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난민 정책

지난 9월 시리아 난민 여성이 터키 접경 지역에서 아이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료사진)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주 금요일(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로 미국인 1명을 포함해 12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 사건이 일어난 뒤 미국에서 시리아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테러범들 가운데 1명이 시리아 난민 속에 섞여서 유럽으로 들어왔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 시간에는 미국의 난민 정책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은 어느 부서에서 난민 문제를 담당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국무부 산하에 있는 인구난민이주국(The Bureau of Population, Refugees and Migration)이 주무 부서입니다. 인구난민이주국은 현재 미국의 난민수용 프로그램, 약칭 USRAP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면서, 외국에 있는 난민들을 데려오고, 또 이들의 초기 정착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들의 서류와 자격 심사 여부는 국토안보부와 연방 이민서비스국 산하 부서들이, 그리고 미국 내 사회정착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난민재정착사무국(ORR)이 담당하는 등 각 정부 부처 간에 유기적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의 난민수용프로그램(USRAP)은 어떻게 운영됩니까?

기자) 네, 대체로 난민 문제를 담당하는 국제기구인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이나 미국대사관, 또는 공신력 있는 비정부기구 같은 곳에서 난민 신청자를 넘겨줍니다. 그러면 인구난민이주국이 운영하는 재정착지원센터(RSC)가 난민 신청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해서 미국 국토안보부로 넘기고요. 국토안보부와 이민서비스국이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통해 최종 결정을 하는 겁니다.

진행자) 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 데 어느 정도나 시간이 걸리는지요?

기자) 평균 약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난민 신청자들이 처한 상황이 각각 달라서 걸리는 시간도 다 다릅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의 경우, 테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심사 과정이 더 엄격합니다. 보통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진행자) 어떤 사람이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신청 자격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이 정하고 있는 국제 난민 기준을 미국도 일단 따르고 있는데요. 원칙적으로 종교적 이유나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 또, 인종이나 국적, 사회적 특수 집단 등의 이유로 확실히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인정되면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난민으로 미국에 입국하면 자동으로 미국 시민이 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난민으로 1년간 미국에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거죠. 이 기간에 일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에 미국에 영구히 거주할 수 있는 자격, 즉 영주권 자격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영주권을 받고 난 후 5년이 지나면 미국 시민, 시민권을 취득할 자격이 주어지고요. 시험에 통과하면 진짜 미국 시민이 되는 겁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에 얼마나 많은 난민이 들어와 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국무부 자료를 보면요. 1975년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약 3백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습니다. 2013년 한 해만 보면 미국이 받아들인 난민 수가 6만9천9백30명에 달하는데요, 이는 난민재정착 프로그램(USRAP)이 정하고 있는 한 해 난민 수용 수 7만 명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UNHCR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1천5백만 명의 난민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이 7만 명이라는 수는 극히 미미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은 전 세계 나라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진행자) 그 많은 난민 가운데 제3국에 정착하는 사람이 1%도 채 안 된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한 예로 국무부가 2012년 UNHCR의 자료를 토대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요. 전 세계에서 재정착한 난민의 77%가량이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다음이 호주 7%, 캐나다 6% 순입니다. 그러니까 미국 한 나라가 받아들인 난민 수가 다른 25개 나라를 다 합친 것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은 셈입니다.

진행자) 미국에 북한 출신 난민도 들어와 있죠? 몇 명이나 되나요?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지난 2004년에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따라서 북한 출신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에 9명을 받아들인 게 처음이었는데요. 그동안 미국에 들어온 탈북 난민 수는 지난 10월 말 현재 186명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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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미국의 난민 정책 알아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라고 했는데요. 내년부터는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일 계획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9월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수용난민 수를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지난 10월 1일에 시작해서 내년 9월 30일에 끝나는 2016 회계연도에 최소한 8만5천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 다음 2017 회계연도에는 10만 명을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더 많이 수용할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진행자) 그 가운데는 시리아 난민도 포함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내년 9월 말까지 1만 명 받아들일 예정입니다. 지난 2011년 이래 미국이 UNHCR에서 넘겨받은 시리아 난민신청 건수가 1만7천 건인데요. 그 가운데 약 9%만이 난민 자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에 오고 싶어 한 시리아 난민 10명 가운데 1명만 허가를 받았던 셈이죠. 그 대신에 미국은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서 40억 달러 이상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 왔는데요. 이번에 실제로 받아들이는 난민 수를 크게 늘린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이렇게 난민 수용을 확대하기로 한 건 말이죠.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시리아 난민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서 지중해를 건너다가 배가 전복되면서 많은 난민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특히 지난 9월 초에 3살짜리 시리아 어린이의 시신이 터키 해안가에서 발견되면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여론이 바뀌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후, 분위기가 다시 바뀐 것 같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리아 난민 문제가 내년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는데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세 명은 모두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서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르코 루비오 후보나 존 케이식 후보의 경우, 전에는 난민 수용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는데요.

기자) 네,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은 약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 말이 바뀌었죠. 밀려드는 난민 가운데 테러 분자를 가려내기 힘들다면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고요. 오하이오 주지사인 케이식 후보는 더 이상 오하이오 주에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입장을 바꿔서 미국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는 사람도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테드 크루즈 후보는 시리아 난민 가운데 기독교 신자만 받아들이자는 말을 해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고요. 젭 부시 후보 역시 기독교 신자에게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연방 의회와 주 정부 차원에서도 시리아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넘는 주의 주지사들이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고요.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시리아 난민 수용을 중단하라고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시리아 난민 정책을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요.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진행자) 네.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영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