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 사건

지난 2012년 9월 리비아의 벵가지 미국 영사관이 습격을 당한 후 사건 현장.

미국 주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부지영 기자와 함께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 사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벵가지 사건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반이 지났는데, 여전히 클린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네요.

기자) 네, 한 나라의 대사, 그것도 미국 대사가 외국에서 공격을 받고 숨진 사건이기 때문인데요.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어서, 공화당이 클린턴 후보의 약점으로 공격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당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를 포함해서 미국인 4명이 숨졌는데요. 먼저 사건 전개 과정을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2012년 9월 11일에 일어난 일인데요. 바로 9.11 테러 사건,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미국인 수천 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지 1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리비아 동부 도시 벵가지를 방문하고 있었는데요. 리비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비축해 놓은 무기를 찾는 문제를 논의하고, 새로 미국 문화원을 열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날 밤 9시 40분쯤 스티븐스 대사가 있던 미 영사관 밖에서 총성과 함께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무장괴한 수십 명이 총기와 수류탄으로 영사관을 공격하면서 불까지 질렀는데요. 스티븐스 대사와 션 스미스 공보관이 재빨리 안전실로 대피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진행자) 무장괴한들이 안전실까지 들어온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안전실은 강철 막대로 튼튼하게 돼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무장괴한들이 지른 불로 연기가 퍼지면서 질식한 겁니다. 새벽 1시 넘어 트리폴리에서 온 미국 구조대가 도착해서 스티븐스 대사 등 영사관 구내에 있던 미국인 30명을 구출했는데요. 하지만 스티븐스 대사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 판정을 받았고요. 스미스 공보관 역시 숨졌습니다.

진행자) 당시 무장괴한들이 영사관 인근의 미 중앙정보국 사무실 건물, CIA 건물도 공격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새벽 4시경이었죠. 무장괴한들이 박격포로 건물을 공격하면서, 미국인 CIA 직원 2명이 숨지고 다른 2명이 다쳤습니다.

진행자) 자, 이렇게 밤새 미국 영사관과 CIA 사무실 건물이 공격 당하면서 미국인 4명이 숨졌는데요. 워싱턴에서는 언제 보고를 받았나요?

기자) 네, 공격이 시작된 직후에 스티븐스 대사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미 대사관에 연락했고요. 자정 넘어서 국무부가 백악관에 알렸다고 합니다. 새벽 4시에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벵가지 습격 사건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몇 시간 뒤에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규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사건을 주도한 세력이 밝혀졌습니까?

기자) 네, 처음에는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소행이란 얘기가 있었는데요. 리비아의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미 당국이 안사르 알-샤리아의 벵가지 지부 고위 간부인 아흐마드 아부 카탈라를 체포했는데요. 카탈라는 벵가지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으로 이송됐습니다. 살인 등 18가지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유죄로 판명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진행자) 무장괴한들이 미 영사관을 특별히 공격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뭘까요?

기자) 어떻게 보면 영화 한 편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아랍 지역에 반미 정서가 팽배해 있었는데요. 벵가지 사건이 일어나기 몇 달 전에 ‘무슬림의 순진함’이란 영화가 인터넷에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무슬림의 순진함’은 이집트계 미국인이 제작한 14분짜리 짧은 영화인데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동성애자로 묘사하는 등 이슬람을 모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슬람 신자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 영화 때문에 리비아와 예멘 등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가 벌어지던 상황에서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 사건이 일어난 겁니다.

//Sting//

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 대사관이 무장괴한들의 공격을 받은 사건도 있었죠?

기자) 네, 한국인들은 무사했지만, 현지 경비원 2명이 숨졌습니다.

진행자) 리비아 상황이 불안하긴 한데, 다른 곳이라고 해서 크게 안심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초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에서 피습당한 사건이 있었고요.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는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는데요. 외국에 나가서 일하는 미국 외교관들, 얼마나 안전한 겁니까?

기자) 사실 미국 외교관이나 군인들은 세계 각국에서 공격의 표적이 돼왔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대사가 외국에서 공격 당해 사망한 경우는 여섯 번에 달하는데요. 1970년대에 수단 주재 미국 대사와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가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무장 세력에 살해되는 등 대부분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에 벵가지 사건이 일어나면서, 스티븐스 대사가 목숨을 잃은 겁니다.

진행자) 네, 이 벵가지 사건이 일어난 뒤, 미 의회 상하원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청문회를 열면서 조사를 벌였죠?

기자) 네, 보고서도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1월에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데 이어서, 11월에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 당이 협력해서 낸 보고서인데요. 상원과 하원 보고서 내용이 비슷합니다. 일단 예방 가능한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진행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리비아 상황이 위험하다는 충분한 정보가 있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먼저 1월에 나온 상원 보고서는 국무부 실책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당시 현지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었고 추가 경비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는데, 국무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거죠. 또 아프리카 주둔 미군 사령부가 보안팀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스티븐스 대사가 이를 거부하는 등 일정 부분은 숨진 대사에게도 책임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하원 보고서 내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CIA 등 정보 당국은 제 할 일을 했고, 별 잘못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역시 벵가지 영사관 경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국무부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상원과 하원 모두 국무부 잘못을 지적했군요. 그래서 결국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화살이 가는 거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 경선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벵가지 사건을 가리켜서 “새벽 3시에 걸려온 전화를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받지 않은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진행자) 새벽 3시에 걸려온 전화라니 무슨 얘기죠?

기자) 네, 새벽 3시 전화는 2008년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에 클린턴 후보 측에서 사용한 텔레비전 광고 문구입니다. 당시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클린턴 후보가 경쟁 상대였던 바락 오바마 후보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기 위해서 사용했는데요. 만약 새벽 3시에 긴급 전화가 걸려온다면, 오바마 후보는 비상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지만, 클린턴 후보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랜드 폴 의원이 바로 그 광고를 예로 들면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제대로 비상 상황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겁니다.

진행자) 아직 의회 조사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죠. 여전히 벵가지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지난해 벵가지 사건 조사를 위한 하원 특별위원회가 구성돼서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얼마 전에 클린턴 전 장관이 재임 당시에 국무부 공식 전자우편이 아니라, 개인 전자우편을 사용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지 않았습니까? 이 벵가지 특위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벵가지 사건 관련 전자우편 서버를 넘기라고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특위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또 이 사건이 클린턴 전 장관의 대권 도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 사건 알아봤습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