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 석달 이상 대기자 5만7천명...미국민 43% “버그달 병장 석방 협상 잘못”

미국의 주요 뉴스를 살펴보는 ‘워싱턴 24시’ 입니다. VOA 천일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까?

기자) 미국 보훈병원들의 실태를 정밀 진단한 연방보훈처의 자체 감사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보 버그달 미군 병장의 석방 협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미국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학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보훈병원의 실태를 지적하는 보훈처의 공식 감사보고서가 발표됐다고요?

기자) 네. 미국 내 보훈병원들에 대한 보훈처 자체 감사보고서가 어제(9일) 발표됐습니다. 일전에 미군 감찰관실이 애리조나주 피닉스 보훈병원을 대상으로 한 감사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상황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치료차 전국의 보훈병원에 예약한 퇴역군인 5만7천여명이 의사를 만나기 위해 석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환자들의 장기간 예약 대기 실태가 애리조나주 피닉스 보훈병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이번 감사는 731개 보훈병원의 의료진과 행정직원 3천700여명과 면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석 달 이상 대기중인 환자 수가 5만7천여명에 달한 겁니다. 이에 따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퇴역군인 수십 명이 입원대기 기간에 사망하면서 불거진 보훈병원 비리를 둘러싼 비판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다른 보훈병원에서도 예약 대기만 하다가 사망한 경우가 있습니까?

기자) 네. 이번 보고서에서는 예약 대기 환자 가운데 치료나 처치가 늦어져서 사망한 사람은 23명이었던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피닉스 보훈병원 예약 사망자 40명은 아직 의혹 수준이지만 보훈처도 이번에 전국에서 23명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또 아예 의사 면담 일정조차 잡지 못한 퇴역군인들도 많다면서요?

기자) 네. 특별히 중증 질환이나 상해를 당해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군인들은 퇴역한 뒤 보훈병원 의료시스템에 등록해서 건강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지난 10년동안 퇴역군인 6만3천여명은 의사와의 면담 일정조차 잡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환자들의 예약 대기 시간이 그렇게 길어지면 곤란한 것 아닌가요?

기자) 네. 환자들의 예약 대기 시간이 2주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보훈처의 당초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 참여한 보훈병원 의료진과 행정직원들은 이것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사실 대기 기간이 한 달을 넘어 목표치의 두 배 이상 길어진 경우도 24만2천 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진행자) 당초 피닉스 병원은 대기 시간이 짧은 것처럼 조작해서 더 큰 문제가 됐었는데, 다른 병원들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조금 더 사실확인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한데요. 일단 이번 면담에 참여한 보훈병원 담당자의 13%는 상급자 등으로부터 대기 기간이 짧아 보일 수 있도록 면담 날짜를 조작 할 것을 지시 받았다고 시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그리핀 보훈처 감사 대행은 어제(9일) 저녁 연방하원 재향군인위원회 청문회에서 탈법 가능성이 있는 조사 대상 병원을 69곳으로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현재 장기간 대기중인 환자들 가운데 즉각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럴 겁니다. 슬론 깁슨 보훈처 장관 대행은 이번 감사 결과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보훈처 직원들이 전국 재향군인 5만 명을 접촉한 뒤 대기자 명단에서 빼내 신속히 병원으로 보내 진료를 받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보훈처는 현재 추가로 4만 명의 재향군인들과 면담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보훈병원 문제로 결국 에릭 신세키 장관까지 사임하고 말았는데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비현실적인 14일 예약 대기 목표는 즉각 철회하기로 했고요. 보훈병원들의 조작과 비리가 드러난 만큼 올해 병원 업무 평가는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또 일단 보훈처 본부나 21개 보훈처 지역 사무소 관리들의 추가 채용은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환자들의 만족스러운 진료를 위한 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당장 부족한 의료진을 보강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보훈병원들에 대한 외부 기관의 지속적인 감사를 계속 벌이기로 했는데요. 이 모든 조치들이 이행되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BRIDGE #1>

진행자) 탈레반 포로였던 보 버그달 미군 병장의 포로 맞교환 조치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요?

기자) 네. 버그달 병장의 탈영 의혹, 그리고 석방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미국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잘못된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여론 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와 공동으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민 1천 여명을 대상으로 이에 관해 물었는데요. ‘잘못했다’는 답변이 43%인 반면 ‘잘했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버그달 병장을 구출하지 말았어야 된다는 의견이 더 많다는 건가요?

기자) 물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적진에 남은 미군을 미국 정부가 구해야 한다고 답을 했으니까요. 다만 미국민들의 상당수는 탈영 의혹에 휩싸인 버그달 병장을 구하기 위해 탈레반 포로 5명과 맞교환 한 것은 균형을 잃은 협상이라고 보는 겁니다. 아울러 응답자의 64%는 대통령이 이런 협상을 진행할 때 미리 의회에 알려야 한다고 답해, 사전 고지 의무를 위반한 오바마 대통령을 역시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사 역시 응답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랐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파적으로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71%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일 처리 방식에 불만을 나타낸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55%는 협상 결과에 찬성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보면 민주당 지지자라 하더라도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은 겁니다.

진행자) 혹시 군 관련자나 퇴역 군인들의 조사 결과도 있습니까?

기자) 네. 이번 포로 교환을 바라보는 미국 퇴역 군인들의 시각은 일반인보다 더욱 좋지 않았는데요. 은퇴한 군인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6%만이 버그달에게 동정심을 느낀다고 했을 뿐, 33%는 화가 난다며 탈영 의혹을 받는 군인에게 미국 정부가 지나치게 관대한 처사를 베풀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일반 응답자보다 월등히 높은 63%가 잘못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도 새로 발표됐군요?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월간 지지율은 지난달과 같은 44%였습니다. 갤럽의 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51%로 두 달 연속 변동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갤럽은 최근 보훈병원 비리 문제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에 변동이 없는 것은 더 이상 지지율이 내려가지 않는 바닥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편 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월에 41%까지 내려갔지만 지난달까지 완만히 상승했습니다.

<BRIDGE #2>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대학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군요?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9일)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학자금 대출 상환 한도의 제한 범위가 확대됐는데요. 연방정부는 그동안 관련 법으로 특정 조건에 해당할 경우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상환 한도를 월소득의 1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가계 수입의 많은 부분을 대출금 갚는데 소진해 버리면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지난 2007년 이전에 대출을 받았거나, 2011년 10월 이후에 대출을 중단한 사람들도 같은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진행자) 사실 미국 내 많은 가정들이 대학생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해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내 대학 졸업자의 70% 가량이 평균 2만9천400달러의 빚을 지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학자금 대출 때문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가계 소득은 조금 오른데 반해 4년제 공립대학의 수업료는 세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최소 500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볼 수 있게 됐고, 제때 대출금을 갚은 사람들에게는 금전적인 이득을 주는 등 부담을 낮줘 주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민주당이 제안한 비슷한 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백악관 인근의 한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고요?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학자금 조치 반대 소식을 듣고 크게 화를 낸 뒤, 잠시 백악관을 벗어나 인근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 들러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깜짝 외출,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지난달 21일에도 내무부 청사 건물로 향하는 길에 내셔널 몰이라는 공원에 나타났었고, 얼마 전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 인근의 한 음식점을 찾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불시 외출하는데 어떤 의도나 이유가 있는 걸까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자주 백악관을 나서는 것은 집권 2기 이후 자신의 개혁 조치들에 대해 공화당이 번번히 제동을 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대민 접촉을 통해 친근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친서민 정책을 홍보하고 의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