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목 선이수제와 대학수학능력 평가시험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튼의 한 고등학교에서 SAT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자료사진)

미국 주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부지영 기자와 함께 AP와 SAT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안녕하십니까?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AP와 SAT, 모두 교육 관련 용어죠. 미국 고등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처럼 여겨지는 단어가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무래도 자녀 교육이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일 겁니다. 북한에서도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탈북자들 얘기를 들어보면요.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과외도 시키고요. 심지어 뇌물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네, 김일성 종합대학이나 김책 공업대학 같은 곳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하죠. 들어가기가 무척 힘들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 최고의 명문인 이런 대학에 들어가려면 공부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요. 출신 성분도 좋아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어떨까요?

진행자) 일단 공부는 잘해야 하겠죠.

기자) 맞습니다. 대학 입학 사정관들이 운동이나 음악 같은 특기나 봉사 활동 등도 보지만요. 먼저 학업 성적을 보는데요. 사정관들 눈에 들려면, 일단 이걸 많이 들어야 하고요. 또 이 점수가 높아야 합니다.

진행자) AP와 SAT 얘기군요. AP를 많이 들어야 하고, SAT 점수가 높아야 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올해 아이비리그 8개 대학에 모두 합격한 한 학생을 예로 들어 드리면요.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는 이 학생은 AP 과목을 13개 들었고, 2,400점이 만점인 SAT 시험에서 2,390점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니까, 평소 학과목 성적이 높은 건 당연하겠죠? 덕분에 아이비리그뿐만 아니라, 스탠퍼드, MIT, 듀크 등 지원한 14개 대학에 모두 합격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AP 과목을 많이 들어야 대학 갈 때 유리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요. 이 AP 과목이란 게 정확하게 뭔가요?

기자) AP는 Advanced Placement의 약자입니다. 대학과목 선이수제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요. 한 마디로 대학에서 듣는 과목을 고등학교 때 미리 듣는 겁니다.

진행자) 고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에 충실하면 되지, 대학 과목을 미리 들어야 할 필요가 뭔지 모르겠네요.

기자) 네, 그 때문에 논란이 있기도 한데요. 원래 AP 과목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우수한 학생들, 다소 고등학교 과정이 지루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미리 대학 과목을 이수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AP 과목을 들으면 학년 말에 가서 시험을 치게 되는데요. 시험 점수가 1에서 5까지로 나오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좋습니다. 보통 3 이상을 받으면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 주죠. 앞서 말씀 드린 학생은 AP 과목을 13개 들었고, AP 시험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 학생은 13개 대학 과목의 학점을 모두 따고 들어가는 겁니다.

진행자) 이렇게 대학 학점을 미리 땄을 때 좋은 점은 또 뭔가요?

기자) 일단 대학을 빨리 졸업할 수 있습니다. 보통 4년인 대학 과정을 3년 반, 심지어 그보다 더 빨리 마칠 수도 있는 거죠. 미국은 대학 등록금이 무척 비싼데요. 빨리 졸업하면, 그만큼 등록금을 절약할 수가 있겠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겁니다. 또 AP 과목들을 보면, 영어와 수학, 외국어, 역사, 과학 같은 교양 과목들입니다. 이런 필수 교양 과목을 고등학교 때 미리 들어놓으면, 대학에 들어갔을 때 전공과목에 집중할 수 있고요. 다른 관심 가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집니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기도 수월하겠죠.

진행자) 그런데 요즘에는 AP 과목을 듣는 학생이 참 많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대학에 지원할 때 AP를 많이 들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학 입학 사정관들은 고등학교 학과목 평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무조건 학점이 높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얼마나 어려운 과목을 들었는가, 이 점도 고려합니다. 어려운 과목에 도전하는 정신을 높이 사는 건데요. 물론 대학마다 달라서, AP 과목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 대학도 있지만요. 대부분 대학에서 AP를 많이 들은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줍니다. 그래서 AP를 들을 능력이 안 되는데, 무리해서 듣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진행자) 기껏 AP 과목을 들어놓고 낙제점을 받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많은 학교에서 자격을 갖춘 학생에게만 AP 과목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일단 성적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하고요. 교사 추천을 받아야 하기도 합니다. 또 미리 시험을 쳐서, 시험에 합격한 학생만 AP 과목을 들을 수 있게 하는 학교도 있죠. 그래서 여기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는데요. 학생이 어려운 과목에 도전하고 싶다고 하면 그냥 허락해 줘야지, 그걸 학교에서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AP 과목을 들은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공부를 더 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요. 이 AP 과목이 학생들뿐만 아니라, 미국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AP 과목을 많이 제공하는 학교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학교, 좋은 학교로 생각돼서, 동네 집값이 올라간다고 하네요.

