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 구호 지원 어려움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 쑥대밭

필리핀 태풍 하이옌 피해 지역에서 혼란이 계속되면서, 구호 지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태풍 피해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태풍은 지나갔지만 재난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태풍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중부 레이테 주의 주도인 타클로반인데요. 20만 인구 중 1만 명이 이번 태풍으로 사망했다는 추정이 나올 정돕니다.

진행자) 정말 엄청난 피해군요?

기자) 워낙 피해가 크다 보니 태풍이 지난 후에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구호 인력과 물자를 투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어서, 생존자들도 여전히 심각한 위험 상황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동안 필리핀에서 일어났던 자연 재해로는 가장 큰 규몹니까?

기자) 현재까지 기록된 재난 피해로는 최악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태풍은 지난 1991년의 셀마 였는데 당시 5천1백명이 사망했습니다. 또 모든 재난을 통틀어도 지난 1976년 필리판 남부 모로만에서 지진 후 쓰나미로 5천8백명이 사망했던 게 가장 큰 인명피해였습니다.

진행자) 타클로반 시는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타클로반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사람들에 따르면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정부 상태와 같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타클로반 사진을 보면 태풍으로 건물이 붕괴되고 도로도 파괴돼 거의 전쟁터와 같은 모습입니다. 항구에는 배들이 부서진 채 기울어져 있고요. 거리에는 시신이 그대로 방치돼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전기와 물, 통신도 모두 끊겼습니다. 또 사람들이 식료품과 식수를 구하기 위해 상점을 약탈해 남아있는 물건이 없다고 합니다. 며칠 째 굶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고, 외부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지원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까?

기자) 타클로반은 필리핀 중부 지역으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곳인데요. 타클로반 공항이 마비 상태라서 외부 구호인력과 물자를 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경 없는 의사회'의 경우 지난 9일에 이미 인근 세부섬에 의료물품을 싣고 도착했지만 사흘이 지난 오늘까지도 타클로반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공항도 태풍으로 파괴됐습니까?

기자) 물론 태풍의 영향도 있지만, 현지를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통제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말씀드린 타클로반 상황이 극도로 열악하고 또 다른 태풍이 접근한다는 예보도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살기 위해서 공항으로 몰렸습니다. 현재 군인들이 공항을 통제하지만, 아직 항공기 운항이 원활하게 이뤄지진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구호활동 지원을 위해 현지에 항공모함을 파견한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가 구호 인력과 물자를 싣고 홍콩에서 필리핀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14일에야 주변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미국은 이밖에 2천만 달러의 지원 기금을 제공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도 지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국가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적은 액수여서 논란이 됐다고요?

기자) 중국 외교부는 오늘 필리핀에 10만 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미국의 2천만 달러, 또 캐나다와 영국의 1천만 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죠. 또 한국 정부의 지원금도 5백만 달러고, 한국 적십자 한 곳의 지원금만 10만 달러라는 점을 보면 얼마나 적은 규몬 지 알 수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갈등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 조차 인도적 지원 결정에 영유권 문제가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