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총기 난사 용의자 법정 출두...'남부연합 깃발' 차 번호판 금지 합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흑인 교회 총기 난사 용의자인 딜란 루프가 19일 법정에 출두한 모습이 TV에 방영되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흑인 교회에서 총을 쏴 9명을 살해한 용의자에게 살인죄 9개 항목이 적용됐습니다. 연방대법원이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차 번호판을 주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8천5백 년 된 유골 ‘케네윅맨’이 북미 원주민과 아주 가깝다는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네. 첫 소식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수요일인 지난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시에 있는 흑인 교회에서 백인 청년이 권총을 난사해 9명을 살해한 사건을 연일 머리기사로 다루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체포된 용의자 딜런 로프에게 적용된 혐의가 발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시 경찰국은 용의자에게 살인 혐의 9건과 총기를 가지고 폭력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적용됐다고 18일 밝혔습니다. 한편 연방수사 기관들도 이 사건을 인종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용의자가 이미 범행을 자백했다는 보도도 있던데요?

기자) 네. 몇몇 미국 언론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서 용의자 딜런 로프가 범행을 자백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가 알려지기를 원했다고 19일 보도했습니다. 이 관리들은 또 용의자가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흑인에 대해 적대적인 생각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용의자가 사형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죠?

// Act Haley //

기자) 네. 방금 헤일리 주지사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헤일리 주지사는 19일 아침 미국 NBC방송과 회견하면서 자신은 반드시 용의자가 사형선고를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법은 한 사건에서 사람이 2명 이상 목숨을 잃는 중범죄의 경우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건 현장에서는 목요일과 금요일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17일 밤 무고한 시민 9명이 졸지에 목숨을 잃은 ‘이매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 건물 주변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꽃다발을 가져다 놓거나 기도하는 등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지금까지 찰스턴시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독교 예배가 열렸는데요. 공식 추모 예배는 미국 시각으로 19일 저녁에 찰스턴시에서 거행됩니다.

진행자)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사건 현장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기자) 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연방상원 의원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과 전직 주지사를 지내고 지금은 연방하원 의원인 마크 샌포드 의원이 사건 현장에 나와서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진행자)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가는 사람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2016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나갈 공화당 후보를 뽑는 경선에 나간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자기 조카가 용의자인 딜런 로프하고 같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녔다면서 그런 용의자가 사람을 9명이나 살해했다니 너무 충격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를 규제하는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얼굴로 선진국에서 미국처럼 총기 살해 사건이 많이 나는 나라가 없다면서 총기 규제 문제를 다시 꺼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참사가 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총기 규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을 텐데, 이에 대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한데요?

기자) 사실, 현 니키 헤일리 주지사는 총기 소유 권리를 강하게 옹호하는 사람입니다. 헤일리 주지사는 금요일 (19일) 아침에 NBC 방송과 회견할 때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총기 규제와 관련된 자세를 바꿀 뜻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즉답을 피했습니다. 단지 헤일리 주지사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사람들이 비난할 대상을 찾는데, 지금은 다른 대상 말고 바로 딜런 로프를 비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그러니까 총기 소유 문제를 물고 늘어지지 말고 사건을 저지른 용의자를 비난하라는 말이겠죠.

진행자) 자, 용의자 딜런 로프가 19일 법정에 나왔나요?

기자) 법정에 직접 나온 건 아닌데요. 안전 문제 탓에 용의자는 약 1시간 전에 교도소에서 비디오, 즉 영상으로 보석과 관련된 심리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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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라고 하면 바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이죠? 그런데 18일 연방대법원에서 이 ‘수정헌법 제1조’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판결이 나왔네요?

기자) 네. 바로 텍사스 주와 ‘남부연합 참전군인들의 아들들’이란 단체가 관련된 판결이었는데요.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5대 4로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을 금지한 텍사스 주의 조처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를 어긴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돈을 좀 더 주면 자신이 원하는 문구나 도안을 넣은 차 번호판을 달고 다닐 수 있죠? 그러니까 이번 판결은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을 주 정부가 금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것인데요. 그런데 이 ‘남부연합’이란 게 뭡니까?

기자) 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19세기에 노예제도 때문에 남북으로 갈려서 싸웠습니다. 그게 그 유명한 남북전쟁이죠? 그때 노예제도를 지지한 남부 주들이 연방에서 갈라져 나와 따로 만든 정부가 바로 ‘남부연합’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이 ‘남부연합’ 깃발을 보면 노예제도를 떠올리고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진행자) 그런 역사가 있어서 텍사스 주가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차 번호판을 금지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9년에 텍사스 주의 ‘남부연합 참전군인들의 아들들’이라는 조직이 차량등록국에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차 번호판을 신청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주 정부가 이 번호판을 내주는 걸 거부했고요. 그러자 ‘남부연합 참전군인들의 아들들’ 측이 주 정부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권리, 즉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내는데요. 이게 결국 연방대법원에까지 올라간 겁니다.

