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세금 정책

미국 공화당의 랜드 폴 대선 후보. (자료사진)

미국 주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중국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가혹한 세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금, 국민의 의무긴 하지만 빠듯한 살림살이에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다 보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만약 "합법적으로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된다면 두 눈이 번쩍 뜨이겠죠?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내가 세금을 잡겠다” 저마다 말들 하는데요. 오늘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공화당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세금 정책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좀 전에도 말씀 드린 것처럼 세금을 납부하는 건 국민의 의무 가운데 하나죠?

기자) 네, 북한은 개인재산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공식적으로는 이런 세금이라는 게 없죠. 그래서 자칫 ‘세금’ 하면 ‘자본주의 착취의 전형적인 예'다,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하지만 세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국가의 구성원들인 국민에게 받는 겁니다. 그리고 국가는 이렇게 걷은 세금을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학교나 병원 같은 공공건물도 짓고 하는 거죠.

진행자) 그러면 적정 수준의 세금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어떤 기준 같은 것도 필요하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현재 실행되고 있는 미국의 세금 제도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미국이 50개 주로 구성된 연방정부다 보니 더 그런데요. 일단 크게 보면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과 주 정부에 내는 세금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 정부에 내는 세금은 그 주에 사는 주민과 주 정부의 재량에 대개 달려 있는 데다가 대선 후보들이 거론하고 있는 것도 연방세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연방세로 국한하겠습니다.

진행자) 아닌 게 아니라 랜드 폴 후보 같은 사람은 세금이 너무 많고 세금제도도 너무 복잡하다면서 엄청난 서류뭉치를 놓고 전기톱으로 잘라 눈길을 끌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금 공화당 후보. 처음에 17명 출마했다가 2명이 물러나면서 현재는 모두 15명이죠. 이민 문제, 동성혼, 낙태, 외교 문제 등 온갖 현안들 가운데 그나마 모든 공화당 후보들이 다 찬성하는 현안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이 세금 문제가 될 듯합니다. 랜드 폴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세금이 너무 많다, 세금을 거두고 관리하는 세금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건 세금을 줄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입장에 부응하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참고로 민주당은 세금은 그대로 두더라도 국민의 복지혜택 같은 걸 줄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납세자들에게는 일단 얼핏 듣기에 세금을 낮추겠다는 말은 그야말로 귀가 쫑긋할 만한 이야기군요.

기자) 네, 하지만 반색을 하며 반기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세금 문제라는 건 결국 국가를 운영하는 돈에 관한 거다 보니까 복잡하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난제 가운데 난제죠. 그러다 보니 공화당 후보들한테서 지금 구체적인 정책을 기대하는 건 무리고요. 그나마 15명 후보 가운데 대략적인 세금 정책만이라도 내놓은 후보는 4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 가운데 1명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바로 며칠 전 미국 CBS 텔레비젼 방송에 출연해 파격적인 세금 정책을 펼쳐 또 한 번 관심을 끌었죠. 그리고 젭 부시 후보가 있고요.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제2차 공화당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한 마르코 루비오 후보, 그리고 랜드 폴 후보 등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어떤 세금 정책을 갖고 있는지 한 번 후보별로 좀 들여다볼까요?

기자) 네, 젭 부시 후보, 주지사 시절에 플로리다 주 경제를 크게 성장시켰다는 점을 자주 부각하고 있죠. 부시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세금정책을 개혁하겠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4%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나온 세금정책 청사진이 우선 복잡한 개인소득세 과세 등급을 아주 간단하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개인소득세라고 하면 말 그대로 개인이 벌어들인 소득에 매기는 세금을 말하죠. 지금 미국은 이 개인소득세에 부과하는 세금 등급이 모두 7단계로 나뉘어 있는데요. 부시 후보는 이걸 3등급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이 상당히 줄어드는 거군요.

