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만평대회 총격...공화당 인사들 잇단 대선 출마

4일 미국 텍사스 주 총격 현장에서 FBI 수사관들이 경찰에 사살된 용의자와 용의자 차량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먼저 텍사스 만평대회장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소식 자세히 전해 드리고요.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 경영자와 유명한 흑인 의사 벤 카슨 박사가 대권 도전을 선언한 데 이어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역시 이 대열에 동참할 예정이란 소식 전해 드립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소수계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비영리 단체를 공개한 소식도 준비돼 있습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무슨 일인지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텍사스 주 댈러스 시 외곽에 있는 갈랜드란 곳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이곳에서 지난 일요일, 3일에 반 이슬람 단체 주최로 무함마드 만평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대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저녁 7시경에 무장괴한 두 명이 자동차를 타고 나타나서,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에게 총격을 가한 겁니다. 다른 경찰관들이 즉각 응사하면서, 무장괴한 두 명은 현장에서 사살됐고요. 총격을 당한 경비원은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괴한들이 자동차에 폭탄을 감춰 놓았을 것을 우려해서 특수기동대가 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사망한 무장괴한들의 신원이 밝혀졌나요?

기자) 네, 두 사람은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같은 아파트를 쓰는 사이였다고 하는데요. 한 사람은 올해 34살인 나디르 수피란 이름의 남성이고, 다른 한 사람은 31살인 엘튼 심슨이란 이름의 남성이라고 합니다. 이 심슨이란 남성은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의 테러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ABC 방송은 FBI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서, 몇 년 전에 심슨이 테러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0년에 심슨이 테러단체에 가입하기 위해서 아프리카로 갈 계획을 세웠다가, 연방 수사관에게 이를 숨기고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다. 당시 담당 판사는 테러 관련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실형을 내리지 않았고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진행자) 심슨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동기가 뭘까요?

기자) 아직 확실한 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극우파 네덜란드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의원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는데요. 빌더르스 의원은 네덜란드가 이슬람 이민자 유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등 이슬람 과격주의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온 인물입니다.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과격단체는 빌더르스 의원을 제거해야 할 인물 명단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또 일요일에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에 앞서, 이번 행사를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누가 그런 글을 인터넷에 올렸는지 밝혀졌나요?

기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와 연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들인데요. 아직 확실한 건 알 수 없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일요일에 ‘텍사스 공격’이란 단어가 인터넷 메시지에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수사 당국은 심슨이 이 트위터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ISIL과 연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우리 형제 두 사람이 텍사스의 무함마드 만평대회장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알리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반 이슬람 단체가 이번 만평대회를 주최했다고 했는데, 어떤 성격의 행사였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자유수호단(AFDI)이란 단체가 주관한 행사인데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만평 그리기 대회였습니다. 상금 1만 달러가 걸린 이번 대회에 출품된 작품 수는 350 편에 달했는데요. 이슬람교는 예언자 무함마드를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묘사하는 것을 우상숭배라면서 철저하게 금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 이번 사건을 앞두고 논란도 많았고,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컸습니다. 그래서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 행사장에 들여보내는 등 철저한 보안 검색이 이뤄졌고, 경찰도 대거 배치됐습니다

진행자) 지난 1월에 프랑스 풍자신문사 샤를리 엡도에서 총격 테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침입한 무장괴한들이 총격을 가해서, 편집장과 만평가를 포함해 12명이 사망했는데요.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만평을 실었다는 게 이유였죠. 그런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미국자유수호단이 이런 행사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파멜라 겔러 미국자유수호단 회장은 최근 다른 나라에서 무함마드 만평과 관련해 폭력 사태가 일어난 것을 보고, 이번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미국은 과격한 이슬람주의자들의 협박을 절대로 겁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번 행사를 주최했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 총격 사건은 더더욱 이런 행사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자유수호단은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 인근에 이슬람 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등 미국에서 이슬람 관련 계획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여왔습니다.

진행자) 네덜란드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의원이 이날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는데, 연설은 했습니까?

기자) 네, 빌더르스 의원이 행사장을 빠져나간 뒤에 총격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빌더르스 의원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냈고요. “펜과 그림은 칼보다 강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절대로 야만적인 행동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이슬람이 언론의 자유를 빼앗아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대회에서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은 우승 작품은 어떤 작품이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예언자 무함마드가 칼을 휘두르면서 “넌 날 그리지 못해”라고 말하자, 만평가가 “그러니까 내가 널 그리는 거야”라고 답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보쉬 퍼스틴이란 젊은 만화가가 그린 작품인데요. 퍼스틴은 미국에서 이슬람 신자 부모 아래 이슬람교를 믿으면서 자랐는데요. 자라면서 이슬람교가 주는 메시지에 반감을 느끼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는 이슬람을 믿지 않고 있고요. 오히려 이슬람 성전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는 등 반 이슬람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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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헤드라인 듣고 계신데요. 두 번째 소식 보겠습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 경영자가 공화당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공화당 정치인 수가 점점 늘고 있네요.

