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시위가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중국 정부에 탈북자 강제북송 정책의 중단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탈북자를 수용하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인권 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이 미국 내 탈북자들과 함께 22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중국이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32주년이 되는 날을 맞아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하는 잔인한 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We are calling for China to end brutal policy ...."
탈북자들은 북송되면 단순히 북한을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수감돼 고문 당하고, 심지어 처형되는 일도 있다는 겁니다.
숄티 대표는 중국이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중국은 탈북자를 북송할 때마다 난민보호 국제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1982년에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했지만 탈북자들에 대해 경제적 유민이라고 주장하면서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숄티 대표는 중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강제북송 정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자들은 한국 헌법 상 한국 국민으로 안정되는데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정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해도 된다는 겁니다.
숄티 대표는 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해외에서 미국행을 기다리는 많은 탈북자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The refugees in Thailand seeking...."
숄티 대표는 특히 태국 수용소의 탈북자들은 미국 입국을 위해 최고 1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신속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 호소했습니다.
지난 7 월 말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미셸 김 씨는 이날 태국 수용소에서 미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미쉘 김 탈북자] ""태국 수용소에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그 어린이들이 하루빨리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를 바랍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워싱턴 시내 차이나타운에 있는 ‘미국-중국 우정의 문’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 정부에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재미탈북연대 조진혜 대표는 해마다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시위를 벌이던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신 중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차이나타운을 시위 장소로 정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조진혜 대표] " 중국 정부가 얼마나 창피한 일을 하고 있는지 중국 사람들이 알아서 우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차이나타운으로 옮겼어요."
한편 북한자유연합은 22일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자들을 구해줄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단체는 먼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중국에 탈북자 강제북송을 중단하도록 촉구하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미국 행을 원하면서 태국 등 제3국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탈북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도 당부했습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청원서에서 탈북자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고려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 강제북송 정책을 중단하고 탈북자들이 유엔 난민최고기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북한자유연합은 22일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로 북송된 탈북자와 체포된 인권운동가들의 명단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북한자유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17 명의 탈북자가 북한으로 강제송환됐고, 2012년에 강제북송된 탈북자 2 명이 지난해 북한에서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