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진작가가 북한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펴냈습니다. 영어와 독일어, 불어로 출간된 이 책은 북한의 건축과 문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 사진작가 줄리아 리브 씨의 사진집 ‘북한: 익명의 나라’가 지난달 유럽에 이어 이달 중순 미국에서 출간됩니다. 출판사는 전세계 70개 국에서 이 사진첩을 출간한다는 계획입니다.
전세계 80여 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취재 활동을 해온 리브 씨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나라 북한을 들여볼 수 있는 기회를 엿보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관광객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안내원이 따라다니면서 까다로운 사진촬영 규정을 강요했지만 안내원의 눈을 피해 관광객이 찍어서는 안 되는 장면도 가끔씩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줄리아 리브, “North Korea: Anonymous Country” 저자] “As a tourist…”
기자들에 비해 관광객들에게는 안내원의 감시가 그리 심하지 않고, 같이 간 관광객이 2~3 명 밖에 되지 않아 감시도 느슨했다는 겁니다.
관광객들은 군인들을 찍을 수 없지만 리브 씨는 군사행진 연습을 기다리는 군인들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리브 씨는 정치적인 측면 보다는 북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담는데 초점을 맞추고 160 장의 사진을 건축과 문화, 사람이란 주제로 나눴습니다. 건축 부문에서는 주체탑과 개선문 등 체제선전용 기념물과 건물 뿐만 아니라 평양의 고층 아파트와 호텔을 소개했습니다.
벌집처럼 생긴 고층 아파트 앞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총진군, 일심단결을 적은 대형 구호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은 서양인의 눈에는 매우 특이했습니다.
[녹취: 줄리아 리브, “North Korea: Anonymous Country” 저자] “This was very surprising…”
평양 전체가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을 형상화하는 기념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건축물을 통해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주겠다는 발상이 아주 놀랍다는 겁니다.
개성에 갔을 때 큰 도로에 자동차와 사람은 별로 없는데 교통경찰관이 서 있는 모습도 리브 씨에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문화 부문에서는 북한의 아리랑 축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처음에는 수 천 명이 자로 잰듯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지만, 집단 속에서 개인의 존재 의미를 추구하는 북한사회를 아리랑 축전에서 곧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줄리아 리브, “North Korea: Anonymous Country” 저자] “You don’t have…”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 평양에서 수 천 명이 어떻게 제시간에 맞춰 공연에 동원될 수 있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는 겁니다.
리브 씨가 자신의 사진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뤘던 것은 사람입니다. 비록 북한 사람들이 바깥 세상과 단절돼 있기는 하지만 자식 교육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애인 때문에 애가 타는 남성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았습니다.
웃음과 농담을 통해 북한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리브 씨에게 뜻밖의 경험이었습니다.
[녹취: 줄리아 리브, “North Korea: Anonymous Country” 저자] “One time, for example..”
신랑 신부 사진을 찍어주던 사진기사는 리브 씨가 갖고 있던 최신 카메라를 보고 호기심을 보였고, 길거리에서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기던 어린이들은 리브 씨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걸었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거리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버스를 타고 가는 어린이들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진집이 유럽에서 출간된 뒤 독자들은 북한에 대해 더 궁금증이 생겼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리브 씨는 전했습니다. 은둔의 나라 북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오히려 더 궁금한 게 많아진 건 리브 씨 자신이나 독자들 모두 똑같았다는 겁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