진행자) 이 사안이 연방대법원에 올라가기 전에 분명히 하급법원을 거쳤을 텐데, 하급법원에서는 어떤 판결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1심에서는 주 정부가 이겼지만, 2심에서는 연방항소법원이 ‘남부연합 참전군인들의 아들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텍사스 주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연방대법원은 어떤 이유로 2심 판결을 뒤집었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간단하게 정리하면 차 번호판에 담긴 문구나 문안을 말하는, 그러니까 이걸 표현하는 주체가 번호판을 내준 주 정부라는 이유에 섭니다. 다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사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바로 차 번호판에 담긴 문안이나 문구를 누가 ‘speak’ 하는가, 그러니까 사람들이 번호판에 담긴 문구나 도안을 봤을 때 저게 누가 말하는 것으로 보느냐는 문제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표현하는 주체가 번호판을 내준 주 정부냐, 아니면 번호판을 가진 차 주인이냐는 말이죠?

기자) 맞습니다. 만일 주체가 텍사스 주면 여기에는 수정헌법 제1조, 즉 ‘표현의 자유’ 원칙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텍사스 주 정부가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번호판을 내주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는 주체가 차 주인이면 수정헌법 제1조가 적용됩니다. 이런 경우엔 텍사스 주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서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번호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결국 연방대법원은 이 주체가 주 정부라고 본 거죠.

진행자) 그런데 현재 이런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차 번호판을 허용하는 지역이 또 있나요?

기자) 네. 미국 안에서 모두 9개 주가 허용하고 있는데요.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로 이들 주도 ‘남부연합’ 깃발이 들어간 차 번호판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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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지금 여러분께서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 듣고 계십니다. 최근 과학학술전문지 네이처에 북미 원주민의 기원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논문이 실렸는데요. 이 소식, 마지막으로 들어볼까요?

기자) 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인데요. 미국 워싱턴 주에서 나온 8천5백 년 된 사람 유골의 유전자를 분석해 본 결과, 유전자가 현 북미 원주민의 유전자와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관련 기사를 보니까 이 유골이 지난 1996년 미국 워싱턴 주 케네윅 근처에 있는 강가에서 발견됐다고 하는데, 이 유골을 둘러싸고 그동안 논란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기자) 맞습니다. ‘케네윅맨’으로 이름 붙여진 이 8천5백 년 된 유골을 누가 가질 것이냐를 두고 원주민 단체와 과학자들이 소송으로 맞서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진행자) 유전적으로 원주민하고 가까우면 유골을 원주민한테 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기자) 물론 그런데요. 하지만 이제까지 이 유골이 북미 원주민하고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있어서 소유권을 두고 분란이 생긴 겁니다. ‘케네윅맨’이 처음 발굴되자 원주민 단체들이 유골을 땅에 묻을 수 있도록 돌려달라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과학자들이 ‘케네윅맨’이 북미 원주민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가지고 소송을 내고 이겨서 유골을 그대로 박물관에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 사람이 어디서 온 사람이란 말인가요?

기자) 네. 과학자들이 복원한 ‘케네윅맨’의 얼굴을 보면 북미 원주민하고 다르게 굉장히 서양사람 같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케네윅맨’이 유럽에서 왔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유골의 외형을 자세하게 조사한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소속 체질인류학자들이 ‘케네윅맨’은 아이누나 아니면 폴리네시아 쪽에서 왔을 수도 있다는 추정을 내놨습니다. 아이누라고 하면 일본 북부에 살던 소수 종족이고요. 폴리네시아라면 태평양 중남부에 펼쳐져 있는 섬들을 말하는데, 이 사람들은 얼굴이 꼭 서양사람들 같이 생겼습니다.

진행자) 그러다가 이번에 다른 연구결과가 나온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코펜하겐대학 연구진이 유골 가운데 손 부분을 얻어 가지고 여기서 유전자를 뽑아냈습니다. 연구진은 유골에서 나온 유전자와 몇몇 북미 원주민의 유전자를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케네윅맨’이 다른 종족보다 북미 원주민, 특히 '콜빌 원주민'과 아주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 겁니다. 그러니까 유골 겉모습을 조사한 체질인류학자들과 유골 유전자를 분석한 덴마크 과학자들의 결과가 다른 셈입니다.

진행자) 그럼 ‘케네윅맨’의 얼굴이 서양사람하고 비슷한 건 어떻게 된 거죠?

기자) 네. 코펜하겐대학 연구진은 원래 서양사람과 비슷했던 얼굴 모양이 8천 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북미 원주민 얼굴같이 변했다고 설명합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연구결과로 북미 원주민의 기원이 완전하게 밝혀진 셈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몇몇 과학자는 코펜하겐대학이 쓴 표본이 많지 않아서 이들이 내놓은 결론을 100%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