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이 창건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북한에서도 권력과 부를 가진 ‘사회주의 귀족’ 즉 ‘노멘클라투라’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이 말했습니다. 또 노동당이 21세기에도 살아남으려면 핵개발을 포기하고 경제 제일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씨를 최원기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 했습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이 집권한지 4년이 됐는데요, 김정은 제 1 위원장이 당정군을 모두 장악하고 권력기반을 굳혔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강인덕) 2011년에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에 영구차를 호위했던 사람이 7명인데, 그 중에 군부가 5명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5명이 다 숙청됐어요. 그런가 하면은 장성택이가 2013년 12월에 처형되지 않았습니까? 금년에 와서 4월 30일에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 됐습니다. 처형 될 때 ‘강건 군사 종합 군관 학교’에 사람들이 모여서 인민군대 간부들이 처형되는 장면을 봤다고 해요. 이 정도로 가혹하게 군부를 통제하기 때문에 아마 군부의 세력은 상당히 약화 된 것 같고 결국은 당으로 모든 정치가 옮겨 간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여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은 어느 정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북쪽의 내부 현상은 우선 경제와 사회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아버지(김정일) 때와 같이 안정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됩니다.
기자)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선군 정치’를 내세웠는데요 아들 김정은 제 1 위원장은 노동당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선군 정치’에서 ‘선당 정치’로 선회 했다고 보시는지요?
강인덕) 아버지(김정일)가1998년부터 죽을 때까지 했으니까, 10년 정도 선군 정치를 하는 과정에 엄청난 문제점이 생겼지요. 경제가 완전히 파탄 되지 않았습니까? 군에 모든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군 중심으로 모든 것이 움직였다는 말이지요. 심지어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다 군이 장악하는 현상이 되었으니까 후계 체제 구축이 대단히 어렵겠지요. 따라서 군부로부터 권력을 빼내는 작업을 그 동안에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당을 강화 시켰지요. 그래서 모든 것을 당 정치국가 당 중앙 군사 위원회가 다 장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습니다. 그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았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군 정치로부터 당으로 옮겨 오기는 했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선군 사상’ 그것은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핵개발을 중심으로 군부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것을 봐서는 여전히 김정일 때의 선군 정치는 벗어났다 하더라도 선군 사상을 그대로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여집니다.
기자) 김정은 제 1 위원장이 지난 4년간 처형한 고위간부가 84명에 달합니다. 이런 공포정치가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강인덕)공포 정치는 계속 될 것입니다. 지금 김정은 제 1 위원장이 자기 통치력을 발휘하는 데는 이 방법 밖에는 없지요. 그가 무슨 숭배 받을 만한 리더십을 강화 시킬만한 자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런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흔히 이야기하는 제왕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이러한 공포 정치적인 방법, 대표적인 것이 장성택 숙청이나 현영철 숙청 같은 것인 데요. 이런 방법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누구도 자기 앞에서는 고개를 들 수 없도록 하는 것이죠. 지금 TV를 보면 김정은이 한마디 하면 거기 있는 별 4개 3개 단 장군들이 노트 하는 걸 보면 그만큼 그 김정은의 군부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죠.
기자) 12일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입니다. 노동당은 70년 전에 ‘조선 공산당 북조선 분국’ 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는데요, 이제는 ‘김일성 김정일 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강인덕) 네, 1948년에 2차 당대회가 있었어요. 3차 당대회가 1956년에 개최 됐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생기는 거죠. 여러분 잘 아시는 소련 공산당 전당 대회에서 흐루시초프가 스탈린 격하운동과 ‘평화 공존 정책’을 내놓지 않습니까? 이것을 위주로 해서 중국과 소련간에 강력한 이데올로기 대립이 일어나죠. 이 기회를 이용해서 소련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고 또 1965년에는 문화혁명을 계기로 해서 중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주체’ 라는 것을 만들어 내지요. 특히 1968년에 김정일이 선전선동부를 장악하면서 주체 사상이라는 것을 완전 정립 시키지요. 그 결과 1970년 제 5차 당 대회에서 맑스레닌주의를 북한의 실정에 맞도록 창조적으로 발전시킨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당의 정치적 지도이념으로 삼는다. 이때부터 북한 노동당은 김일성의 당이 되는 것이죠. 그 뿐만 아니죠. 그 후에 김정일이 등장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주체사상, 유일 사상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완전한 김일성의 당 뿐만 아니라 조선 민족을 김일성 민족이라고 까지 바꾸죠. 지금 북한의 노동당이라는 것은 공산당도 아니고 사회당도 아니죠. (노동당은) 완전한 김정은의 봉건 왕조, 김일성의 가계 왕조를 떠받들고 호위하는 그러한 역할 밖에는 못하는 거죠.
