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최근 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서 홍수와 토네이도 등 자연재해로 적어도 43명이 숨졌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경찰과 흑인 사회 간의 갈등으로 긴장이 감돌고 있는 시카고에서 또다시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 또 미국인 대다수가 정부의 테러 대응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최신 여론조사 결과도 살펴봅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 며칠 미국이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주일 사이에 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서 기상이변으로 적어도 43명이 숨졌습니다.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에서 토네이도,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발생해 적어도 1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고요. 뉴멕시코 주와 텍사스 서부, 오클라호마 주에는 폭설로 건물이 파괴되고 교통이 마비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서부 평원 지대에서는 홍수로 13명이 숨졌습니다. 그러면서 미주리 주와 오클라호마, 뉴멕시코 주에서는 주지사들이 비상사태를 선포했죠.
진행자) 특히 텍사스 주가 토네이도로 큰 피해를 입었죠.
기자) 네, 지난 토요일(26일) 텍사스 주 댈러스 시 인근에서 시속 300km가 넘는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해서 최소한 8명이 숨졌고요. 인근 지역에서도 3명이 숨졌습니다. 가옥 1천4백 채가 파괴되고 자동차들이 바람에 휩쓸려 가기도 했죠.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토네이도를 만나 숨진 사람이 최소한 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토네이도가 오면 당국에서 미리 경보를 울렸을 텐데, 미처 피하지 못했나 보군요.
기자) 네, 경보가 여러 차례 울렸지만, 고속도로에서 차를 타고 가던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이번 토네이도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거리가 64km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그레그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토네이도 발생 지역을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고요. 앞으로 며칠 동안 계속 기상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민들에게 집 밖에 나오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도 토네이도가 발생해 최소한 19명이 숨졌습니다.
진행자) 올해는 토네이도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 싶었는데, 연말에 이렇게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연말 휴가철에 토네이도가 발생하기까지 올해 미국에서 토네이도로 숨진 사람의 수는 10명에 불과했는데요. 미국 역사상 가장 적은 사망자 수를 기록할 뻔했는데, 이렇게 연말에 와서 큰 피해가 발생했네요.
진행자) 텍사스 하면 따뜻한 곳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 주말 텍사스 주에 폭설이 내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요? 지난 주말 텍사스 서북부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려서 몇몇 고속도로가 폐쇄됐습니다. 토요일(26일) 밤에 이 지역에 7센티미터 정도 눈이 내렸다고 하는데요. 강설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1m 넘게 눈이 쌓인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워싱턴 지역과는 반대네요. 거꾸로 된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은 날씨가 워낙 따뜻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금요일(25일) 워싱턴 지역의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어섰는데요. 반소매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주말 내내 비가 오다 그치다 했는데요. 워싱턴 지역도 기온이 낮았다면 눈이 많이 내릴 뻔했습니다.
진행자) 오히려 따뜻해야 할 미국 남부 지역에 눈이 내렸고 말이죠.
기자) 네, 텍사스 주만이 아닙니다. 뉴멕시코 주에도 눈이 많이 내리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최고 60센티미터에 달하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죠. 뉴멕시코 주 로즈웰이라고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확인 비행물체 UFO가 나타났다는 소문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일요일(27일) 로즈웰 지역에 30센티미터가 넘는 눈이 내리면서 1일 강설량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남부 텍사스 주와 뉴멕시코 주에서부터 중북부 인디애나 주에 이르기까지 홍수 경보가 발령됐는데요. 지난 주말 미주리 주와 일리노이 주에서 홍수로 13명이 숨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 주에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고요?
기자) 네, 심한 눈보라와 진눈깨비가 예상되면서 메리 폴린 주지사가 일요일(27일)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연말연시 휴가철이라서 미국인들이 많이 이동하는 시기인데요. 날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았겠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일요일(27일) 1천500편에 달하는 항공편이 취소됐는데요. 그 가운데 절반이 텍사스 주 댈러스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편이었습니다.
