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북한 영화에 대해 알아야 할 10가지' 소개

북한 합작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의 한 장면.

영국의 `BBC방송'이 인터넷판에 북한의 영화산업을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방송은 북한이 영화를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성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BBC'방송은 '북한 영화산업에 대해 알아야 할 10가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에서 영화는 체제선전용일 뿐만 아니라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해서 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영화의 첫 번째 특징으로, 많은 인기를 끈 영화들 가운데 일부가 한국인이 제작한 작품이란 점을 꼽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의 영화 제작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 지난 1978년 한국의 신상옥 감독과 그의 전 부인이자 인기배우인 최은희 씨를 납치해 북한 영화산업을 발전시켰다는 겁니다.

두 사람은 북한에서 여러 편의 인기 영화를 제작했으며, 1986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출장을 간 기회를 틈타 탈북했습니다.

`BBC방송'은 북한 영화의 또다른 특징은 `연기가 형편없는 배우'에 미국인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습니다.

체제선전용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악역을 맡을 외국인, 특히 미국인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라면 학생이나 교수, 스포츠 강사 등 직업에 상관 없이 영화에 투입됐다는 겁니다.

이 중에는 1960년대 베트남전쟁 참전을 회피하기 위해 월북한 미국인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2004년에 탈북한 찰스 젠킨스 씨는 자신이 북한 영화에 출연한 것은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며, 북한에 갔던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또 북한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표를 구입해 보는 것이 아니라 공장과 집단농장, 군 부대에서 상영된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북한 영화에도 여러 다른 장르가 있지만 공통의 메시지는 오직 하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홍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할을 하는 배우가 등장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또 영화에 실제 군인들이 엑스트라로 동원되거나 군이 전쟁영화 제작을 위해 직접 영화사를 운영하는 일도 북한에선 흔하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방송은 이어 북한이 해외영화 상영을 금지하고 있는 건 아니라며, 2년마다 열리는 평양 국제영화제에서 영국 영화 '미스터 빈'이나 미국 영화 '에비타' 등이 상영된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북한 선전영화의 특징은 여성을 지도자를 위해 헌신하고 열심히 일하는 강한 인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마크 모리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아시아중동학과 교수는 북한에선 김 씨 일가의 남자들이 주역이며 그들은 경쟁자를 원치 않기 때문에 영화에서 남성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BBC’는 또 북한에서 외국 영화 제작자들의 활동이 허용되는 경우는 있지만 규제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에를 들어 북한 주민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나 셔츠 단추가 풀려 있는 모습,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나 동상이 일부 잘리게 촬영하는 것 등은 검열 과정에서 엄격히 금지된다고 보도했습니다.

VOA뉴스 이성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