기자) 70년 전에 노동당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주의를 내걸고 출범했는데요 현재 평양은 빈부격차가 있다고 합니다. 사회적 모순이 심화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강인덕) 이건 눈에 보입니다. 우선 세대간의 차이, 도시와 농촌간의 문제, 또는 출신 성분을 가운데 두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완전히 구분 되지 않습니까?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도 가지는 그런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죠. 북한은 평양사람과 지방 사람이 구분이 됩니다. 격차 차이가 너무 많이 생겼어요. 또 거기다가 김원흥 국가 안전보위 부장의 아들, 황병서의 양딸, 최룡해의 아들 이런 간부의 자식들 같은 사람들이 태자당이라는 것을 만들어 가지고 모든 이권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심화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죠. 공산주의 국가의 붕괴되는 과정에서 보면 그런 현상이 많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지금 북한의 빈부격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이것은 권력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별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하급 관료들은 시장에서 뇌물을 받습니다. 뇌물 없이는 아무것도 안되니까요. 그 만큼 북한의 사회 질서가 무너진 것이지요.
기자) 구 소련이나 동구권의 경우를 보면 공산주의,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하기 전에 권력과 부를 독점한 일종의 ‘공산귀족’ 계층 즉 ‘노멘클라투라’가 나타나는데, 북한에도 ‘노멘클라투라’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강인덕) 저는 그렇게 봅니다. 지금 나타난 현상들을 예를 들어 보면은 지금 커피 한잔에 1유로라는데 전체 지금 북한의 월급이 5천원 받아도 0.6달라정도 밖에는 안됩니다. 근데 이런 1유로짜리 커피를 (북한 상류층이) 마음껏 먹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고기로 한끼 식사를 하면은 10달러 정도 돈이 드는데 이것도 제멋대로 먹는 귀족층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 전부다 뇌물, 부정 부패지요. 이것으로 돈 벌었기 때문에 나는 북쪽에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할 때 많이 나타났던 ‘노멘클라투라’ 즉, ‘노동적색귀족’이 북한에서도 형성되고 있다. 나는 이것을 태자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핵-경제 병진정책’이 성공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강인덕) 이것은 과거의 경험을 봐서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1961년부터, 김일성 시대지요. ‘7개년 경제계획’을 하지 않습니까? 이때 국방 건설과 경제 건설이 병진이었어요. 마찬가지지요, 핵 건설과 경제 건설의 병진이나 군수공업과 일반 경제를 병진시키나 같지요. 이렇게 되면은 그들 GDP의 20-30%가 들어가게 될 겁니다. 이걸 집어 넣고서는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이 안되지요. 그러나 핵개발을 계속하는 한, 세계 각국은 유엔을 비롯해서 제제 할 수 밖에는 없지요. 이것은 중국이다 러시아다 구분할 수가 없지요. 전부가 다 제제할 텐데 제제를 하게 되면 심하게 나가면 금융제제까지 갈 텐데 이렇게 되면 북쪽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여력이 전혀 생기지가 않지요. 외국에서 누가 투자 하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북쪽의 경제는 재건이 안되지요. 정상화가 안 되지요. 따라서 핵 문제를 개발하고 있는 한,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한 북쪽의 경제 정상화는 불가능 하다 이렇게 볼 수 있겠지요.
기자)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동맹 국인데요. 아직 김정은 제 1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북 중 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 된 것일까요?
강인덕)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특히 중국이 원하는 것은 개혁 개방이죠. 개혁 개방을 추진하면서 지금 북쪽이 추진하고 있는 핵이라는 것이 이 지역 안전보장에 얼마나 해로운 것입니까? 이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죠. 특히 북한의 경우에는 당내 민주주의라는 것이 살아 있지가 않아요. 공산당이 유지 되려면 당내 민주주의가 살아있어야 하는데 북쪽은 완전히 당내 민주주의가 죽어버리지 않았습니까? 거기다가 가장 중국과 가깝다고 생각했던 장성택마저도 처형이 됐으니까 중국으로써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북한에게 손을 내밀고 도와주겠다 혹은 같이 우호관계를 유지하겠다 이런 소리를 할 수가 없는 거죠.
기자) 중국 베트남 쿠바를 보면요, 공산당을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을 하고 또 미국과도 관계 개선을 하고 있는데 북한은 왜 개혁개방에 나서지 못하는 것인가요?
강인덕) 못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개혁개방을 할 수 있으려면 당 자체가 그리고 당 민주주의가 살아 나야 하죠. 당 내에서 마음대로 토론도 하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사회주의 진영이 없어졌으니까 일반 자본주의 국가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개혁개방으로 바꾸어 나가야 되죠. 이렇게 나가면 당내가 민주화 되고 개혁 정책으로 나가게 되면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공산당이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과 같이 북쪽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끝으로 노동당의 장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망해주십시오.
강인덕) 저는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북쪽의 경제가 정상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선 북쪽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경제 제일 주의’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핵을 개발하고 있는 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계속적인 압력과 제제를 가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북쪽의 태도가 바뀌어야 해요. 바뀌기 위해서는 우선 북쪽의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따라서 지금은 김정은이가 자기 체제 강화를 위해서 공포정치 같은 것을 쓰고 있지만은 얼마 안 가서 이 정책은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되리라. 그렇게 되면 북쪽에 변화를 추구하는 내부에서의 욕구가 늘어나게 될 것이고, 중국이나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이런 욕구를 충동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가해질 것이기 때문에 나는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변화하지 않는 한 5-6년내로 우리가 전망할 때도 북쪽 내에 변화가 오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 오면 무너지는 거죠.
기자) 강인덕 전 장관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강인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