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오산에 있는 미군 기지에 최근 탄저균이 배달됐다고 합니다. 이 탄저균은 미국 본토에 있는 군 연구소에서 연구 목적으로 주한미군 기지에 보냈다고 하는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 주제는 바로 ‘탄저균’입니다. 김정우 기자? 탄저균이 반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죠?
기자) 그렇습니다. 왜 그러냐면 탄저균이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병원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인데요. 흔히 ‘백색 가루의 공포’라고도 불리는데요. 사람이 탄저균을 들이마시면 탄저균이 폐에 들어가서 폐를 망가뜨리고 결국엔 호흡이 곤란해져 사람이 죽게 되는데요. 감염되고 나서 빨리 치료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무서운 병원균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탄저균’이란 이름이 붙여진 겁니까?
기자) 네. ‘탄저’에서 ‘탄’은 석탄을 뜻하고요. ‘저’는 악성 종기나 부스럼을 말하는데요. 탄저균이 사람 몸에 닿으면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검은색 딱지가 앉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영어로 탄저균을 ‘Anthrax’라고 하는데 ‘Anthrax’는 ‘석탄’을 뜻하는 그리스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진행자) 아까 탄저균이 ‘백색 가루의 공포’로도 불린다고 했는데, 십수 년 전에 이 탄저균 때문에 미국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9·11 테러가 난 2001년에 탄저균이 담긴 우편물 때문에 미국 전역이 공포에 떤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당시 상황을 다시 한번 정리해볼까요?
기자) 네. 9 11테러가 나고 일주일이 지난 뒤에, 그러니까 2001년 9월 18일에 탄저균이 들어있는 편지가 처음으로 미국 안에서 배달됩니다. 그러다가 10월 4일 플로리다 주에 있는 아메리칸 미디어사에서 일하던 밥 스티븐슨 씨가 탄저균을 들이마신 뒤에 병원에 들어오는데요. 스티븐슨 씨는 다음날 병원에서 숨집니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같은 플로리다 주에서 탄저균에 감염된 사람이 더 나왔고요. 또 탄저균 편지가 더 발견됐는데요. 그러자 연방수사국, FBI가 수사를 시작합니다.
진행자) 그러다가 탄저균이 플로리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뉴욕시와 뉴저지 주에서도 탄저균에 감염된 사람이 나오는데요. 이런 가운데 10월 15일 톰 대슐 당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 탄저균이 들어있는 편지가 배달됐다고 밝혀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상원 의원 사무실이라면 수도 워싱턴 디시에 있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의회에 들어가는 우편물을 처리하는 우체국에도 난리가 났는데요. 당시 이 우체국에 있던 직원 2천 명이 황급하게 대피했고요. 해당 시설은 거의 2년 동안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우체국 소속 직원 2명이 탄저균에 걸려서 목숨을 잃는데요. 그러다가 10월 말에 뉴욕시에서 1명, 그리고 11월 말에는 코네티컷 주에서 또 1명이 탄저균 때문에 사망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결국 5명이 탄저균 테러로 목숨을 잃은 거네요?
기자) 네. 당시에 모두 22명이 감염됐는데, 이 가운데 5명이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FBI가 범인이 누군지는 밝혀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용의자는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미 육군 전염병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미생물학자 브루스 아이빈스 박사였습니다. FBI는 편지에서 나온 탄저균을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아이빈스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는데요. 하지만 아이빈스 씨는 FBI가 수사망을 좁혀오자 2008년 7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 탄저균 테러는 브루스 아이빈스가 혼자 저지른 짓이었나요?
기자) 네. 연방 법무부가 관련 기관과 함께 조사한 결과가 2010년에 보고서로 나왔는데요. 법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아이빈스 박사 혼자서 탄저균 편지를 보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립과학협회가 구성한 조사위원회도 2011년 2월에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위원회는 과학적인 증거를 봐서는 브루스 아이비스 박사가 범인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증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 2001년 탄저균 테러 사건 이후에도 미국 안에서 하얀 가루가 든 우편물이 나왔다고 해서 종종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이 사건 이후에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렸죠?
기자) 그렇습니다. 탄저균 테러가 났던 지난 2001년에 생물학 무기 방어 연구에 미국 정부가 약 2억7천만 달러를 썼는데요. 2003년에 이 예산이 약 37억 달러로 껑충 뛰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Anthrax’ ‘탄저균’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지난 2001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탄저균을 대량파괴무기로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탄저균은 생물학무기 같은 대량파괴무기나 테러에 쓰기에 딱 좋은 특성이 있습니다. 탄저균은 포자, 즉 홀씨 형태로 있으면 몇십 년을 없어지지 않고요. 또 분말로 만들 수 있어서 가지고 다니기도 편합니다. 물론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살상 위력인데요. 가령 탄저균 100㎏ 정도를 저공으로 비행하면서 대도시에 뿌리면 100만 명에서 300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살상 규모는 수소폭탄 1메가 톤에 해당한다고 하니까요. 참 무시무시한 거죠.
진행자) 오래가고, 가지고 다니기에 편하고, 또 치명적이라니까 테러 무기나 대량파괴무기로 쓰기에 좋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알려진 바로는 북한도 생물학무기의 하나로 이 탄저균을 보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군요.
진행자) 그럼 탄저균에 대비하는 방법이 있나요?
기자) 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백신을 맞는 겁니다. 그런데 만일 탄저균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아도 빨리 항생제로 치료하면 살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탄저균이 열이나 햇볕, 소독제 등에 강한 저항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탄저균에 오염된 것은 모두 태우든지 아니면 철저하게 소독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따라잡기’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