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범 수용소와 관련한 증언 번복으로 논란을 일으킨 탈북자 신동혁 씨가 한 달여 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며, 앞으로 북한인권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동혁 씨는 16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증언 번복으로 다른 탈북자들의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았음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당시 자신으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6년에 잊거나 숨기고 싶은 이야기 일부를 밝히지 않기로 의도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신 씨는 수용소에서의 고문이나 어머니와 형의 처형으로 이어졌던 자신의 고백에 대한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신 씨는 자신이 태어나 2005년 탈출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 완전통제구역인 14호 수용소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6살 때 어머니, 형과 함께 18호 수용소로 이송돼 몇 년 간 살다가 다시 14호 수용소로 옮겨졌다고 번복했습니다.
신 씨는 증언 번복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너무 힘들어 자살도 생각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신 씨는 앞으로 더 이상 증언 번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다른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혼자 만의 비밀로 간직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모든 것을 역사가 입증하면 그 때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밖에 신 씨는 직접 고통 속에서 산 북한 주민들이 북한 사정을 가장 잘 안다며, 앞으로 유엔 조사관들이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면 자신도 방북단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신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도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그 날이 올 때까지 내가 중단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을 것임을 북한 정권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신 씨는 지난달 19일 자서전의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현 시점에서 정치범 수용소 철폐 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도, 계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 씨의 자서전 ‘14호 수용소에서의 탈출’의 저자인 블레인 하든 전 `워싱턴포스트' 신문 기자는 신 씨가 핵심 내용을 번복한 것은 정신적 외상과 고문, 부끄러움 탓이었다고 밝혔습니다.
15일자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하든 씨는 신 씨 자서전 ‘14호 수용소에서의 탈출’의 새로운 서문에서, 신 씨가 수용소에서 당한 고문을 있는 그대로 다 진술하기에 너무 고통스러워 일부 얘기를 바꾸고 생략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든 씨는 일부 증언이 번복됐다고 해서 신동혁 씨가 고문 당한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며, 신 씨의 몸에 남아 있는 상처가 바로 그 명백한 증거이고, 이는 의사들의 검증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하든 씨는 신 씨가 앞으로 또 증언을 더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든 씨는 신 씨가 이번에는 진실만을 말했다고 밝혔지만 유감스럽게도 신 씨는 과거에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따라서 또 다른 증언 번복을 기대하는 것이 신중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