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한 희귀한 북한 자료들이 한국 국립중앙도서관의 지원으로 전산화 됩니다. 전산화는 194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출판된 북한 간행물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색인을 구축하는 방대한 작업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립중앙도서관이 미 의회도서관의 북한 자료 전산화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이귀복 학예연구관은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 의회도서관에 보관된 북한 자료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체계적인 보존과 전산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귀복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260여 종, 1만1천여 권 정도를 저희가 조사했는데, 북한의 정기간행물 자료를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조선여성’ 창간호도 있었고요, ‘인민교육’이라는 자료도 있었는데, 이것들은 아마 북한에도 없는 세계 유일본의 귀중한 자료로 저희들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귀복 학예연구관을 비롯한 국립중앙도서관의 고문서 전문가들은 지난달 말 워싱턴의 미 의회도서관을 방문해 사흘 동안 북한 정기간행물의 종류와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출판된 잡지와 신문, 단행본 가운데 6.25전쟁 당시 소실된 귀중한 자료를 다수 발견했습니다.
[녹취: 이귀복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이번에 조사된 자료는 한국과 북한에도 없는 아주 희귀한 자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주 오래된 잡지들이라 훼손 우려도 있고 좀더 과학적인 보존작업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60년 넘게 밴 세월의 흔적을 최소화하고 방대한 자료를 컴퓨터에 일일이 입력해 색인을 구축해야 하는 더디고 고된 작업입니다.
이 학예연구원은 미 의회도서관의 내부 규정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전산화 사업 제안서를 접수한 뒤 승인과 계약 절차를 거쳐 12월부터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잡지 1만1천여 권, 총 33만 쪽에 달하는 분량을 3년 안에 복원하고 전산화한다는 큰 그림 아래 관련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는 설명입니다.
미 의회도서관의 희귀 북한 자료들에 대한 보존과 전산화 노력은 이 도서관에 근무하는 한국계 미국인 소냐 리 수석사서로부터 비롯됐습니다.
방대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할 목적으로 지난 2010년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3만9천 달러를 지원받아 관련 프로젝트를 만든 게 시작이었습니다.
[녹취: 소냐 리 미 의회도서관 수석사서] “저희가 2년 동안 ‘노스 코리아 시리얼스 인덱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때 3만4천 색인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임시 채용한 사서와 함께 단 두 사람이 2년을 꼬박 매달려 전체 자료의 10%를 전산화하는 성과를 거둔 겁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받던 지원이 1년 만에 끊겨 이듬해에는 의회도서관 자체 예산으로 버텼지만 이마저 중단돼 2012년 5월 작업을 멈춰야 했습니다.
소냐 리 사서의 노력이 알려지자 전세계의 저명한 한국학 전문가들이 관련 프로그램을 되살리는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안드레 슈미드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찰스 암스트롱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 10개 나라 출신 학자 36 명은 지난 2012년 4월 제임스 빌링턴 의회도서관장에게 북한 자료 전산화 작업을 적극 지원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정기간행물 외에 모든 자료의 전산화가 완결되려면 적어도 6~7년의 기간이 더 필요합니다. 1년에 6만 달러, 모두 42만 달러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 측은 미 의회도서관의 북한 자료가 전산화되면 북한을 연구하는 전세계 연구자와 학생, 대북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인 등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귀복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해외에 흩어진 한국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 외국의 많은 한국 사서분들과 좀더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협력해서 이와 같은 사업이 더 발전되고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귀복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은 이번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미 의회에 보관된 다른 남북한 자료들도 모두 분류해 복원하고 전산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