진행자) 미국에서도 부동산 거래를 할 때, 학군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AP 말고 IB라는 것도 있던데, IB는 또 뭔가요?

기자) 네, IB 역시 AP처럼 고등학생들에게 좀 더 도전이 되는 과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취지는 같은데요. IB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로 한국말로는 국제 인증학점이라고 합니다. IB 과목을 듣고 수료증을 받으면, AP처럼 대학 진학할 때 유리한 평가를 받게 되는 거죠. 차이점이라면 AP는 그 과목을 듣지 않아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반면에, IB는 2년 이상 그 과목을 들어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아직 AP가 대세인데요. AP 과목을 제공하는 고등학교 수는 1만4천 개에 달하지만, IB 과목을 제공하는 1천 개도 되지 않습니다.

//Sting//

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자, 이번에는 SAT 알아볼까요?

기자) 네, SAT는 Scholastic Aptitude Test의 약자로 대학수학능력 평가시험을 말합니다. 북한에서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일종의 예비 시험인 국가졸업시험을 먼저 봐야 한다고 하죠. 이 시험 결과에 따라서 대학 추천을 받고, 추천 받은 대학에 가서 본 시험을 치른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각 대학이 주관하는 입학시험은 없고요. 대학에 진학하려면 보통 이 SAT란 시험을 봅니다.

진행자) 한국에도 수능시험이라고 비슷한 시험이 있는데, 단 한 번만 볼 수 있다고 하잖아요. 단 하루 시험에 운명이 달린 건데요.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죠.

기자) 네, 1년에 일곱 번 정도 SAT 시험이 시행되는데요. 신청비만 내면 몇 번이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학생이 두세 번은 보는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 제일 잘 나온 점수를 대학에 보내면 되는 거죠.

진행자) 세 번 시험 봤다면서, 세 번 본 점수를 모두 보내는 학생도 있던데요.

기자) 네, 대학마다 SAT 점수를 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총점을 보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영역별로 제일 높은 점수를 보는 대학도 있습니다. 또 시험 볼 때마다 성적이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성적 추세를 고려하는 대학도 있습니다.

진행자) SAT 시험 방식이 내년부터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만, 현재 방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SAT는 논리력 시험인 SAT I과 과목 시험인 SAT II, 두 가지가 있는데요. 보통 SAT 하면 SAT I을 얘기하는 겁니다. 현재 SAT I은 영어 독해와 쓰기, 수학, 이렇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한 과목당 800점이 만점입니다. 세 영역 합쳐서 학생들 평균이 1,600 점 정도라고 하니까, 2,000점 이상이면 시험을 잘 본 거라고 할 수 있고요.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같은 명문 대학 입학생들의 SAT 평균 점수는 2,200점이 넘습니다. 내년부터는 SAT 방식이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영어 쓰기 영역이 폐지돼서, 1,600점이 만점이 되고요. 작문이 선택 사항으로 바뀝니다. 또 시험에 나오는 영어 단어나 수학 범위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하네요.

진행자) SAT II가 과목 시험이라고 했는데, SAT II도 봐야 하는 겁니까?

기자) 반드시 봐야 하는 건 아닙니다. 역시 대학마다 다른데요. 두 과목에서 세 과목 정도 SAT II 시험을 요구하는 대학도 있고요. 전혀 요구하지 않는 대학도 있습니다. SAT II 시험 과목은 영어, 수학, 과학, 역사, 외국어 등 다양한데요. 한국어 과목도 있습니다.

진행자) SAT 말고 ACT란 시험을 보는 학생도 있잖아요?

기자) 네, ACT는 American College Test의 약자로 대학 입학 학력고사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요. SAT가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 보는 시험이라면, ACT는 고등학교 공부를 어느 정도나 이해했느냐, 이걸 보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CT 점수가 더 잘 나오는 학생도 있고, SAT 점수가 더 잘 나오는 학생도 있고, 학생에 따라서 다르다고 하는데요. 요즘에는 SAT와 ACT, 둘 다 받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이 두 시험을 모두 보기도 합니다.

진행자) 네, 가끔 한국이나 아시아 몇몇 나라에서 SAT 시험 문제를 빼돌리는 등 부정행위가 일어나서 논란이 일곤 하는데요. 물론 시험 부정행위는 나쁜 거지만, 그만큼 SAT가 중요한 시험이란 걸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AP와 SAT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