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일본 정부를 비판한 데 이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항구적인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6일 성명을 통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성노예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필레이 대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의 인권이 계속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정하며 항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자신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용감한 여성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배상과 권리 회복 없이 한 명씩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필레이 대표는 일본 군 위안부 문제가 과거사가 아니라 당면한 현재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법정의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정의가 실현되기는 커녕 피해자들은 일본의 공적 인물들의 모욕적 언사와 사실 부정에 직면해 있다고 필레이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가 임명한 연구팀은 지난 6월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안부 여성들이 강제로 동원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본의 일부 인사들은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 전시 매춘부라고 주장했습니다.
필레이 대표는 이런 언행들이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겼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어떠한 공식 반박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필레이 대표는 일본이 지난해 전시 성폭력에 관한 유엔 선언문에 서명했고, 올해 초에는 영국에서 열린 전시 성폭력에 관한 정상회의에서 강력한 지지를 보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그와 동일한 열정을 갖고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서도 포괄적이고 공평하며 항구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일본 군 위안부 문제를 이처럼 강력하게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 정부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상처를 치유하고 이웃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유엔 산하 시민적 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지난 6월 열린 회의에서 일본 정부에 성노예 문제를 조사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본은 또 지난 몇 년 간 다수의 유엔 인권 전문가와 유엔 인권협약기구들, 그리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인권정례검토 UPR 등으로부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이ㄴ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 받았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에서도 남북한과 중국을 중심으로 일본 군 위안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윤병세 장관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것은 반인도적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병세 장관]
일본 정부 고위 인사가 위안부 문제가 날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은 전세계 모든 일본 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다시 한 번 짓밟는 반인도적, 반인륜적 처사라는 겁니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영호 참사관도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한 동안 수많은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가 일본 군의 성노예로 살게 하는 등 반인도 범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김영호 참사관은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대표는 과거사에 대한 이런 비판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일본 대표] "Japan has sincerely faced this facts of history…"
일본 대표는 일본이 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는 역사적 사실에 직면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후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