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알아볼까요?
기자) 네. ‘언론재벌’, 그리고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 ‘21세기 폭스사’ 최고경영자가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소식이 나왔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주제는 바로 ‘루퍼트 머독’입니다.
진행자) 루퍼트 머독이라고 하면 영어권 언론계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영어권이라면 대개 미국과 영국, 그리고 호주를 말하죠? 루퍼트 머독은 이 세 나라에 걸쳐서 신문, 주간지, 방송사, 그리고 출판사 등 미디어, 즉 대중 매체와 관련된 회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이 회사들이 영어권에서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루퍼트 머독을 ‘미디어 황제’, 또는 ‘언론재벌’로 부릅니다.
진행자) 머독은 원래 호주 사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머독은 지난 1931년 호주 멜버른에서 유명한 기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931년생이니까 올해 나이가 여든넷인데요. 지금은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그럼 언론사는 호주에서 먼저 시작한 건가요?
기자) 네. 머독은 지난 1954년 호주의 한 언론사를 인수하면서 언론사 경영에 뛰어들었는데요. 이때부터 독특한 소질을 발휘해서 점점 호주 언론계를 석권하다시피 합니다.
진행자) 독특한 소질이란 게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먼저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채는 능력입니다. 머독은 사람들 시선을 끌려면 자극적인 내용이 잘 먹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매체들은 대개 유명한 사람의 나체 사진이나 자극적인 사생활을 다뤘는데요. 이게 먹혀들어서 발행 부수를 엄청나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선정적인 언론’을 말하는 이른바 ‘황색저널리즘’으로 크게 성공한 셈이죠. 그리고 대담한 사업가적 기질도 머독이 성공하는데 한몫했습니다. 머독은 특히 적극적으로 다른 언론사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언론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꾸준하게 넓혔는데요. 그 결과, 언론계뿐만 아니라 호주 정치권에도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가 눈을 돌려서 호주 밖으로 진출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호주 언론계를 평정한 머독은 일단 자신이 대학 시절을 보냈던 영국으로 눈을 돌립니다. 먼저 머독은 1969년에 ‘뉴스오브더월드’를 인수하면서 영국에 처음 진출하고, 곧 주간지인 ‘더선’을 사들이는데요. 머독은 영국에서도 호주에서 썼던 방법, 그러니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지면을 채우는 방법으로 엄청나게 성공합니다.
진행자) 그럼 영국에서도 호주에서처럼 다른 언론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승승장구하던 머독은 ‘더타임스’나 ‘선데이타임스’ 같은 영향력 있는 매체를 인수하면서 영국 언론 시장도 서서히 장악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머독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는데요. 머독이 소유한 미디어 회사들의 집단인 ‘뉴스코퍼레이션’은 정치인들도 눈치를 봐야 하는 회사가 됐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호주와 영국 언론을 석권한 머독에게 남은 곳은 당연히 미국이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머독은 1973년 미국 텍사스 주에 있던 일간신문을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합니다. 그 후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호주와 영국에서처럼 다른 언론사를 사들이면서 사세를 넓히는데요. 이때 사들인 회사에 ‘뉴욕포스트’ ‘시카고 선타임스’ ‘뉴욕매거진’ 등이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회사들 말고 미국의 폭스방송사도 머독이 가진 회사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지난 1985년에 미국의 유명한 영화사인 ‘20세기 폭스사’를 인수하고요. 다음 해에 전국 방송사인 폭스방송사를 설립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폭스방송사가 뉴스코퍼레이션이 미국 시장에서 자리잡는데 효자 노릇을 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머독이 소유한 폭스방송사는 8년 연속 시청률 1위 방송사로 꼽힐 만큼 성공합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사실은 머독이 미국 언론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 가운데 1명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1996년에 만든 ‘폭스뉴스’의 성공이었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폭스뉴스라면 CNN처럼 종일 뉴스만 내보내는 방송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약 20년 전에 출범한 머독의 폭스뉴스도 특유의 보수적인 논조 덕에 크게 성공합니다. 한때 미국 뉴스 방송에서 절대 강자는 CNN이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뉴스채널이 CNN이 아니고 바로 이 폭스뉴스입니다. 참고로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현재 몇몇 위성방송사를 소유하거나 이 회사들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요. 지난 2007년에는 미국의 전통 있는 경제전문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다우존스사'를 5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루퍼트 머독’은 이렇게 미디어의 황제로 불리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머독이 만든 언론 제국에도 어두운 면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에 머독이 욕을 많이 먹었던 것이 지난 2011년 영국에서 불거졌던 도청 파문 탓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뉴스코퍼레이션이 발행하는 주간지와 일간지가 유명인들의 손전화에 저장된 음성 녹음을 몰래 빼내서 그 내용을 보도했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뉴스코퍼레이션 계열 회사들의 취재 방식이나 보도 내용이 구설에 올랐는데요. 결국, 파문이 커지자 뉴스코퍼레이션은 주간지인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했고요. 머독이 영국 의회가 연 청문회에 나가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특히 머독이 소유한 폭스뉴스가 자주 입방아에 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폭스뉴스는 소유주인 머독의 뜻에 따라 매우 보수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방송입니다. 하지만 종종 사실을 왜곡하거나 너무 한쪽, 그러니까 보수 우파나 공화당에 치우친 보도를 내보내서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보도 태도가 폭스뉴스가 미국 안에서 인기를 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점입니다.
진행자) 자, 그럼 언론재벌 머독은 이제 일선에서 아주 물러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루퍼트 머독은 ‘21세기 폭스사’의 회장직과 ‘뉴스코프’의 공동회장직은 유지합니다. 이 ‘뉴스코프’가 또 뭔가 하실 텐데요. 머독이 만든 거대 언론 기업 뉴스코퍼레이션은 2013년에 영화와 방송을 담당하는 ‘21세기 폭스사’와 신문-출판 사업을 담당하는 ‘뉴스코프’로 나뉘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따라잡기’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