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모 고영숙 씨 부부가 한국 내 탈북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고 씨 부부는 이들이 자신들에 대해 북한 비자금을 들고 미국으로 망명해 도박과 성형수술을 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한 법무법인이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모 고영숙 씨 부부가 한국 내 탈북자 3 명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영숙 씨 부부가 소송을 제기한 탈북자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A씨와 북한 전직총리의 사위 K씨, 북한 전직외교관 K씨 등 3 명으로, 이들은 모두 한국의 각종 언론이나 방송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왔습니다.
고 씨 부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청구한 배상금액은 1인 당 미화 약 1만 7천 달러씩 총 5만 천 달러 가량입니다.
고영숙 씨 부부는 소송 이유에 대해 이들 탈북자들이 방송에서 고 씨 부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다 미국으로 도망쳤고 그 돈으로 도박과 성형을 했다든가, 고영희와 고영숙의 아버지 고경택 씨는 친일파이고 김정은 제1위원장 역시 일본 후지산 혈통이 반이라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영숙 씨의 남편 리강 씨는 지난달 30일 서울을 방문해 해당 법무법인에 소송을 의뢰한 뒤 곧장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송 재일 한인 출신의 고영숙 씨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의 여동생으로, 외교관 남편과 결혼해 스위스에서 생활하다 1998년 스위스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영숙 씨 부부는 김 제1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당시 김 제1위원장의 뒷바라지를 했으며 김정일 위원장의 스위스 비자금 등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고영숙 씨 부부는 미국 망명 당시 중앙정보국 CIA에 비자금 등과 관련해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어서 두려웠다고 망명 동기를 말했고, CIA는 고 씨 부부를 상대로 관련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고 씨 부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을 직접 관리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고영숙 씨 부부가 외화벌이를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비자금에 직접 관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비자금을 담당했다는 것은 말이 좀 과장됐고. 북한의 비자금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가? 일정 부분 외화벌이 한 파트를 맡아서 운영했을 수는 있죠.”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도 고영숙 씨 부부가 비자금에 관여할 위치가 아니었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깊숙이 관여하고 그럴 처지는 아니었을 걸요, 그 남편이. 그런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비자금 관리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고영숙이 먼저 망명하자고 했던 게 아니라 남편이 문제가 있어서 고영숙도 따라서 망명을 했던 것 같아요.”
정 박사는 또 고영숙 씨 부부는 스위스 바덴바덴에 살았고 김 제1위원장은 스위스 베른에서 학교를 다닌 것으로 미뤄 이들 부부가 김 제1위원장의 스위스 유학생활을 뒷바라지 했다는 이야기도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뒷바라지까지 이야기하는 것도 글쎄.. 스위스에 있으면서 배려는 했겠죠. 오히려 스위스 대사가 좀 많이 챙겼던 것 같고. 고영숙 남편이 스위스에 외교관으로 나가 있었고 고영숙과 남편이 망명한 게 1998년 그 때쯤 될 텐데 김정은이 귀국한 게 2000년인가 그렇잖아요. 망명을 했는데 김정은은 계속 거기 남아 있었죠. 고영숙이 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돌아가지 않은 것, 그런 걸 봤을 때는 아주 큰 비자금 가지고 도망가고 했으면 큰 문제가 됐겠죠.”
정 박사는 고영숙 씨는 재일 한인 고경택 씨의 셋째 딸로, 1973년 4월 화보집 ‘조선’에 게재된 고경택 씨의 수기를 보면 고영숙 씨는 북한 당국의 장학금을 받으며 함흥약학대학에 다닌 것으로 소개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