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립미술관 광복 70주년 전시회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전시회에 12일 방문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한반도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아 전쟁과 분단부터 산업화, 21세기의 모습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모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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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듣기] 광복 70주년 기념 전시회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


[녹취: 현장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한국전쟁부터 산업화, 민주화를 거친 한국의 모습을 사진과 그림, 영상으로 보여주는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녹취: 현장음]

전시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요, 전시 제목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은 전시 구성상 나뉜 세 시대의 특징을 각각 반영합니다. ‘소란스러운’으로 표현된 1부는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조국, 떠나온 고향과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전후의 삶을 다룹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 강승완 실장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첫 번째 섹션은 전쟁과 분단, DMZ입니다. 해방 후에 어떤 광복의 기쁨도 잠깐이었고, 바로 분단, 전쟁과 분단이라는 민족적인 비극으로 이어졌는데요, 그것이 분단이라는 것이 그 당시의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러니까 역사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 거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요…”

1부에는 이중섭, 김환기, 오윤, 고영훈, 김아타, 안정주, 전준호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 피난 행렬의 고단한 삶과 전쟁의 상처를 다룬 이수억의 '6.25 동란'과 박석원의 '초토,' 그리고 임진강의 풍경을 그린 김호석의 ‘날 수 없는 새’가 눈길을 끄는데요

[녹취: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호석의 날 수 없는 새, 임진강 풍경이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남북을 가로지르는 임진강변 위에 총탄을 맞은 새가 떨어지는, 추락하는 그런 모습을 그린 한국화 작품인데요, 그 전경에는 피를 흘리고 있는 새의 모습이 있고 원경에는 임진강변의 모습이 보이는데, 어떠한 작품보다도 사실적이고 상징적으로 분단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전쟁 당시의 아픔과 분단의 상처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합니다.

[녹취: 관람객] “분단의 고통을 꼭 전쟁인 측면에서만 표현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감정적인 다른 것들을 느낄 수 있게…”

“암담했구나,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좁혀질 수 있으면서도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번에 또 지뢰가 터지고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서로 약간 자석 같은, 서로 밀어내는 것 같은.”

특히 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작품을 보고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는데요.

[녹취: 관람객] “전쟁 겪었지 왜 안 겪었어… 일본 식민지시대도 그 때 확실히 몰랐지마는 대충은 어떻다 하는 거 겪었고, 또 6.25 겪었고… 옛날 생각도 좀 나고 지금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사니까 참 자랑스럽기도 하고, 옛날에 우리 고생했던 거, 그 것이 내가 한 건 아니지만 우리 국민 전체가 우리 시대 사람 고생했던 그 밑거름이 오늘날 우리나라가 부강하게 됐지 않았나….”

2부 ‘뜨거운’은 그야말로 뜨거웠던 산업화 시대를 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강승완 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70년대 정부 주도로 민족 기록화 사업이라는 게 있었고요, 그래서 이 거는 77년에 정창섭이라는 단색화 화가로 유명한 분인데, 그 분이 그렸던 작업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대형 작품이고 지금 보시면 한 5미터가 넘죠, 한 6미터 정도 되는 작업이고, 그 어떤 정부 주도 하의 산업 현장이나 건설의 모습이나 새마을 운동, 또 근현대사 뭐 영웅이나 어떤 역사를 다룬 이런 작품들이 제작이 됐는데요, 저희가 이 거는 2002년에 청와대에서 20 점을 이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아니고 현재 자료로 분류가 돼 있어요, 그래서 이 것도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되는 작품이고요.”

3부는 풍요로움이 넘치는 현대사회를 그리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위기라는 두 가지 면을 그려냈습니다.

[녹취: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사실은 이거는 넘치는 이라는 overflowing의 의미라기 보다는 ‘inundating’ 범람하는, 거의 사실은 조금 부정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이건 3부인데요, 어떤 미디어의 문제, 여러 가지 팝과 클래식, 우리 문화 현대 대중문화의 문제.”

단순히 그림만을 전시한 것이 아니라 촉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작품들도 많은데요, 전시장 일부에서는 시인 겸 가수인 성기완 씨가 각 시대별 유행가들을 섞어 만든 가상 라디오 '노래 따라 삼천리'가 흐릅니다.

[녹취: 현장음]

[녹취: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지금 성기완, 3호선 버터플라이의 가상 라디오, 노래 따라 삼천리라는 작품인데요, 저희가 이번 전시를 위해서 커미션을 했습니다. 그래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사회적 상황을 대표하는 그 유행가, 우리가 즐겨 부르고 듣던 유행가 21곡이 여기 수록돼 있고요.”

이번 전시는 광복과 분단을 끝난 일이 아닌 지금도 진행 중인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70년의 역사가 거꾸로 봐도 현재 일이고 똑바로 봐도 다시 현재로 되돌이표 되는…”

[녹취: 현장음]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