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후보 이민정책과 공화당 입장

도널프 트럼프 미 대통령 선거 공화당 경선 후보. (자료사진)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공화당 경선 주자들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처음 경선 출마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다소 흥미 위주의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도 이제는 이 도널프 트럼프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데요. 오늘 미국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최근 특히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이민정책과 공화당의 입장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현재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높죠?

기자) 네, 미국 CNN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ORC가 이번 주 공화당 유권자와 무소속이지만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유권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24%로, 다른 후보들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17명의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그나마 젭 부시 후보가 13%의 지지율을 얻었고요. 다른 후보들은 모두 한자리 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사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뭐 어떤 특별한 정책을 제시할만한 인물이겠느냐 “하면서 약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많았는데요. 그런데 요즘 분위기는 좀 다른 것 같아요?

기자) 네, 이달 초에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시에서 공화당 경선 주자들간의 첫 텔레비전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토론회가 있기 전부터 이미 여러 막말로 논란을 일으켜왔기 때문에 트럼프의 입에서 과연 어떤 말이 나올지가 사실 커다란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지역에 긴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는데요.현재 트럼프 선거본부 측은 그 같은 주장을 구체화 시킨 이민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지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CNN/ORC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의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율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군요.

기자) 네, 응답자의 44%가 다른 공화당 후보들보다 트럼프 후보의 이민정책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지난 6월 여론조사 때보다 무려 30%나 더 오른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현재로선 공화당 유권자 10명 중 어림잡아 절반 가량이 트럼프 후보의 이민 정책을 지지한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트럼프 후보의 이민정책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들여다봐야겠군요.

기자) 네, 사실 미국의 이민문제는 정치권에서 다루기 매우 껄끄러운 대표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후보는 자신의 선거 웹사이트에 이민제도 개혁을 첫 대선 공약으로 채택할 만큼 이 불법 이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이민 정책 가운데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조항은 ‘출생시민권'제도를 없애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출생시민권이라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주어지는 시민권을 말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대표적인 속지주의국가죠. 속지주의란 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동으로 그 나라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걸 말하는데요. 미국의 경우, 수정 헌법 14조에 근거해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원칙상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 그러니까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후보가 이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출생시민권 제도를 페지하겠다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이런 출생시민권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출산일이 다가온 다른 나라 여성이 미국을 방문해서 아기를 낳는 겁니다. 그러면 이 아기는 자동으로 미국 국적을 얻게 되는 거죠. 문제는 이 아기의 부모가 돌아가지 않고 아기와 함께 불법으로 미국에 눌러앉는 경우입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최근 몇 년 중국이나 한국, 멕시코 인들의 이런 불법원정출산이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트럼프 후보는 이 출생시민권제도가 불법 이민을 부추기는 최대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출생시민권 역사가 꽤 오래된 거죠?

기자) 네, 이 출생시민권은 수정헌법 14조와 남북전쟁이 끝나고 통과된 또 다른 법을 뿌리로 하고 있는 건데요. 당시 자유의 몸이 된 노예들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해 고안된 거였습니다. 또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와 그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취지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출생시민권제도를 어떻게 없앨 수 있습니까?

기자)네, 이 출생시민권을 폐지하려면 수정헌법 14조를 없애거나 바꿔야 하는데요.그러려면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아니면 주 의회 3분의 2이상의 요청에 따라서 이를 다루기 위한 헌법회의를 소집해야 합니다. 그리고 설령 그렇게 돼서 수정안이 만들어진다 해도 전체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1990년대에도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해 출생시민권제도 폐지를 시도한 적도 있었는데요. 수포로 돌아갔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리고 또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이민 정책 가운데 눈에 띠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멕시코와의 국경 지역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거죠?

기자) 네, 이달초 공화당 후보간 첫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한 말을 좀 더 구체화 한 건데요. 트럼프 후보는 선거 공약으로 ‘국경이 없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면서 멕시코와의 국경 지역에 장벽을 설치해 멕시코인들이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멕시코 정부에게 물리고, 만일 멕시코 정부가 내지 않으면 멕시코 기업인이나 외교관, 일반인들의 미국 여권 발급 수수료를 높이 올려 받을 작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또 국경지역 불법이민 단속을 위해 인력을 지금보다 3배 더 늘리겠다는 공약도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이미 미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 미국에는 약 1천1백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있는 걸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형사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는 전원 추방 하는 등 아주 강력한 추방 정책을 펴고요. 또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에서 눌러 앉지 못하도록 아예 원천 봉쇄할만한 갖가지 방법들도 제시했는데요. 예를 들어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다 적발되면 몰수하고, 또 불법 송금을 막기 위해 특별한 수표를 발행하겠다는 구상도 있고요. 합법적인 취업 자격을 확인하기 위해 ‘E-verify’라는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등, 불법이민자들이 설 자리가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공화당 경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이민 정책과 공화당의 입장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이런 이민 정책에 대해 다른 공화당 후보들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공화당은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적 신분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행정명령에 대해 현재 강력히 반대하고 있죠. 하지만 이민 문제가 워낙 민감하고 껄끄러운 사안이다보니 상당수 후보들이 기본적으로 불법 이민은 반대하지만 명확한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후보가 연일 이민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좋든 싫든 논의를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는데요. 현재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서는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트럼프 후보와 가장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워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말한 장벽 건설에는 찬성을, 그리고 출생시민권제도 폐지에도 어느정도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요. 또 이민 문제를 먼저 제기한 트럼프에게로 주도권은 넘어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후보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워커 주지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트럼프 후보의 구상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 횡설수설이다"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민 정책에 관해 저서를 출간한 적도 있는 젭 부시 후보는 예를 들어 출생시민권제도를 없애려면 헌법을 바꿔야 하는데 그건 아주 긴 과정이 될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설령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자신의 이민 정책을 추진한다 해도 후임 대통령이 이런 극단적인 이민정책을 계승하길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그러자면 트럼프 재임기간에 법제화 과정을 끝내야 하는데 그건 무리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공화당 지도부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군요.

기자) 네, 최근 미국 선거에서는 히스패닉이라고 부르는 중남미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이런 극단적인 이민 정책 발언이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계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히스패닉계 인구는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7% 로, 흑인보다 2% 정도 더 많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이들 히스패닉계가 지난 2012년 대선때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반면 당시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는 불법 체류자들이 스스로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이른바 ‘자진 추방’이라는 정책을 제시했다가 결국 패배하고 말았었죠. 그런 패착의 쓰라림을 경험했던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내년 대선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요. 이렇게 히스패닉계를 분노하게 만드는 트럼프의 행보를 그냥 두었다가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백악관 열쇠를 민주당에 또 넘겨줄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