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샌더스 선전" 평가

올해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TV토론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17일 미국 동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4차 TV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부지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기자) 네, 이제까지 열린 민주당 후보 토론회 가운데 가장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NBC 방송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몬트 주를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이렇게 세 후보가 참가했는데요. 건강보험 제도와 총기 규제, 월가 대형은행 규제 등 주로 국내 문제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진행자) 먼저 건강보험 문제를 살펴보면요. 샌더스 후보가 토론회를 몇 시간 앞두고 새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개혁안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모든 사람을 위한 메디케어’란 개혁안을 내놓았죠. 메디케어는 원래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를 말하는데, 이걸 모든 미국인에게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인이 수입의 2.2%를 건강보험료로 내고 고용주가 직원 연봉의 6.2%를 추가로 낸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진행자) 클린턴 후보는 이런 계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클린턴 후보는 새로운 계획보다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오바마케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후보의 말 들어보시죠.

기자)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케어를 파기하고 미국을 다시 논쟁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샌더스 후보는 오바마케어를 파기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인이 2천9백만 명에 달하고 있고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로비 때문에 의료비가 지나치게 높은 문제점 등이 있다면서, 이런 점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샌더스 후보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시행하려면 세금 인상이 따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샌더스 후보도 그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의료비 지출이 평균 5천 달러 줄어들기 때문에 세금이 오르더라도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쇄 효과가 있다는 건데요. 클린턴 후보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총기 규제 문제를 살펴볼까요? 이번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지난해 6월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흑인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열렸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당시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20대 청년이 총격을 가해서 담임 목사 등 흑인 9명이 목숨을 잃었죠. 이 사건을 비롯해서 여러 총격 사건이 일어나면서 지난 5일,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총기 규제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는데요. 클린턴 후보는 일요일(17일) 샌더스 후보가 여러 차례 상원 표결에서 여러 차례 총기 규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하지만 샌더스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강화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죠.

진행자) 월가 금융기관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들이 대립했다고요?

기자) 네, 이 문제에서는 샌더스 후보와 오말리 후보가 한 편에 서서 클린턴 후보를 공격했는데요. 클린턴 후보는 오말리 후보 역시 민주당 주지사협회 회장을 지낼 때 월가로부터 많은 선거자금을 모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하지만 오말리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에서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 후보가 골드만삭스 등 월가 대형은행으로부터 강연료로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요. 월가 금융기관을 개혁하고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후원 단체인 슈퍼팩, 슈퍼 정치행동위원회를 규제하는 등 선거자금법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외교 문제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 격퇴 방안 등이 논의됐는데요.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안에 대해서는 세 후보가 모두 반대했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같은 중동의 부자 나라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고요. 러시아와 이란 등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ISIL에 맞서 싸우는 현지 세력을 지원하고 연합군 공습과 외교적인 해결책을 지향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올해 들어 아내를 돕기 위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가담했는데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여자 문제를 들면서 공격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문제도 나왔는지요?

기자) 샌더스 후보는 이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삼길 거부한다고 말했는데요. 샌더스 후보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기자) 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생활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만 토론하겠다고 해서 큰 박수를 받았는데요. 샌더스 후보는 앞서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을 때도 이메일 얘기라면 지긋지긋하다면서 정치 쟁점화하길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토론회는 2월 1일에 열리는 아이오와 당원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열린 토론회였는데요. 누가 가장 잘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까?

기자) 네, 버니 샌더스 후보입니다. 이제까지 어떤 토론회 때보다도 더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는 모습인데요. 클린턴 후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실수 없이 질문에 잘 답했다는 평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샌더스 후보의 기세를 막을 만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클린턴 후보를 이번 토론회의 패자로 꼽았습니다. 오말리 후보는 이번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확실히 살 만한 뭔가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평입니다.

진행자)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요. 전국적으로는 클린턴 후보가 앞서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이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는 전국적으로 59% 지지를 얻으면서 34%를 얻은 샌더스 후보를 훨씬 앞서고 있습니다. 오말리 후보는 2%에 그치고 있는데요. 하지만 초기 경합주인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에서는 클린턴 후보와 샌더스 후보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