 워싱턴의 한인 민간단체인 남북나눔운동 (KASM)과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한 이 행사를 통해 미국 정부기관이나 세계은행 (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 (IMF) 등 영향력 있는 국제 기구에서 연수를 받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남북나눔운동의 나승희 대표입니다.
[녹취: 나승희 대표] “앞으로 우리 탈북 대학생들이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해서 우리 북한이 변화할 때, 또는 더 나아가 북한과 남한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오고 과정이 이뤄질 때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게 저희 프로그램의 목표입니다.”
미 동부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탈북 여학생 장모 씨는 WEST 1기 출신입니다. 장 씨는 미국 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아예 미국 대학에 편입했습니다.
[녹취: 장모 씨] “미국에서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다른 나라 학생들도 굉장히 많이 모여 있고, 또 저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경험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까 그 안에서 교실 안에서 배우는 것보다 밖에서 학생들과 어울리고 또 함께 시간을 보내며 배우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교육 전문가를 꿈꾸는 장 씨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게 즐겁고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모 씨]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통일이 되면 북한에 들어가 교육계에서 남과 북을 하나로 잇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남한의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큰 눈으로 남북한의 미래를 보고 공부하고 싶어요.”
미국에는 최근 장 씨처럼 한국에 정착한 뒤 장기 또는 단기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 학생은 명문대 경영전문대학원이나 박사 과정을 이미 마치고 기업에 취업했습니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방문 또는 어학연수를 위해 6개월이나 1년 단기 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학생도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개 탈북자 특혜 장학금이나 선교단체, 교회 등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미 동부 뉴욕에서 어학연수 과정을 밟은 리하나 씨는 일본 내 탈북자 1호 대학생입니다.
최근 북한과 일본의 삶을 책으로 출간한 리 씨는 미국에 오게 된 이유를 ‘VOA’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씨] “공부를 왜 하고 싶었냐 하면 북한에서는 정말 어떤 면에서 되게 로봇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해요. 제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북한 정권에 빼앗기고 제 머리로 생각하고 제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었다는. 그 걸 자유로운 나라에 와서 살아보니까 되게 많이 느끼고 됐고 많이 억울하더라구요. 제 머리를 되찾고 싶었던 생각도 들구요. 그러려면 세상을 알아야 하고 그래야 제 머리로 사고할 수 있고 어느 정당에 투표를 해도 제 머리로 생각을 해서 하고 싶은 정당에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달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탈북 대학생 3 명을 별도로 만나 사진을 찍으며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서부에 있는 북한인권단체 LINK는 최근 올브라이트 전 장관과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피해 망명한 유명 인사들을 탈북자들과 비교하며 탈북자들의 잠재적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탈북 젊은이들이 찾는 나라는 비단 미국 뿐이 아닙니다.
한국외국어대학 통번역과에 재학 중인 탈북자 이성민 씨는 캐나다 민간단체인 ‘HAN VOICE’ 의 지원을 받아 7월부터 토론토에서 특별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이성민 씨] “로비를 하는 스킬 같은 것, 미디어를 대하는 전략,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대중에 전달하는가 등을 배웁니다. 그러면서 ESL 수업도 듣고 있죠.”
국제 외교관을 꿈꾸고 있는 이 씨는 가을부터 캐나다 의회에서 견습직원 (인턴)을 하며 민주적 절차에 따른 입법 과정을 몸으로 익힐 예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지원한 ‘HAN VOICE’ 의 설립자인 잭 김 변호사는 ‘VOA’에, 탈북자의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미래 북한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 양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잭 김 변호사] “Basically leadership! There seems to be lack of leader…”
유럽을 찾는 탈북 젊은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자서전인 ‘연어의 꿈’을 펴낸 한국의 탈북 대학생 강 디모데 씨는 지난 달 동유럽 나라들을 방문했습니다.
6.25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탈북자 대학생 37 명이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나라들을 방문하며 한반도의 통일을 고민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겁니다.
한국 내 탈북자 박사 1호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 젊은이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크게 반겼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탈북자들은 사실 통일의 역군이다. 이렇게 많이 얘기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자유국가를 경험하고 다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세계 선진국에 가서 금융과 국제법, 또 의회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보고 배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북한체제란 게 절대로 영원한 게 아니기 때문에 탈북 청년 학생들은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서 북한의 민주화 시장화를 주도하는 역군이 돼야 하기 때문에 국제적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은 대단히 고맙고 바람직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선임 객원연구원은 ‘VOA’에, 버마와 이란 출신 젊은이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탈북 청년들 역시 북한의 변화와 발전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한국의 한 대학에 다니는 김모 씨는 최근 워싱턴의 미국 의회에서 견습직원 (인턴)으로 한 달 간 일했습니다.
김 씨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체결한 미-한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인 WEST의 탈북자 특별전형에 합격해 워싱턴에 왔습니다.
