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중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의 열쇠를 베이징이 쥐고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한계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제히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핵실험 다음날인 지난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대북 접근법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북한 핵 문제에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의 대응은 더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입니다.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필요한 조치를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대북 제재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China is important element in sanction…"
중국은 대북 제재의 핵심 요소이며, 중국 없이는 효과적인 대북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에 대해 원유, 소비재, 석탄이라는 세 가지 핵심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은 국경도시인 단둥의 지하 송유관을 통해 연 50만t의 원유를 북한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원유의 9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북-중 관계에 밝은 미국외교협회 (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Certainly on the table on discussion…”
존 케리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원유 문제를 제기했고, 케리 장관이 곧 베이징을 방문해서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 확실하다는 겁니다.
앞서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지난 18일,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중국에 대북 원유 수출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광운대의 신상진 교수는 중국이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대북 송유관 꼭지를 완전히 잠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상진]”현 상황에서 보면 북-중 관계가 경색돼 있는데, 중국이 석유 공급을 중단하면 북-중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03년과 2006년에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대북 원유 공급을 며칠 간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이 필요로 하는 소비재의 80%와 쌀, 옥수수, 밀, 콩 같은 식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품목은 북한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품목으로 손 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중국이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제한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Coal is may be energy supply…”
북한의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석탄 수입 제한 같은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편 신상진 교수는 중국이 북한과의 금융거래와 기업, 그리고 해운 활동에 대한 제재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상진] "은행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가 중국을 압박할 경우 중국 금융시스템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 대한 제재에서는 형식적이라도 중국이 동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 한국이 바라는 수준의 고강도 대북 제재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신상진 교수는 말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비핵화 외에도 미-중 관계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는 겁니다.
[녹취: 신상진]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데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어려운 국면입니다. 왜냐면 미-중 간에 힘겨루기가 강화되고 있고, 남중국해 문제, 타이완 문제도 있고, 모든 것을 들어주기가 힘들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참여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을 살리면서도 북한이 뒤흔들릴 정도의 제재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