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연합기

지난 20일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의회 앞에 남부 연합기가 날리고 있다.

미국 주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남부연합기’ 알아보겠습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요즘 남부연합기가 연일 미국 뉴스에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주에 흑인 교회 총격 사건이 일어난 뒤부터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 있는 흑인 교회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서 9명이 사망했는데요. 가해자는 21살난 백인 청년이었고 희생자들은 모두 흑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국이 인종차별주의에서 나온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 중인데요. 그런 가운데 용의자 딜런 로프가 남부연합기를 들고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 깃발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남부연합기가 어떻게 생긴 깃발인지 먼저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네,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마찬가지로 남부연합기도 붉은색과 푸른색, 하얀색으로 돼있는데요. 붉은 바탕에 흰 테를 두른 청색 줄로 커다랗게 X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청색 줄 안에 흰색 별이 들어가 있는데요. 이 깃발을 흔히 남부연합기라고 부릅니다만 반군기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남십자기, 딕시기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행자) 남부연합이라고 하면 19세기 중반에 미국 연방에서 탈퇴한 남부 주들을 합쳐서 말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1860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 후보가 당선되자 남부 주들이 속속 미 연방에서 탈퇴하기 시작했는데요. 목화산업이 주 산업인 남부에서는 노예제도를 유지하길 바랐지만, 공화당과 링컨 후보는 노예제도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와 미시시피, 앨라매마 등 7개 주가 탈퇴했는데요. 버지니아 주와 아칸소 등 4개 주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제퍼슨 데이비스를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미 연방에 대항했던 거죠.

진행자) 그럼,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남부연합기가 당시 미 연방에서 이탈한 주들을 대표하는 공식 깃발이었나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남부연합은 모두 세 차례 깃발을 바꿨는데요. 지금 남부연합기와는 모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채택된 깃발에는 지금 남부연합기 문양이 왼쪽 상단에 들어가 있긴 했지만 말이죠. 사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남부연합기는 로버트 리 장군의 북버지니아 군이 사용했던 전투깃발이었습니다. 리 장군은 남군 총 사령관을 지낸 인물입니다.

진행자) 이 깃발을 도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졌습니까?

기자) 네, 남부연합 정치인이었던 윌리엄 포처 마일스가 도안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이 깃발은 남부연합의 공식 깃발로 채택되지 못했는데요. 오히려 남북전쟁에서 남부가 패한 뒤에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깃발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남북전쟁 참전 군인들을 기리는 행사에서 많이 사용됐다고 하네요.

진행자) 하지만 요즘에는 남부의 유산, 자부심을 상징하는 깃발로 사용된다고 하던데요. 이 깃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지난 2011년에 민간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요. 미국인들 가운데 10 명 중 1명이 이 깃발이 내걸리는 걸 긍정적으로 본다고 합니다. 당시 이 깃발이 내걸리는 걸 보고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10명 중 3명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네요.

기자)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별 느낌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58%에 달했습니다. 그러니까 대다수 사람은 이 깃발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얘기인데요. 요즘 논란이 되면서 여론이 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4년 전 조사에서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남부연합기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남부연합기라고 하면 노예제도가 떠올라서 불쾌하게 생각하는가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 이 깃발이 상징하는 의미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인종차별을 의미하게 된 겁니다. 20세기 중반에 민주당을 탈당한 미국 남부 정치인들이 딕시크랫당을 세우면서 이 깃발을 상징으로 내세웠고요. 그 뒤 미국에서 민권운동이 벌어질 때는 인종분리 정책 지지자들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운 비밀 결사조직 쿠 클럭스 클랜 (Ku Klax Klan), KKK단이 이 깃발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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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신데요. 오늘 남부연합기에 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특히 문제가 되는 게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청사 인근에 걸려 있는 남부연합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주 청사 인근에 남부연합기가 걸려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한 곳뿐입니다. 사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남북전쟁을 얘기할 때 중요한 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미 연방에서 처음 탈퇴한 주가 바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였고요. 남북전쟁의 첫 전투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벌어졌습니다. 1860년 4월에 찰스턴에 있는 섬터 요새를 남군이 공격하면서 남북전쟁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던 거죠.

진행자) 찰스턴이라면 지난주에 총격 사건이 일어난 흑인 교회가 있는 곳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인 컬럼비아는 찰스턴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데요. 주 청사 꼭대기에 걸려 있는 미국 국기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기는 총격 사건이 일어난 뒤에 조의를 표시하기 위해서 반기로 내려졌는데요. 바로 앞에 있는 남부연합기는 그대로 높이 휘날리고 있어서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거죠. 이 깃발은 주지사가 마음대로 반기로 내릴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주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원래 주 청사 꼭대기에도 이 남부연합기가 걸려 있었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1961년에 남북전쟁이 시작한 지 1백 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서 남부연합기를 게양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많은 사람이 흑인 민권운동과 공립학교 인종차별 금지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각했습니다. 흑인 민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 (NAACP)는 1990년대부터 이 깃발을 내려달라고 여러 해 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는데요. 그 결과 2000년에 주 청사에서 남부연합기를 내리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대신에 주 청사 경내에 있는 남북전쟁 참전군인 기념비 앞에 걸기로 했던 건데요. NAACP는 그 뒤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리는 운동 경기를 거부하는 식으로 계속 항의해 왔고요. 이번에 총격 사건이 일어나자, 이 깃발을 철거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월요일 (22일) 주 의회에 남부연합기를 철거하자고 촉구했는데요. 조만간 이 깃발이 철거될 수 있을까요?

기자) 현행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법을 보면 그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주 의회 상하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이 깃발을 철거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단순 과반수로 이 법을 바꿀 수가 있기 때문인데요. 헤일리 주지사는 관공서나 공공장소에서 남부연합기를 내걸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회기 동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회기를 연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혹시 미국 내 주들 가운데 남부연합기를 금지하는 곳이 있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바로 서부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인데요.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는 주 정부가 남부연합기를 내걸거나 남부연합기 문양이 들어간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반면에 이 깃발을 법으로 보호하는 주도 있습니다. 플로리다와 미시시피,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주, 이렇게 5개 주는 남부연합기를 훼손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법을 실제로 시행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미 연방 대법원이 국기나 깃발을 훼손하는 행위는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남부연합기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