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북한 찾는 서방 관광객 증가...외화 유입'

지난해 7월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개선문 인근 기념품 가게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을 방문하는 서방인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쓰는 외화가 북한 주민들과 당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10일자 북한 발 기사에서, 북한을 찾는 서방인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전문 여행업계를 인용해 연간 5천에서 6천 명의 서방인들이 북한을 찾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또, 연간 외국인 관광객의 전체 규모는 10만 명 정도이며, 대부분 중국인들이라고 업계 추정치를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 4월 미국 시민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월 씨와 매튜 토드 밀러 씨가 북한에 억류된 이후 미국인 관광객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외국인 관광이 북한 당국이 매우 필요로 하는 자금을 창출한다며, 비판론자들은 이 자금이 핵 개발에 유입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국민대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이 신문에, “북한 당국은 수 십 년 동안 정치체제를 바꾸거나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숨가쁘게 찾았다”며 외국인 관광 허용은 외화벌이가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서방국가 관광객들의 흥미를 돋우는 건 북한 정치체제의 기이함”이라면서, 하지만 이것만으로 북한 당국이 목표한 연간 1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외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베이징의 북한전문 여행사인 고려 투어스의 사이먼 카커렐 대표는 “북한인들의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 부정적”이라며 “따라서 최대한 많은 북한인들을 최대한 많은 외국인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글로벌 포스트’도 9일자 기사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늘었으며, 서방 관광객 수도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글로벌 포스트’는 북한전문 여행업계를 인용해 연간 5천 명의 서방 관광객들이 북한을 찾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기념품과 식료품을 팔면서 직접적으로 혜택을 누리는 북한 주민들이 분명히 있다는 평양과학기술대학 스티븐 프라이스 박사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가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 얼마나 이익을 주는지는 알 수 없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습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글로벌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하면 평양의 만수대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고개 숙이고 헌화하는 것이 일정에 포함되곤 하는데, 이런 행동이 북한 지도층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은 또 외국인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민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면 북한 당국이 그들의 방문을 허용하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은 `글로벌 포스트’에, 북한 관광은 당국의 외화벌이에 기여해 북한 정권의 심각한 인권 유린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미국의 인터넷 매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도 10일 “다른 곳도 아닌 북한에서 서방 관광객의 수가 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이 매체는 지난 2010년부터 북한이 미국인들의 방문 제한을 풀기 시작했고, 서방 관광객의 수가 매년 늘고 있다며, 한 해 3~5천 명으로 추정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