진행자) 올해 캘리포니아 주와 워싱턴 주 등 미국 서부 주들이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지난 주말에도 큰 산불이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지난 4년 동안 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캘리포니아 주에서 산불이 많이 발생했는데요. 지난 금요일(25일) 밤 캘리포니아 남부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서 500여 헥타르에 달하는 임야가 탔습니다. 한때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폐쇄되고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는데요. 600명이 넘는 소방대원들이 동원돼 산불 진압 작전을 벌인 결과, 토요일(26일) 오후 경에는 60% 이상 진압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큰 재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여러 지역에서 기상이변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기자) 네, 과학자들은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엘니뇨라고 하면 적도 부근의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남미 에콰도르와 페루에서 미국 서부 해안에 이르는 태평양의 수온이 예년보다 올라가면서 이 같은 기상이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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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두 번째 소식입니다.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 주에 있는 시카고는 미국에서 세 번째 큰 도시인데요. 최근 이 시카고 시에서 경찰과 흑인 주민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흑인 소년 사망 사건 때문인데요. 지난해 10월, 칼을 들고 있던 17살 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가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얼마 전에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백인 경관이 이 소년에게 16발이나 총을 쏘는 등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서 큰 논란이 되고 있죠. 문제의 경관 제이슨 밴 다이크는 현재 1급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진행자)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백인 경찰이 흑인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군요.
기자) 네, 지난 토요일(26일)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발포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19살 흑인 청년 킨토니오 르그리어와 이웃에 사는 55살 흑인 여성 베티 존스 씨가 숨졌습니다. 존스 씨의 경우, 경찰이 실수로 쏜 총에 맞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사건 경위를 좀 자세히 알아보죠.
기자) 숨진 청년이 최근 정신적으로 좀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사건 당일 새벽에 쇠로 된 야구 방망이로 침실 문을 부수려고 하는 등 아버지를 위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고 이웃 주민인 존스 씨에게도 알렸다고 하는데요. 출동한 경찰이 총을 쏘면서 아들과 이웃 주민이 쓰러졌다는 겁니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곧 숨졌습니다.
진행자) 출동한 경관이 발포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시카고 경찰은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관이 전투적인 태세로 나오는 사람을 만나서 발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과정에서 55살 여성을 실수로 쏘는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유족들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희생자 가족들은 경찰 훈련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무작정 총을 쏘는 경찰이라면 경찰 자격이 없다는 겁니다. 총을 쏘지 않고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경찰이 발포했다는 거죠.
진행자) 앞서 말씀 드렸습니다만 지난해 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최근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큰 비난을 받았죠. 사임 요구까지 나왔는데요?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이매뉴얼 시장은 “어떤 상황에서건 경관이 무력을 사용할 경우, 시민에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독립위원회에 이번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매뉴얼 시장은 앞서 맥도널드 동영상이 공개된 뒤 논란이 커지자 시카고 경찰청장을 해고했는데요. 하지만 이매뉴얼 시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습니다.
진행자) 연방 법무부 역시 시카고 경찰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죠?
기자) 이달 초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이 시카고 경찰에 대해 연방 차원의 조사를 지시했는데요. 경관이 공권력을 사용할 때 인종차별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또 무력을 사용한 경관에게 책임을 묻는 절차가 제대로 돼 있는지,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비영리 조사기관 ‘좀 더 나은 정부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에 시카고 경찰의 총에 맞은 사람의 수가 240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1주일에 1명꼴인데 그 가운데 70명이 숨졌고요. 3분의 2가 흑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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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의 테러 대응 방식에 대해서 대다수 미국인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기자) 네. 최근 뉴스 전문 방송 CNN이 여론조사 기관 OR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그같이 나타났는데요. 테러와의 전쟁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서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74%에 달했습니다. 그러니까 4명 중 3명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겁니다.
진행자) 최근 대규모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서 테러에 대한 걱정이 커졌는데요.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나서 130명이 숨졌고요. 그런가 하면 이달 2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파키스탄계 미국인 부부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거죠.
진행자) 최근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 대응 정책에 관해 특별 연설을 하는 등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나 봅니다.
기자)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과 연합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18%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쪽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또는 테러분자들이 이기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각각 40%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요. 테러분자들이 승리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이전 조사에서 이 비율이 가장 높았던 때가 2005년 8월이었는데, 그때는 23%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17%포인트나 더 높게 나온 겁니다. 2001년에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지지 정당별로 보면 어떻습니까? 오바마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자) 네, 공화당 지지자들이나 무소속이라고 밝힌 사람들의 불만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긴 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86%가, 무소속 가운데서는 79%가 오바마 행정부의 테러 대응 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는데요.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높았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59%가 정부 테러 대응 방식을 우려한다고 답했죠.
진행자) 그럼, 미국인들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이 완전히 희망을 버린 건 아닌데요. 정부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대규모 테러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사람이 53%에 달한 겁니다. 반면에 정부가 어떻게 하든 테러분자들은 결국 공격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45%였는데요. 정부가 막을 수 있다고 본 사람이 8%포인트 더 높게 나온 거죠. 이런 식으로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이전에는 정부가 어떻게 하든 테러분자들이 공격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늘 절반을 넘었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