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 입니다. 지난 2011년 북한 주민들의 끔찍한 실화를 담은 영화 한 편이 한국에서 개봉됐었습니다. 적나라한 표현으로 논란도 있었던 ‘겨울나비’ 란 영화인데요, 탈북자 김규민 감독이 이 영화를 들고 미국을 찾았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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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7월 ‘겨울나비’란 제목의 영화 한 편이 한국에서 상영됐습니다.
이 영화 광고 포스터에는 평범한 두 모자와 나비, 그리고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란 문구가 담겼었는데요, 겉으로 봐서는 그저 평범한 가족영화 같습니다.
[효과: 영화 프롤로그 -타이핑소리]
그러나 영화의 첫 장면에 이런 문구가 찍힙니다. ‘이 영화는 북한의 황해북도 지방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효과 : ‘겨울나비’ 첫 장면]
눈부시게 하얀 방에는 푸드덕거리는 수탉과 엄마에게 닭 곰 조리법을 캐묻는 깔끔한 요리사 옷 차림의 주인공 소년 진호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병색이 완연한 진호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 장면이 진호의 상상임을 알아챕니다.
죽은 아버지처럼 요리사가 되고 싶은 11살 소년 진호는 학교 대신 매일 산에서 나무를 구하고, 폐결핵에 걸린 엄마는 나무를 팔아 옥수수 죽을 끓여 아들을 먹입니다. 고된 현실이지만 진호는 늘 엄마와 함께 닭 곰 끓이는 상상을 하며 꿈을 키워 갑니다.
영화는 가난하지만 아끼고 사랑하는 두 모자의 평범한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효과: 엄마는 왜그렇게 조금 먹어..]
그런데 곧이어 두 주인공의 비극을 알리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나무를 구하다 절벽 아래로 굴러 머리를 크게 다친 진호를 엄마는 며칠 밤낮을 찾아 헤매고, 그러다 그만 몸져 눕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진호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나무를 끌고 돌아가는데 벌거숭이 산에서 죽은 나뭇가지가 아닌 산 나무를 베는 주민을 적발하는 안전원을 만납니다.
[효과: 이거 진짜 죽은 나무예요! 이 자식이 진짜!"]
안전원은 진호의 나뭇가지들이 산 나무라 우기며 빼앗아 그 나무로 술값을 치릅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시름시름 앓아가는 진호 앞에서 엄마는 김 부자 사진을 보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효과: "제발 한번 만이라도 도와주세요 제발.."]
이 영화는 1990년대 말 북한에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 시절 당시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시 나무를 구해 연명했다는 40대 탈북 남성 김규민 감독은 `VOA’에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녹취:김규민 감독] “ 산에가서 나무해서 팔아서 옥수수 죽이라도 먹으면서 그것만이라도 보장돼도 살 수 있었던 모자가 그렇게 처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그와 유사하게 죽어간 수 백만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이 말하는 ‘처참한 죽음’이란 아들과 함께 사경을 헤매던 엄마가 결국 실성하게 되고, 아들을 죽이게 되는 비참한 결말을 말합니다.
[효과 : “엄마.. 왜이래 나야..”]
아들이 강아지로 헛보이는 엄마가 오로지 진호에게 고기를 먹이려고 개를 죽여 솥에 끓이게 되는데요, 실성한 엄마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뭔지도 모른 채 중얼거립니다.
[효과 :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는데 닭고기보다 개고기가 맛있네...”]
김 감독은 이런 비극이 영화 속 허구가 아닌 `고난의 행군’ 당시 종종 있었던 일이라며, 자신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규민 감독] “동네 아는 여자였죠. 여자가 잡혀 나온 장면을 봤죠. 연기가 안 나야 할 집에서 연기가 나니까 들어가 봤는데 그 상황이 생긴거고 .”
김 감독은 불편한 진실이 북한에서는 사실이었다며 영화 장면이 너무 과하다는 논란이 있지만 삶을 파괴 당하고 죽어간 무고한 사람들이 겪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김규민 감독] “내가 영화를 통해서 말하려고 했던 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그 거였는데 미화하거나 감춘다면 사람들이 그걸 (북한 주민의 고통) 이해할 수 있을까요? 불편하다고 해서 사실을 뭔가에 감싸서 받아드린다면 그게 과연 진실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김 감독은 고난의 행군 시절 이야기를 지금 다시 소개하는 이유는 그 때나 지금이나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감독은 최근 북한 어린이들의 강제노동과 꽃제비들이 나무를 줍고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들이 영상으로 공개됐던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제목이 ‘겨울나비’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녹취:김규민 감독] “겨울 나비 사진을 봤어요 눈밭에서 얼어죽은 날씨가 따뜻해서 나비가 헷갈려서 태어난데요, 그러면 나비는 곧 죽어버리죠.아 북한 사람들과 똑 같구나 잘못된 나라에서 잘못된 시기에 태어난..”
그러나 김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희망을 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효과: 엄마랑 같이 먹을게 . 그래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과 같은 장소와 분위기인 눈부시게 환한 방에 두 모자가 곱게 옷을 입고 닭고기를 서로 먹여주는 장면입니다.
김 감독은 ‘겨울나비’ 외에 ‘사랑의 선물’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영화감독으로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이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규민 감독] “큰 바다도 샘물에서, 아무리 큰 불씨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죠. 제 영화를 통해 그런 관심이 더 커지는 불길이 되면 좋겠고. 그 불길이 통일로 이뤄지는 위대한 불길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말도 통일이 됐을 때 그래도 나는 이 통일에 요만한 숟가락 하나 얹었다. 그래서 나는 이 통일을 떳떳이 맞이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겨울나비’는 지난 주말부터 상영되고 있는데요, 11월 초까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과 버지니아 주립대학 (UVA) 를 비롯해 시카고와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상영됩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