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풍경] 미 워싱턴의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공사 착공

미국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 1층에 당시 대한제국 공사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속 태극기가 걸려있던 자리이다. 오른쪽 사진은 박정양 초대 주미공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한종수 역사학자(왼쪽부터), 오수동 사무총장, 김종훈 건축사학자가 전시된 사진을 배경으로 서 있다.

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지난 2012년 8월, 한국 정부가 조선 말기 일제에 의해 처분됐던 미국 수도 워싱턴 내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을 102년 만에 다시 사들여 화제가 됐었습니다. 3년 여가 지난 현재 복원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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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오디오 듣기] 미 워싱턴의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공사 착공

19세기 말인 1882년, 러시아와 청나라, 그리고 일본이 한반도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조선왕조는 자주권 천명을 위해 미국과 수호통상 외교조약을 맺었습니다.

그 해 서울 정동에는 미국의 첫 상주공사관이 기왓장이 올라간 한국식 가옥으로 지어졌고, 주한 미국공사가 공식 외교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워싱턴의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9년부터 빌려 쓰던 건물을 1891년 고종 황제가 당시 거액인 2만5천 달러를 주고 직접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공사관은 매입한 지 16년 만인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의해 외교권을 빼앗기면서 일제에 의해 압류됐고, 1910년 단 돈 5달러의 헐값에 미국인에게 팔리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후 한 세기 가까이 존재가 희미했던 공사관은 1990년대 말 미주 한인사회의 관심을 받으며 재조명됐습니다.

결국 2012년 8월 한국 정부가 공사관을 다시 매입하기에 이르렀는데 구한말 일제에 의한 외교권 강탈의 아픔을 겪은 지 102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한국 문화재청은 350만 달러라는 비싼 값을 치르고 되찾은 옛 공사관을 자주외교와 미-한 우호, 역사교육의 장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 문화재청은 2012년 7월 해외에 유출된 16만 여 점 한국문화재의 조사와 연구, 활용,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의 관리를 위탁 받았고 재단의 첫 사업으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보수복원 사업’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지난 18일 워싱턴을 방문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오수동 사무총장은 대한제국 공사관 보수복원 사업의 의미를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오수동 총장] “역사의 현장이라고 하는 의미, 자주독립의 의지를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두 번째 한미 우호의 요람이라는 뜻이 있다. 미국을 믿을 수 있는 우방으로 생각하고 개설해 16년 간 한미 우호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세 번째 발전된 대한민국을 상징합니다. 일제 강탈 이후 한 세기 이후 박물관으로 거듭날 것인데, 대한민국 발전의 상징이 되고 동포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오 총장은 특별히 주한 미국 초대 공관 역시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며 두 나라의 인연이 각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설립될 당시 30여 개 나라가 공사관을 세웠지만 모두 훼손되거나 사라졌습니다.

총 379만 달러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번 사업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재단 내 전문 자문위원들과 현지에 파견된 학자들은 건물 실측과 자료 수집, 인허가 등 건물 복원에 필요한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이 재단의 한종수 박사는 공사관을 원형으로 복원할 근거를 찾게 된 것이 지난 3년 동안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한 박사에 따르면 공사관 보수복원의 근거자료는 사진과 현지 신문 잡지 기사, 공문서 등이 있는데 1893년 당시 워싱턴에 세워진 30여개국 공사관들의 내, 외부 모습과 특징을 소개한 ‘데모크래츠 패밀리 매거진’ 기사가 주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공사관 사이에 주고받은 공문서를 모은 ‘주미내거안’ 이란 사료 발견은 원형 복원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 박사는 밝혔습니다.

이런 사료에 근거해 공관 내부와 외부의 쓰임새와 모양, 가구 배치까지 복원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이 워싱턴의 역사보존 지역이어서 1877년 건축 당시 원형의 훼손이 적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그러나 건물의 나이가 100년이 넘은 데다 자료가 여전히 부족해 뚜껑을 열어봐야 정확한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고 재단 측은 밝혔습니다. 김종헌 건축사학자의 말입니다.

[김종헌 박사] “저희가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 정밀실측을 했어요. 하나하나 모든 장식을 실측해서 그려내고 또 형태를 3차원 스캔해서 형태를 다 만들어서 재현을 하고 거기에 따라 설계에 따라 이래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 벽면 상태는 다 마감이 돼 있기 때문에 내부는 어떤 상황으로 변해졌는지 잘 알 수 없거든요. (얼마나 늙었는지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

김 박사는 또 몇 년 전 워싱턴 DC에 지진이 발생해 건물에 금이 가있고 구조안전 진단을 마쳤지만 표피를 벗겨내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을 경우 재단의 전문 자문위원들과 논의하고 현지 상황을 고려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특별히 이번 보수복원 사업에 대해 기술적인 복원만을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김종헌 박사] “이 공사관의 복원은 단순한 한국의 외교공관을 복원한다는 개념만이 아니라 새롭게 역사를 조명하면서 풀어가면서 조명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고, 1889년부터 1905년 이 시점은 한국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시점이에요.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 격변의 시기에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급변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기술적인 복원과 동시에 미국과 한국의 격동의 외교사를 다시 찾고 조명하는 역사적인 작업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19일 11개월 간의 보수복원 공사가 시작됐는데요, 시공은 미국 내 보수복원 전문업체인 CVMNEXT 회사가 맡았습니다.

워싱턴 DC의 로간 서클 15번지에 위치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은 대지면적 68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됐습니다.

건물의 1층과 2층은 당시와 최대한 가깝게 재현될 계획인데요 원형을 추정할 역사자료가 없는 건물의 3층은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발전상 등을 소개할 전시공간으로 꾸며집니다.

건물 뒷 마당은 창덕궁 후원을 본뜬 한국식 정원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2017년 봄에 박물관으로 거듭나 일반에 공개되는데요, 한종수 박사는 미-한 우호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 건물이 미국인 뿐아니라 한인사회에 대대손손 의미가 전해지기를 희망했습니다.

[한종수 박사] “ 대사관의 최초의 조상이 미국의 공사관으로 한미 우호의 중심적인 역할이거든요. 역사적인 탐방로를 만들어서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고요, 지금 공사를 시작하니까 거창하게 말하기 보다는 오픈해서 구체적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고, 과정에서 동포사회와 협력할 것입니다. “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