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올해 북한 가구 75% 영양 부족 겪어'

지난 4월 평양 시민들이 식량을 사기 위해 식료품 가게앞에 줄을 서 있다.

올해 북한에서 네 가구 중 세 가구가 영양 부족을 겪었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특히 단백질 섭취 부족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은 올해 북한의 수확량이 다소 늘었지만, 개별 가구의 식량 소비는 양과 질 모두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이 지난 28일 발표한 ‘작황과 식량안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한에서는 전체 가구의 75%가 영양 부족을 겪었습니다.

조사 가정의 30%는 다량영양소와 미량영양소 섭취가 모두 부족했고, 45%는 이 중 일부 영양소 섭취가 미흡했습니다.

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와 세계식량계획 WFP가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11일까지 북한에서 직접 식량 실태를 조사한 결과와 WFP가 올 한 해 동안 조사한 결과를 종합한 것입니다.

유엔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공배급제에 의존하는 이들의 식량사정이 협동농장 구성원들보다 열악하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 전체 인구의 70%가 공공배급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공공배급제에 의존하는 가정은 올해 평균 한 사람 당 하루 310g의 곡물을 섭취했고, 협동농장 구성원은 400g을 섭취했습니다.

이들을 모두 포함해 올해 북한 주민 1 명이 섭취한 곡물은 하루 평균 350g으로 국제사회의 하루 영양섭취 권장량인 2천1백kcal에 30% 못 미치는 양입니다.

유엔은 북한 주민들이 곡물, 야채, 콩, 과일, 고기, 유제품, 기름, 설탕으로 구성된 8개의 식품군 중 3개에서 4개의 식품군 밖에 섭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곡물과 김치, 기름, 된장 혹은 간장 밖에 못 먹는다는 것입니다.

유엔은 북한 주민들에게 콩이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지난 몇 년간 콩 재배가 줄어 주민들의 섭취량도 같이 줄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단백질 섭취가 드물고 충분치 않으며, 국경일에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계란은 일주일에 한 번 먹을 수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유제품은 거의 먹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은 북한 당국의 공공배급제가 일관성이 없고 예측불가능해 북한 가구들은 자주 식량 부족을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배급을 받는 가정의 80% 이상은 식량 부족에 대해 자주 걱정하고, 한정된 식품군만 섭취하며, 원하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배급을 받는 가정의 90%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협동농장에 다니는 친척에 의존하고 있으며, 60%는 물물교환에 나선다고 유엔은 설명했습니다.

유엔은 또 야생식품을 섭취하거나 물을 섞어 음식을 불려 먹는 방법도 자주 사용되지만 하루 종일 굶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