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북한, 지난해 50건 이상 사형 집행'

북한 평양의 법원 건물. (자료사진)

북한에서 지난해 적어도 50 건의 사형이 집행됐다고 국제 인권단체가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북한이 사형선고를 지나치게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1일 발표한 연례 ‘2014년 사형 선고와 집행 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에서 50건 이상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이 단체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극도로 제한돼 있어 북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믿을만한 보고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같이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50 명이란 숫자는 크게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는 그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금지된 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 시청, 부정부패, 부적절한 성관계 등 다양한 죄목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사형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여기에는 당과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도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사형제도 전문가인 치아라 산조르지오 연구원은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사형 선고를 남발하고 있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산조르지오 연구원] "Death Penalty can only impose for intentional killing…"

국제법에 따르면 사형은 고의적인 살인 등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내려질 수 있는 형벌이지만 북한은 이런 국제적 기준과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산조르지오 연구원은 또 북한 당국이 북한 법률에 따라 사형을 선고할 수 없는 범죄들에도 계속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지난해 외국인들과의 불법적인 전화 접촉, 마약 사용과 거래, 인신매매 등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최종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당국이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정치적인 범죄나 다른 범죄들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주기적으로 공개처형을 실시하는 정책을 통해 일반 주민들에게 공포를 주입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공개처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 UPR 심사 때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의정서 비준과 사형제도 폐지를 목표로 한 사형집행 유예를 권고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산조르지오 연구원은 북한 당국에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즉각적인 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산조르지오 연구원] We urge the authority to immediately disclose information what is happening….

사형제도와 관련한 북한 내 상황을 공개하고, 사형집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산조르지오 연구원은 또 북한이 법률을 국제인권법 기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전세계 사형집행 건수가 6백7건으로, 전년보다 22%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사형 선고는 2천4백66 건으로 오히려 28%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에는 사형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의 사형 집행과 선고 건수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중국의 사형 집행 건수가 나머지 모든 국가의 사형 집행 건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