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WP 기고 “장마당 세대가 북한의 미래”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가 지난 4월(2014) 호주 SBS 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북한의 이른바 장마당 세대 출신 탈북 여성이 미국 유력지에 실은 글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수령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변화에 익숙한 장마당 세대가 북한의 희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25일 한국의 탈북 여대생 박연미 씨가 쓴 ‘북한 장마당 세대의 희망’ 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장마당 세대는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난 세대로, 국가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를 체득한 세대를 말합니다

박 씨는 기고문에서 장마당 세대가 북한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장마당 세대의 특징을 세 가지로 꼽았습니다.

우선 김 씨 왕조에 대한 헌신 (충성)이 없으며, 세뇌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1994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에 대한 기억도 없다는 겁니다.

1993년 생인 박 씨는 자신과 같은 세대 일부가 겉으로는 수령에게 존중을 표하지만 이는 성분사회에서 특권을 잃지 않기 위한 것일 뿐 진정한 충성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장마당 세대가 외부 매체와 정보에 익숙하다며, 한국의 드라마 등을 시청한 북한의 많은 젊은이들은 한국사회를 동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이어 장마당 세대는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물건을 사고 판 경험이 많다며, 자본주의에 익숙하고 개인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장마당이 정권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부에 대한 열망을 불어 넣어 성분제도까지 허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통적인 성분 구조가 장마당을 통한 시장화 과정 속에 물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이우영 교수는 과거 ‘VOA’와의 인터뷰에서 장마당 세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우영 교수] “이 (장마당) 세대들은 정말 북한의 어려운 것만 봤고 좋았던 것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들이거든요. 또 이 시기에 교육체제도 좀 허물어졌기 때문에 이념교육이나 사상교육이 굉장히 약하게 들어갔고 반면에 외부 문화와는 접촉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은 아무래도 기존 세대들하고는 좀 다른, 정치사회적 성향을 보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장마당 세대가 북한의 배급망이 붕괴된 전후에 태어나 장마당에 의존해 살았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는 기고문에서 북한에서 주체사상은 죽고 장마당이 부각되고 있다며, 장마당 세대가 북한사회 변화의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