[녹취: 김 씨] “시야가 넓어진다는 게 예전에는 그냥 아무런 경험이나 확실한 계획 없이 나는 뭐가 되야지 하는 꿈을 꿨는데 인턴쉽을 하면서 미 의회가 진짜 크다, 참 많은 일을 하고 있구나, 여러 가지 면에서.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는 게 쉽지 않구나. 미국 의회에서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법안들이 계속 추진되고 있구나. 그리고 제일 크게 느꼈던 것은 영향력을 갖고 선한 영향을 미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씨 등 WEST 프로그램의 탈북자 2기로 선발된 대학생 10 명은 8개월 간 넉 달은 어학연수, 나머지 넉 달은 워싱턴의 다양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견습직원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은 자비로 수 백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탈북 대학생들은 미-한 두 나라 정부의 배려로 무료 혜택을 받습니다.
김 씨 같이 정부와 민간 프로그램을 통해 서방세계를 찾는 탈북 대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서울의 대학에 재학 중인 6 명의 탈북 대학생들이 워싱턴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돌아갔습니다.
학생들은 워싱턴의 한인 민간단체인 남북나눔운동 (KASM)과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한 이 행사를 통해 미국 정부기관이나 세계은행 (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 (IMF) 등 영향력 있는 국제 기구에서 연수를 받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남북나눔운동의 나승희 대표입니다.
[녹취: 나승희 대표] “앞으로 우리 탈북 대학생들이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해서 우리 북한이 변화할 때, 또는 더 나아가 북한과 남한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오고 과정이 이뤄질 때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게 저희 프로그램의 목표입니다.”
미 동부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탈북 여학생 장모 씨는 WEST 1기 출신입니다. 장 씨는 미국 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아예 미국 대학에 편입했습니다.
[녹취: 장모 씨] “미국에서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다른 나라 학생들도 굉장히 많이 모여 있고, 또 저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경험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까 그 안에서 교실 안에서 배우는 것보다 밖에서 학생들과 어울리고 또 함께 시간을 보내며 배우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교육 전문가를 꿈꾸는 장 씨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게 즐겁고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모 씨]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통일이 되면 북한에 들어가 교육계에서 남과 북을 하나로 잇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남한의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큰 눈으로 남북한의 미래를 보고 공부하고 싶어요.”
미국에는 최근 장 씨처럼 한국에 정착한 뒤 장기 또는 단기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 학생은 명문대 경영전문대학원이나 박사 과정을 이미 마치고 기업에 취업했습니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방문 또는 어학연수를 위해 6개월이나 1년 단기 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학생도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개 탈북자 특혜 장학금이나 선교단체, 교회 등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미 동부 뉴욕에서 어학연수 과정을 밟은 리하나 씨는 일본 내 탈북자 1호 대학생입니다.
최근 북한과 일본의 삶을 책으로 출간한 리 씨는 미국에 오게 된 이유를 ‘VOA’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씨] “공부를 왜 하고 싶었냐 하면 북한에서는 정말 어떤 면에서 되게 로봇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해요. 제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북한 정권에 빼앗기고 제 머리로 생각하고 제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었다는. 그 걸 자유로운 나라에 와서 살아보니까 되게 많이 느끼고 됐고 많이 억울하더라구요. 제 머리를 되찾고 싶었던 생각도 들구요. 그러려면 세상을 알아야 하고 그래야 제 머리로 사고할 수 있고 어느 정당에 투표를 해도 제 머리로 생각을 해서 하고 싶은 정당에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달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탈북 대학생 3 명을 별도로 만나 사진을 찍으며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서부에 있는 북한인권단체 LINK는 최근 올브라이트 전 장관과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피해 망명한 유명 인사들을 탈북자들과 비교하며 탈북자들의 잠재적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탈북 젊은이들이 찾는 나라는 비단 미국 뿐이 아닙니다.
한국외국어대학 통번역과에 재학 중인 탈북자 이성민 씨는 캐나다 민간단체인 ‘HAN VOICE’ 의 지원을 받아 7월부터 토론토에서 특별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이성민 씨] “로비를 하는 스킬 같은 것, 미디어를 대하는 전략,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대중에 전달하는가 등을 배웁니다. 그러면서 ESL 수업도 듣고 있죠.”
국제 외교관을 꿈꾸고 있는 이 씨는 가을부터 캐나다 의회에서 견습직원 (인턴)을 하며 민주적 절차에 따른 입법 과정을 몸으로 익힐 예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지원한 ‘HAN VOICE’ 의 설립자인 잭 김 변호사는 ‘VOA’에, 탈북자의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미래 북한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 양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잭 김 변호사] “Basically leadership! There seems to be lack of leader…”
유럽을 찾는 탈북 젊은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자서전인 ‘연어의 꿈’을 펴낸 한국의 탈북 대학생 강 디모데 씨는 지난 달 동유럽 나라들을 방문했습니다.
6.25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탈북자 대학생 37 명이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나라들을 방문하며 한반도의 통일을 고민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겁니다.
한국 내 탈북자 박사 1호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 젊은이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크게 반겼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탈북자들은 사실 통일의 역군이다. 이렇게 많이 얘기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자유국가를 경험하고 다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세계 선진국에 가서 금융과 국제법, 또 의회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보고 배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북한체제란 게 절대로 영원한 게 아니기 때문에 탈북 청년 학생들은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서 북한의 민주화 시장화를 주도하는 역군이 돼야 하기 때문에 국제적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은 대단히 고맙고 바람직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선임 객원연구원은 ‘VOA’에, 버마와 이란 출신 젊은이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탈북 청년들 역시 북한의 변화와 발전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