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이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린 후 가장 큰 몸살을 앓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교계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는 종교가 ‘모르몬교’인데요. 오늘은 ‘모르몬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청취자 여러분들 중에서는 ‘모르몬교’ 가 뭘까? 꽤나 낯설게 생각되는 분도 많을 듯한데요.
기자) 네, 북한에 있는 청취자 여러분들은 물론이고 한국에 있는 분들도 가운데서도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전에는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 교회’라고 불렀는데요. 지금은 ‘예수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라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몇 가지나 되는지 아십니까?
진행자) 글쎄요, 세계 3대 종교라고 하는 기독교나 불교, 이슬람교 말고도 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토속 신앙 같은 것까지 생각한다면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정답입니다. 종교의 정의에 따라 그 숫자가 차이가 많이 나서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종교가 존재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아주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몇 년 전 저명한 연구조사단체인 ‘퓨리서치 센터’가 당시 69억 세계 인구의 약 84%가 어떤 형태로든 종교를 갖고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일단 이 모르몬교는 세계적인 종교 범주에 넣을 수는 없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통 ‘세계 3대 종교’ 하면 기독교와 불교, 이슬람교를 꼽고요. 여기에 힌두교와 유대교를 넣어서 ‘세계 5대 종교’라고 합니다.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모르몬 교인들이 약 1천5백만 명은 되는 걸로 알려져 있고요. 그 가운데 미국 교인이 650만 명 정도 됩니다.
진행자) 1천5백만 명이라면 결코 작은 종교는 아니군요. 그런데 모르몬교가 아무래도 미국에서 만들어진 종교라 그런지 미국 교인들이 많네요.
기자) 맞습니다. ‘모르몬교’는 1820년에 뉴욕에 살고 있던 조셉 스미스(Joseph Smith)라는 사람이 만든 종교입니다. 조셉 스미스는 원래는 기독교인이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갈등이 심한 기독교를 보면서 새로운 교회를 찾다가 꿈에 천사들을 만나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천사의 계시를 받고 예언이 새겨진 황금판을 발견한 후 ‘기독교의 회복’, 그리고 초기 기독교를 본 뜬 공동체 생활을 천명하면서 새로운 종교를 창시한 게 바로 ‘모르몬교’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모르몬교'라고 부르게 된 겁니까?
기자) 네, 조셉 스미스가 발견했다는 황금판에 새겨진 예언을 번역한 경전이 ‘모르몬 경’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정식 명칭은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LDS)’인데요. 부르기 쉬워서 ‘모르몬교’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모르몬교 교인으로 잘 알려진 사람을 꼽자면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 주지사가 있고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매리엇의 창업자 존 매리엇도 모르몬교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기원전 만들어진 불교라든지, 기독교, 이슬람교와 비교하면 역사가 아주 짧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9세기에 만들어졌으니까요. 그리고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 외에 ‘모르몬 경전’이라는 또 다른 경전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정통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지금도 이 모르몬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모르몬교 하면 또 일부다처제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기자) 네, 모르몬 교리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 가운데 하나인데요. 교회 성립 초기 성경 시대에 있었던 것처럼 일부다처제를 인정하고 시행해서 그렇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일반 미국인들의 정서상 맞지 않는 일 아닙니까?
기자) 네, 그리고 법으로도 금지돼 있습니다. 이게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자 모르몬교는 결국 1890년에 일부다처제를 금지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를 폐지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요즘도 모르몬교 교인 사이에서는 일부다처제를 신봉하고, 시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도 있던데요.
기자) 네, 특히 모르몬교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유타 주에서는 그래서 일부다처제가 법으로 허용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잘못된 이야기고요. 모르몬 교단 측은 물론이고 주 법으로도 이는 금지 돼 있습니다.
진행자) 좀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특히 서부 유타 주에는 모르몬 교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그렇게 된 역사적 배경이 있죠?
기자) 네, 초기 모르몬 교인들은 이단이라는 낙인이 찍힌 후 뉴욕 주와 일리노이 주 등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급기야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가 1844년 괴한에게 피습, 살해당하는 일까지 생겼는데요. 그러자 그의 후계자로 뽑힌 브리검 영이라는 사람이 1846년에 모르몬 교인들을 이끌고 동부를 떠나 서부로 집단 이동을 합니다. 이들 수천 명의 모르몬 교인들은 험준한 로키 산맥을 넘어 무려 1년 가까운 긴 여정을 끝내고 서부 지역에 도착하는데요. 이게 바로 오늘날 유타주의 기원이 된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지금도 유타 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보수적인 곳으로 유명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주민의 약 60%가 모르몬 교인들입니다. 주 역사 초기에는 물론 이 수치가 훨씬 높았는데요. 점점 다른 주에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 비율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 법은 물론이고 사회 문화 전반에 모르몬교의 영향이 깊숙이 뿌리 박혀 있습니다. 모르몬교 세계 본부도 유타 주 주도인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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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모르몬교’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이 합법적이라고 인정한 후에도 미국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이 동성결혼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합니다. 특히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 종교계인데요. 최근에는 모르몬교 지도부가 동성결혼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면서 교인들이 집단 탈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요.
기자) 네, 모르몬교 교단 측이 최근 동성 부부를 배교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친자녀나 입양한 자녀들에 대해서는 18살이 될 때까지 세례와 축복을 금지하는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교계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는데요. 이 같은 교회 방침에 항의해 최근 교인 약 1천500명이 모르몬교에서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아이들의 경우, 특별히 18살까지 기다리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까?
기자) 네, 교단 측은 이 아이들이 부모의 삶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기 때문에 이들이 성인이 된 후 동성애를 부인한다면 세례를 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세례를 받은 아이들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모르몬 교단 측은 국가의 법을 존중하고 성 소수자 차별도 반대하지만, 결혼은 남성과 여성 간의 결혼으로, 교회 측은 교인 간의 동성결혼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교회의 이 같은 방침이 결국 교인들의 집단 탈퇴를 가져온 거군요.
기자) 네, 이들은 교회가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교회를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집단 탈퇴를 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미 교회를 제대로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래도 어릴 적부터 자라온 교회를 떠나 교적부에서 이름을 지우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고 말하고들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교인은 부모와의 마찰을 피해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가장 보수적인 종교 가운데 하나인 모르몬교 역시 급변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힘겨운 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진행자) 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