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 입니다. 호주의 동화작가가 북한의 아동문학 서적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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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리처드슨 씨는 호주 시드니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30대 아동문학 작가입니다.
리처드슨 씨는 국제안보 석사학위를 받고 2011년 캄보디아와 중국, 베트남을 여행할 만큼 아시아 문화와 공산당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분단된 한반도 상황에 매우 흥미를 느낀 리처드슨 씨는 북한의 체제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고, 직접 답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몇 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 아동 도서를 접했고, 북한 당국의 어린이 정책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도서업자로부터 만화와 소설, 동요 등 70여 점의 북한 아동문학 창작물을 구입한 리처드슨 씨는 지난 3년 동안 이 책들을 연구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어린이 정책과 조치: 한국 통일의 도전과제”란 제목의 이 논문은 북한 당국이 어린이들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교육하고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논문을 발표하기 전부터 리차드슨 씨의 연구내용은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 `BBC 방송’ 등 미국과 영국 언론들에도 소개되며 관심을 끌었었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VOA’ 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처드슨] “Firstly, because almost every discussion about North Korea in the ..”
북한 어린이들의 삶에 대한 서방세계의 무관심과 북한 당국의 심리문화 정책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장마당을 통해 서방 문물을 접하는 북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북한 당국의 정책은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연구의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연구를 위해 1980년대 말에서 2012년까지 출간된 북한 아동 도서들을 구입했는데요,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예상과는 달리 세계 여느 나라들의 아동 도서들처럼 우화와 옛날 이야기, 과학소설, 모험 등 웃고 울리는 소재로 내용이 매우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또 거의 예외없이 혐오스럽고 징그러운 일본 군과 미군이 등장한다며, 북한 어린이들이 서방세계를 어떻게 인식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낯설고 충격적이었던 것은 모든 도서에 공통적으로 ‘최고 지도자 중심성’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었다고 리처드슨 씨는 밝혔습니다.
마치 지도자와 주민들이 신과 피조물의 관계로 느껴질 만큼 주민들은 지도자를 사랑하고 지도자를 위해 죽을 준비까지 되 있으라는 주제로 일관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리처드슨] “Firstly, many books for children are about the leaders, especially..”
리처드슨 씨는 최고 지도자를 신격화 하고 영웅으로 만든 아동 도서들은 북한 작가들이 “지도자를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한다”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작품을 쓰기 때문이라며, 자유롭게 작품을 쓰는 자신의 상황이 다행으로 생각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에서 북한학을 가르치고 있는 노동당 통일전선사업부 대남심리전 작가 출신 탈북자 장진성 씨는 `VOA’에 북한에는 개인작가도 아동문학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 개인 작가란 없어요. 쓰고 싶은 주제가 아니라 당 조직생활 안에서 당에서 준 주제로 지령 창작을 하는 것이죠. 도구로서 역할을 할 뿐이죠. 개인창작은 허용하지 않죠. 충성문학이죠.”
장 씨는 저항문학을 시도했던 일부 북한 작가들이 몰래 자기 작품을 숨겨 놨다가 우연한 사건으로 적발돼 수용소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충성문학만 존재하는 북한에 아동문학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장진성]”아동문학이 없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북한에는 정치화 된 선전성만 존재하지 아동문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아동 세뇌용 교과서 같은 것은 무슨 의미냐 하면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혁명 역사와 함께 성장해요. 북한의 아동문학은 수령 신격화의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시드니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리처드슨 씨는 이런 북한의 체제와 북한 어린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쉽지 않아 호주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과의 만남은 북한의 아동문학 정책이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리처드슨 씨는 밝혔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까지 지배 당하는 탈북자들은 탈북 후 정착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것이 한반도 통일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리처드슨 씨는 어느 나라든 아동도서는 어린이를 위해 쓰여져야 하며, ‘좋은 이야기’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처드슨] “Yet whether an author is writing for children in North Korea, South Korea, Australia or America,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o tell a good story…”
리처드슨 씨는 자신의 작품에 북한 이름의 등장인물을 넣을 만큼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북한 문학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