기자) 네, 칼리 피오리나 전 회장이 이곳 시간으로 월요일 4일 아침에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피오리나 전 회장은 이날 A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같이 밝혔는데요. 자신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기 때문에, 대통령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피오리나 전 회장은 휴렛-팩커드 사의 첫 여성 최고 경영자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인물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기자) 네, 피오리나 전 회장은 말단 비서에서 최고 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인물인데요. 소수계나 여성이 고위직에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보이지 않는 벽, 이른바 유리 천정을 뚫고, 1999년에 컴퓨터 회사 휴렛-팩커드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면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피오리나 전 회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최고 경영자 시절에 다른 컴퓨터 회사 컴팩과의 합병이 실패작으로 드러나면서, 2005년에 밀려나다시피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왔고요. 당시 2천만 달러가 넘는 퇴직 수당을 받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피오리나 전 회장이 정치에 관심을 보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2008년에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일이 있고요. 2010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바바라 박서 상원의원에 도전했다가 패하기도 했습니다. 피오리나 전 회장은 지금까지 내년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두 번째 여성이자, 유일한 여성 공화당 경선 주자이기도 한데요. 같은 여성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서, 날 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벵가지 미 영사관 공격 사건과 클린턴 재단 기부 내용, 국무장관 시절 전자우편 등 투명하지 못한 점이 많다면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진행자) 피오리나 전 회장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받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지지 세력이 큰가요?

기자) 아직은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오리나 전 회장은 이번 주에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돌면서 지지를 호소할 예정입니다. 피오리나 전 회장이 여성 공화당 경선 후보로 관심을 끄는 가운데, 흑인 공화당 후보도 나왔습니다. 은퇴한 신경외과 의사 벤 카슨 박사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건데요. 카슨 박사는 1980년대 말에 머리가 붙은 채로 태어난 샴쌍둥이를 성공적으로 분리하는 수술을 해내서 유명해졌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인 것처럼 흑인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카슨 박사는 공화당 후보로 나왔네요.

기자) 네, 그래서 흑인 사회가 좀 당황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그 동안 카슨 박사는 흑인들의 영웅으로 꼽혔습니다. 가난한 편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세계 최고의 의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우뚝 섰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최근 카슨 박사가 공개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제도를 공격하고 동성애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등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더니 급기야 공화당 경선 후보로 나서자,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카슨 박사까지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화당 경선 후보 수가 5명으로 늘어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랜드 폴 상원의원을 포함해서 5명인데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역시 5일 화요일 중에 공화당 경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매우 보수적인 성향인 허커비 전 주지사는 지난 2008년에도 공화당 경선에 도전한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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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오늘 마지막 소식 보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소수계 청년과 남자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비영리 단체를 발족한다고요.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뉴욕 브롱크스의 레만 대학에서 흑인 청소년과 히스패닉계 청소년 대표들을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 ‘내 형제를 지키는 사람들 연맹’이란 새로운 비영리 단체를 발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흑인과 히스패닉 청소년을 돕기 위한 단체라고 하는데요. 소수계 남자아이들의 읽기 실력 향상과 고등학교와 대학교 진학 준비, 폭력 방지 계획 등 여러 지역 사회 계획을 지원하게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소수계 남성을 위한 기회가 부족하다면서, ‘내 형제를 지키는 사람들’이란 계획을 시작했는데요. 이번에 같은 이름의 비영리 단체까지 설립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관련 사업이 계속될 수 있는 길이 마련됐습니다.

진행자) 이런 계획을 운영하려면 비용이 들기 마련인데, 그 예산은 어디서 나오나요?

기자) 민간 기업이 기부한 돈으로 운영됩니다. 미국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선방송 BET 등 여러 기업이 기부하기로 약속한 금액이 이미 8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 회계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지낸 조 에치바리아 씨가 회장으로 이 연맹을 이끌어 나가고요. 전 프로 농구 선수 알론조 모닝, 유명 가수 존 레전드 등이 이사로 활동하게 됩니다. 또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샤킬 오닐 전 프로 농구 선수 등의 이름이 자문위원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 볼티모어에서 흑인 청년이 경찰 구금 중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죠. 항의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면서 볼티모어 시에 비상사태가 선포됐고요.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려지지 않았습니까? 관련 경찰관 6명이 기소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인데요. 시기 적절하게 이런 단체 설립 소식이 나왔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요일에 볼티모어 시장이 야간 통행금지령을 해제하고 비상사태 선포로 동원됐던 주 방위군 병력이 철수하면서, 볼티모어 시가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인데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소수계와 경찰 간의 관계가 “느린 속도로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 사회의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내 형제를 지키는 사람들’ 계획을 이끄는 브로데릭 존슨 씨는 볼티모어 출신으로서 이번 주에 이런 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이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는데요. 이 계획은 소수계 젊은이들이 문제 덩어리가 아니라, 해결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