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주장 소년, 스웨덴서 강제추방 위기

스웨덴 이민국이 탈북을 주장하는 소년을 중국 조선족으로 결론 내리고 추방하려는 상황이다. 사진은 스웨덴 스톡홀롬의 북한 대사관. (자료사진)

북한에서 탈출했다고 주장하는 소년이 스웨덴에서 강제추방 위기에 있습니다. 스웨덴 이민국이 이 소년을 중국 조선족으로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이 소년을 북한으로 보낼 가능성이 있다며 구명운동에 나섰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17살인 이 소년은 자신이 북한 회령 출신이며, 7살 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김정일 모독죄로 감옥으로 끌려간 뒤 꽃제비로 살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와 군 생활을 같이 한 돈 많은 장사꾼 아저씨의 도움으로 지난 2013년 3월 탈북했다는 겁니다.

이 소년은 브로커가 알려준 대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밤에 몰래 건넌 뒤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안전가옥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만난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브로커가 만들어준 가짜서류로 극동 러시아로 들어갔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일주일만에 핀란드 국경에 도착한 뒤 트럭 짐칸에 숨어서 스웨덴까지 갔다는 겁니다.

이 소년은 곧바로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적십자를 찾아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웨덴 이민국은 면접심사 결과 이 소년이 북한 출신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스웨덴 이민국의 프레드릭 벵손 대변인은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난민 신청자 본인이 공문서나 난민이 되기까지 경위를 설명해 자신의 출신국가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 소년은 그러질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벵손 대변인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소년의 출신국을 판단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국 출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자문위원은 스웨덴 이민국의 면접조사 녹취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많은 문제가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북한인권시민연합 자문위원] “인터뷰를 하셨던 분은 한국어를 구사하시는 분이었구요,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정보가 좀 부족했다고 봤습니다. 잘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명을 얘기했을 때는 그게 많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서.”

게다가 면접관이 유도질문으로 자유로운 진술이 어렵게 되고 흐름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또다른 면접관은 북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소년의 꽃제비 시절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고 이영환 자문위원은 전했습니다.

이 자문위원은 꽃제비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과 함께 녹취를 검토한 결과 약간의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이 소년이 북한 출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년의 변호인단은 스웨덴 이민국의 손을 들어준 이민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2년 동안 계속 항소를 제기했으며 지난달 말 세 번째 항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스웨덴 이민국의 프레드릭 벵손 대변인은 판결에 영향을 줄만한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 이민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며, 통상 이민법원의 판결이 나기까지 두 세 달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벵손 대변인은 이민국이 이 소년의 국적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접촉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다만 제3국에 국적 확인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절차상 현재 계류 중인 항소에 대한 이민법원의 판결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벵손 대변인은 이민법원이 항소를 기각할 경우 제3국에 국적 확인을 요청하겠지만, 이 나라도 소년의 국적 확인을 못해준다면 조사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주재 한국대사관 측에서 소년의 지문조회를 한 결과 한국 국적자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대로라면 이 소년이 한국에 입국한 뒤 스웨덴으로 가서 난민 신청을 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대사관은 한국 외무부 본부에 문의해 달라며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스웨덴 이민국의 벵손 대변인 역시 한국 정부와 협조관계에 대해서는 비공개 정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자문위원은 최악의 경우 중국 정부가 소년의 국적이 중국임을 확인한 뒤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북한인권시민연합 자문위원] “문제는 뭐냐면 이 아이가 18세 성인이 되는 게 3월입니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굉장히 관용적으로 심사기간을 더 주고 스웨덴 내에서 더 머물도록 정상 참작이 될 수 있었는데, 성인이 되면 가차없이 보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강제절차에 준하게 중국으로 비자 신청을 넣어버렸습니다.”

이 자문위원은 변호인단이 인터넷 상에서 소년을 돕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현재 서명자가 1만4천 명을 넘어섰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소년을 한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이민국에 요구하고 있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건을 유럽연합 차원으로까지 끌고 갈 계획이라고 이 자문위원은 전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