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북한을 관광하는 첫 번째 이유는 호기심과 문화혁명에 대한 향수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중 국경 도시인 단둥 출신의 뉴질랜드 대학 박사 과정 학생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데요.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질랜드의 와이카토대학 경영대학원은 이달 초 실시한 연례 학생논문대회에서 중국인들의 북한관광을 주제로 한 논문이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을 쓴 주인공은 이 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 단둥 출신의 유학생 리팡슈엔 씨.
리 씨는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을 두 번 관광한 뒤 중국인 관광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논문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팡슈엔] “My hometown is very near to North Korea and I’ve heard a lot of stories…”
북한과 가까운 단둥에서 자라면서 북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북한 정부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관광산업을 매우 중시하고 있어 논문을 쓰게 됐다는 겁니다.
리 씨는 조사 결과 크게 8가지 이유에서 중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호기심 충족,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북한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서, 중국의 옛 농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북한을 보며 향수를 달래려고 북한을 찾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겁니다.
이어 북한의 집체극인 아리랑과 금강산 관광,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비무장지대 (DMZ) 방문, 사업 탐색, 그리고 북한의 전통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는 소수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 관광총국 관계자가 외국 인사에 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을 찾는 관광객은 한 해 10만 명. 이 가운데 80~90%가 중국인들입니다. 북한은 특히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기차와 항공, 버스 뿐아니라 국경 도시들을 중심으로 자전거와 자가용 여행을 신설하고 태권도와 캠핑 여행 등 상품도 다양화 시키고 있습니다.
리 씨의 설문에 응한50 명 가운데 38 명은 지난해 기차를 통해 북한을 방문한 중국인들이었고, 나머지는 그 전에 북한을 찾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리 씨는 관광객 연령 가운데 중년 이상이 많고, 옛 문화혁명에 대한 향수를 달래려는 게 북한을 찾은 특징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팡슈엔] “The number of mid aged people…”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1960-70년대 중국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북한을 보며 옛 시절을 떠올려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란 겁니다.
리 씨는 이 때문에 중년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들은 북한관광에 대해 대개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호기심과 북한의 현실을 알고 싶어 북한을 찾았다는 소수의 중국 젊은이들은 모두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리팡슈엔] “But young people gave score very low because…”
이동에 너무 제한이 많았고 전세계가 사용하는 인터넷을 북한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밤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매우 실망했다는 겁니다.
논문은 북한관광이 한국관광에 비해 그리 싼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중국인들이 북한을 찾는 배경으로 지적했습니다.
리 씨는 지난 2010년과 2014년에 각각 나흘과 닷새 일정으로 북한을 찾았다며 요금 내역을 자세히 밝혔습니다.
[녹취: 리팡슈엔] “Actually, first time was 2010 and that was 4 days trip….”
2010년에는 3천500 위안, 미화로 560 달러, 지난해에는 4천 500 위안, 미화로 725 달러를 지출했다는 겁니다.
리 씨는 지난해 평양에 갔을 때 이전 보다 차량이 늘고 조금씩 변화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차로 단둥에서 평양까지 4 시간 동안 가며 보는 북한은 가난과 열악한 환경 그대로였고,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의 긍지가 높다는 게 이채롭게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북한관광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업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리팡슈엔] “Tourism facilities are not very good and tourist attractions in North Kora are very limited….”
관광시설이 크게 열악하고 매력적인 관광지 역시 매우 제한적이어서 큰 변화가 없는 한 다시 북한을 찾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리 씨는 친할아버지가 중공군 병사로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집이 압록강변에 있어 늘 신의주를 바라보며 자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부터 보아 온 북한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팡슈엔] “They didn’t change from when I was child until now…”
단둥은 지난 20여 년 간 거의 모든 게 변하고 발전했는데 북한은 제자리 걸음이고 밤에는 캄캄해 신의주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리 씨는 특히 압록강의 배들을 통해 세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팡슈엔] “Even the boats because …”
북한은 5살 때 봤던 배들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다니고 있는 반면 단둥의 배들은 모두 현대식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리 씨는 단둥 시민들이 이런 북한을 보며 감사와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북한 정권에 대한 미움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국정을 이끌지 못해 북한 주민들이 힘들 뿐아니라 단둥 역시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겁니다.
리 씨는 이런 배경을 볼 때 북한 정부가 하루빨리 국가를 개방하고 여러 관광시설을 구축하는 게 관광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팡슈엔] “I think it’s really important thing for North Korea change themselves….
북한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고 다른 나라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갖는 게 관광 뿐아니라 국가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논문으로 1천 달러의 상금을 받은 리 씨는 앞으로 중국과 북한의 관광산업에 대해 더 연구해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