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은 요즘 ‘퇴비전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한 세대 당 1t의 퇴비를 만들어 농촌에 보내야 한다고 하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1-2월 겨울철은 ‘퇴비전투’ 기간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의 보도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농촌을 힘있게 지원하자고 평양시의 분토 집중수송을 조직했는데…”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겨울철에 퇴비를 만들어 농촌에 보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살다가 지난 2003년 한국으로 망명한 김영순 씨입니다.
[녹취: 김영순] “`도시가 농촌을 농촌이 도시를'이라는 구호 아래 겨울철은 거름을 내내 만들어 농촌에 갖다 주는 것이 일과예요.”
북한 주민들은 한 세대 당 인분과 흙을 섞은 1t 분량의 퇴비를 만들어 바쳐야 하기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김영순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순]“한 세대 당 한 톤이에요, 겨울철 내내.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동사무소에서 이런 말도 했어요, 한 톤을 먹어야 한 톤을 싸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서울에 살고 있는 탈북자 김승철 씨는 애써 모은 인분을 훔쳐가는 얌체 도둑을 막기 위해 위생실 (화장실)에 자물쇠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주민들이 안 바칠 수 없게끔 북한 당국이 닦달질을 상당히 하기 때문에, 내야 하니까, 변소에 문을 채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인민반장에게 뇌물을 주거나 아예 장마당에서 거름을 사서 바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퇴비 공출을 강요하는 것은 비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박사입니다.
[녹취: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90년대 초 사회주의 동맹권이 몰락하면서 외부 에너지 수입이 줄면서, 비료도 에너지 산업인데, 원료 공급이 안되니까 비료 생산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퇴비 공출은 북한의 영화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지난 2011년에 제작한 영화 ‘분조의 주인’ 의 한 대목입니다.
[녹취: 분조의 주인] “한 해 농사에서 기본은 퇴비고 퇴비는 그 해 쌀 생산량이라고 말들은 잘하는데, 덕삼 아바이처럼 2t 반 초과하는 동무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동무들은 미달도 하고 있단 말이요. 미달.”
북한 당국은 이렇게 주민들로부터 거둔 수 만t의 퇴비를 농촌에 보내고 있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권태진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일종의 유기질 비료인데, 인분은 예를 들어 유안비료 한 푸대는 같은 무게의 인분 4-5 푸대를 사용해야 화학비료 한 푸대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00년부터 7년 간 북한에 매년 20-30만t의 비료를 지원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천안함 공격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대북 비료 제공을 중단했습니다.
북한은 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서 비료를 수입하는 한편 이른바 ‘주체기술’로 만든 비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권태진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1년에 적어도 150만t 정도의 비료가 필요한데, 지금 생산량이 30만-50만t 정도고,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인 20만t 전후고, 그러니까, 생산량과 수입량을 합치면 50-70만t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필요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죠.”
한편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에 비료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열린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북한의 농촌개발을 위해 비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