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영병의 중국 민간인 살인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이 접경지대 경비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살인 사건이 벌어진 마을은 주민들이 떠나 버려진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해 말 26살의 북한 병사가 조선족 노인 4 명을 살해한 중국 지린성 허룽시 난핑진 난핑촌 지디둔 마을.
현재 이 마을에는 중국 당국이 설치한 투광 조명등과 감시카메라가 곳곳을 비추고 있습니다. 마을 주변도로는 봉쇄 돼 있고, 몇 안 되는 주민들 외에는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두만강 철책에 대한 순찰은 하루 한 차례에서 두 차례로 늘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이 현지취재를 통해 30일 보도한 내용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난핑촌의 또 다른 마을에서도 지난 9월 20대 북한 남성이 중국인 일가족 3 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며, 각각 가옥 20 채 정도로 구성된 두 마을은 이제 주민들이 떠나 버려진 채로 남아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중 국경지대의 중국인들은 먹을 것을 찾아 중국까지 나온 북한인들에게 곡식과 고기를 기꺼이 내주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살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북한인들에 대한 동정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도 최근 국경지역 취재를 통해 현지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우선 북-중 접경지대의 몇몇 마을 앞에 검문소가 늘어났고, 경비병들이 지나가는 자동차를 모두 세워 승객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특히 약 60 명의 노인들이 살고 있던 지디둔 마을은 이번 살인 사건 이후 텅 비었습니다. 허룽시와 인근 마을들에서 영업하는 한 택시운전사는 이 신문에 지디둔 마을이 버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주민들이 모두 고향을 떠난 자식들이나 친척들 집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접경 마을의 조선족 가정들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나 한국으로 떠나 노인들만 남아있고, 따라서 범죄에 더욱 노출돼 있는 실정입니다.
`글로벌 타임스'는 살인 사건 이후 당국이 입을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허룽시와 난핑촌 당국, 경찰은 언론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고, 룽징시 산허진의 경찰서장은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정서도 악화되고 있다고 `글로벌 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중국 옌볜대 진창이 동북아연구원장은 이 신문에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당시 탈북자들이 중국 접경마을들로 물밀 듯 몰려올 때 중국인들은 찐빵을 들고 길거리에서 탈북자들을 기다리기도 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강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면서 중국인들은 이제 북한인들을 경계하고 있다고 진 원장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