기자) 그렇죠. 다시 말해 최저 소득과 최고 소득에 대한 과세 격차가 지금은 7단계로 촘촘히 나뉘어 있는데요. 그걸 더 훨씬 간단하게 소득에 따라 10%, 25%, 28%, 이렇게 3등급으로만 나누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예를 들어 개인의 한해 소득이 약 4만4천 달러 미만이면 10% 세율을 적용하고요. 4만4천 달러에서 9만8천 달러 정도 되면 25%, 그리고 그 이상 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층에게는 28%를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면 부자들에게도 혜택이 많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는 1년 동안 41만3천 달러 이상 벌면 40% 가까이 세금이 물리는데요. 그게 확 줄어들게 되는 거죠. 미국의 기업들도 재미를 보게 되는데요. 부시 후보는 기업에 물리는 세금도 지금의 35%에서 20%로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상속세 같은 것도 없애고요. 반면 획일적으로 얼마씩 공제하는 표준공제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부시 후보의 세금 정책은 그래도 제법 구체적인 편이군요. 트럼프 후보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후보가 내놓은 구상은 젭 부시 후보의 세금 정책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젭 부시의 정책을 그냥 옆에서 보고 따라 한 것 같다고 꼬집는 언론도 있는데요. 부시 후보의 정책보다 조금 더 구분하고 조금 더 솔깃하게 만들었을 뿐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는 겁니다. 우선 개인소득세 과세 등급의 경우, 부시 후보가 3단계로 구분한 반면 트럼프 후보는 4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수치가 정말 간단합니다. 소득에 따라 0%, 10%, 20%, 25% 식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0%라면 세금을 아예 물리지 않는다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부시 후보와 좀 더 극적으로 다른 점이라면 바로 이 부분일 텐데요. 개인이 1년에 벌어들인 돈이 2만5천 달러 미만인 경우에는 완전히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는 겁니다. 지금도 1만1천3백 달러 미만인 경우에는 세금이 면제되고 있긴 한데요, 하지만 거의 2배인 셈이죠.

진행자) 꽤나 파격적이군요. 기업들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기자) 자신이 기업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기업에 대해서는 더 호의적입니다. 기업에 매기는 세금을 지금의 35%에서 15%로 절반 이상 낮추고요.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도 지금의 약 24%에서 20%로 낮추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기업들이 해외에 가지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는 대신 한 번만 세금을 물리겠다고 했는데요. 이 역시 세율만 다를 뿐 부시 후보의 세금 정책과 아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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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공화당 후보들의 세금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자 계속해서 이번에는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서는 가장 나이가 어린 후보죠? 마르코 루비오 후보의 세금 정책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부시 후보나 트럼프 후보의 세금 정책이 공화당의 정책과 비교적 맞아 떨어진다면 루비오 후보의 구상은 살짝 벗어난 감이 있긴 한데요. 지난해 루비오 의원이 다른 상원의원과 공동으로 내놓은 구상안을 보면 7등급의 개인소득과세 단계를 단 2단계로 줄입니다. 7만5천 달러 이상이면 35%, 그 미만이면 15%로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루비오 의원의 세금 정책도 제법 파격적이네요?

기자) 그렇죠? 비판가들은 루비오 후보의 구상은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구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루비오 후보는 대신 자녀들이 있는 부모를 위한 세금 공제 혜택의 경우 1천 달러에서 2천5백 달러로 높여서 양육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말하고 있고요. 또 기업에 대한 세금을 20%로 낮춰주고, 해외 자산에 대한 세금은 한 번만 세금을 물린다든지 하는 건 부시 후보와 비슷합니다.

진행자) 랜드 폴 후보는 세금 인상 반대에 특히 강한 목소리를 내온 후보죠. 폴 후보의 구상도 잠깐 볼까요?

기자) 랜드 폴 후보는 모든 개인 소득에 대해 14.5% 세금을 일률적으로 매기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 연구단체에 따르면 이렇게 되면 향후 10년간 약 3조 달러의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는데요. 폴 후보는 지출을 삭감하고 경제 성장으로 얻는 이익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자, 이렇게 4명의 후보는 살펴봤고요. 나머지 11명의 공화당 후보들도 아주 구상이 없는 건 아니겠죠?

기자) 네, 크리스 크리스티 후보라든가 마이크 허커비 후보도 지금의 복잡한 세금 제도 대신 보다 간단하게 등급을 나누고, 최고세율도 40%대에서 25%대로 줄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신경외과 전문의인 벤 카슨 후보는 기독교 교리에 있는 십일조 개념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소득에 대해 일률적으로 10%를 세금으로 내자고 제안하고 있고요. 테드 크루즈 후보의 경우, 간단하고 일률적인 세금을 매겨서 아예 국세청을 없애자고 말하고 있긴 한데요. 하지만 공화당 후보들의 이런 세금 정책에 대해서 "머릿속에서만 나온 구상이다, 결국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현실성 떨어지는 선심성 공약이다"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