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8월 9일은 퍼거슨 사태 1주년인 날입니다. 퍼거슨 사태는 미국의 오래된 흑백인종갈등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게 만든 사건인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이 ‘퍼거슨 사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도록 할까요?
기자) 네, 우선 2014년 8월 9일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의 한 작은 도시 퍼거슨에서 발생한 마이클 브라운이라는 한 흑인 청년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마이클 브라운은 당시 18살이었는데요. 9일 낮에 친구와 함께 시내에 있는 한 편의점에 들린 후 길을 걷다가 대런 윌슨이라는 한 백인 경찰관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윌슨 경관이 마이클 브라운을 멈춰 세운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당시 윌슨 경관은 경찰차를 타고 시내를 순찰 중이었는데요. 시내 편의점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무전을 받고 난 뒤 이들을 발견하고 세운 겁니다.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실제로 이들이 절도 행위를 했습니까?
기자) 네, 나중에 경찰이 공개한 편의점 CCTV에는 이들이 편의점에서 담배와 시가를 훔친 걸로 드러나긴 했습니다.
진행자) 사건 발생 초기에는 경찰이 고작 무단 횡단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체포하려 했고 그러다 결국 실랑이 끝에 총격을 가했다는 소문도 나돌았었는데요. 그건 아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진행자) 자 그렇다 해도 어떻게 총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까요?
기자) 그게 사실 쟁점거리였던 부분입니다. 브라운 측과 윌슨 측의 주장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친구의 주장에 따르면, 윌슨 경관이 아주 강압적으로 경찰차에 태우려고 했답니다. 그러자 브라운이 도망을 쳤고요. 도망치는 브라운의 뒤에서 윌슨 경관이 총을 쏴댔습니다. 윌슨 경관은 브라운이 손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총을 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브라운이 항복 의사를 밝혔는데도 총을 쏴 죽였다는 겁니다.
진행자) 한마디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희생됐다는 건데요. 반면 윌슨 경관의 주장은 뭐였습니까?
기자) 네, 경찰차에 태우려고 했다는 것까진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과정은 전혀 다릅니다. 윌슨 경관이 브라운을 차에 태우려고 하자 브라운이 자신의 총을 뺏으려 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몸싸움이 벌어졌고요. 그러다 총을 쐈고요. 도망을 치던 브라운이 다시 몸을 돌려 자기에게 오는 바람에 위협을 느끼고 총을 쐈다는 게 윌슨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브라운이 키 약 190cm, 몸무게 130kg이 넘는 큰 체격을 가졌다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정당방위를 했다는 주장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 나중에 밝혀진 이야기고요. 당장 사건이 발생한 날 밤에 퍼거슨 시 주민들은 브라운이 쓰러진 현장 주변을 꽃과 양초로 장식해 놓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 곳을 차로 망가뜨리고 갔다, 경찰이 경찰견을 시켜 오줌을 누게 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나오면서 지역 주민과 경찰 당국 간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처음엔 평화적으로 시작된 시위가 점점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에 있었던 시위만 해도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시위대 가운데 일부가 흥분하면서 주변 상점을 약탈하고 폭동을 일으켰고요. 여기에 경찰이 최루탄과 헬기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체포되고 경찰관 일부도 부상을 당하는데요. 이런 시위가 거의 매일 같이 계속되면서 주민과 경찰 당국 간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경찰 당국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증거들만 공개했다는 비난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사건 발생 며칠 후 경찰 당국은 브라운이 편의점에서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전격 공개했는데요. 이런 경찰의 행동은 시위대의 불만은 더욱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브라운의 잘못만 부각시키면서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는 거였죠. 게다가 부검 결과 브라운이 최소한 6발이나 총을 맞고 현장에서 즉사한 것이 밝혀지면서 시위는 점점 격화되기 시작했고요. 급기야 미주리 주 주지사가 8월 16일 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퍼거슨 시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게 됩니다.
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퍼거슨 사태’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퍼거슨 사태’는 미국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던 흑백 인종갈등 문제에 다시 불을 붙인 사건인데요. 연방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한동안 잠잠한 듯했던 퍼거슨 사태는 하지만 윌슨 경관에게 불기소 평결이 내려지면서 다시 한 번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됐죠?
기자) 네, 사실 퍼거슨 시에서는 브라운 사망 다음 날부터 거의 매일같이 윌슨 경관의 기소를 요구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져 왔는데요. 하지만 사건 발생 108일 만에 미국 대배심이 내린 결론은 불기소였습니다. 그러니까 재판조차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대배심이 윌슨 경관의 손을 들어준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대배심은 미국의 독특한 사법제도 가운데 하나죠. 유,무죄를 평결하는 배심원과는 달리 이 대배심은 재판 기소 여부만 결정하는 건데요. 당시 윌슨 경관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대배심은 모두 12명으로 구성됐는데요. 백인이 9명, 흑인이 3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흑인사회에서는 처음부터 공정한 평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불기소 평결이 내려지자 흑인들이 격분한 겁니다. 이들의 실망과 분노는 결국 대규모 시위와 약탈, 방화 같은 폭력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다시 또 주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주 방위군까지 투입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당시 중부의 아주 작은 도시에 중무장한 군인과 장갑차까지 동원되고 상점에 불을 지르며 격렬히 항의하는 시위대의 모습은 큰 사회적 충격과 함께 미국 사회에 오랫동안 내재해 왔던 흑백 인종갈등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진행자) 이런 사태 배경에 퍼거슨 시가 갖고 있는 특수한 사회적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 됐고요.
기자) 맞습니다. 퍼거슨 시는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인구가 약 2만 명 정도 되는데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백인이 99% 흑인은 1% 정도에 불과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1980년부터 백인들의 수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난 2010년 인구 조사국 자료를 보면 시 주민의 약 70%가 흑인들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주민의 9%가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고, 21%는 최저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저소득층입니다.
진행자) 그렇지만 사회 지도층은 주로 백인들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퍼거슨 시 시장, 경찰서장 다 백인에 시 위원회나 경찰관들도 거의 다 백인 일색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주민의 대다수는 흑인인데 일부 소수의 백인이 사회를 다스리는 그런 구조인 거죠. 그러다 보니 흑인들의 불만이 자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요. 특히 백인 경찰들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이유 없이 멈춰 세우거나 수색한다는 게 주된 불만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 불만을 뒷받침할만한 자료가 있습니까?
기자) 네, 연방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퍼거슨 시에서 경찰의 불시 검문을 당한 사람은 흑인이 85%에 달했습니다. 흑인들로서는 경찰이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고 억울해할 만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이 퍼거슨 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지적들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실 이 퍼거슨 사태도 흑인사회의 오래된 좌절감과 분노, 절망감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해낸 시대를 맞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흑인들이 알게 모르게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거죠. 윌슨에게 불기소 평결이 내려졌을 때도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전국 곳곳에서 흑인들의 크고 작은 시위들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특히 최근 들어 백인 경관의 흑인 과잉 진압이 큰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지난 1년 새 백인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하게 만든 비슷한 사건이 몇 차례 발생하면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과 함께 흑백 인종차별 논란이 거센데요. 현재 미국의 20여 개 주에서 경찰관들의 복장에 카메라를 부착하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년 넘게 미국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이 내려온 흑백인종갈등문제는 하루아침에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듯합니다.
진행자) 네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