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교화소 출신 탈북자 300명 증언 담긴 책 발간

지난 2012년 12월 북한 수용소 감독원 출신 탈북자 김혜숙 씨가 그린 그림을 유엔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일반 구금시설인 교화소에 수감됐던 탈북자들의 증언을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인권 유린이 심각한 교화소 6 곳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실렸는데, 북한이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발간됐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소 교화소에서 담당 보안원과 반장에게 미움을 샀던 A 씨, 어느 날 갑자기 면식물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교화소 내 처벌반으로 쫓겨갔습니다.

하루 종일 분뇨통을 나르는 고된 노동을 하게 된 A 씨는 노동을 마친 뒤에도 반장과 동료 구금자들에게 밤새 가혹한 구타를 당했고 결국 5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북한의 한 교화소에서 있었던 사망 사건에 대한 한 탈북자의 증언입니다.

북한 공개처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일자, 이렇게 누명을 씌워 사망에 이르게 하는 교화소 내 간접살인이 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최근 이 같은 교화소 생활을 경험한 탈북자 296 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7권으로 구성된 ‘북한 구금시설 총서-교화소’를 발간했습니다.

북한 평안남도 개천 1호 교화소와 평양시 강동 4호 교화소, 함경남도 함흥 9호 교화소, 평안남도 증산 11호 교화소, 함경북도 전거리 12호 교화소, 함경남도 오로 22호 교화소 등 6 곳의 교화소에서 벌어지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체적인 인권 유린 실태를 담았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김인성 사무국장은 북한 당국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교화소 같은 일반 구금시설에서도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인성 사무국장/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 일반 구금시설에서 인권 침해가 개선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총서를 통해 이번에 교화소를 중심으로 각 교화소마다 한 곳씩 다루면서 그 교화소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를 구체적으로 구술자들의 증언을 통해 소개하는 책자를 발간하게 됐습니다.”

먼저 책에는 북한 구금시설의 정의와 종류, 교화소에 대한 개괄적 설명과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이 담겼으며 인권 유린 실태 등 탈북자들의 구술 내용과 증언이 수록됐습니다.

아울러 교화소의 위치와 구금시설의 규모, 의식주 현황과 생활실태는 물론 구금자에 대한 관리-감시 체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한 비공개 처형, 강제 낙태, 영아 살해, 강제 노동 등 다양한 인권 침해들이 각 교화소별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인성 사무국장은 6군데 교화소에 대한 증언들의 공통점은 수감자들에 대한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성 사무국장/ 북한인권정보센터] “각 교화소마다 특징, 예를 들어 전거리 교화소의 경우 열악한 노동생산이라던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인명 피해가 극심하고, 평안남도에 있는 증산교화소 11호의 경우는 그 쪽에 염전시설을 죄인들의 노동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질환을 치료받지 못해서 나타나는 사망률, 그런 교화소에서의 특징적인 인권 침해가 드러났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교화소란 곳이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주입식 사상교육을 통해 죄를 뉘우치게 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만큼 그곳에서는 가혹한 노동이 주어지는 것은 물론 처우와 음식, 의료 지원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은경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 연대’ 사무국장은 북한 교화소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노동과 질병, 영양실조 등이 모두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반인도 범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권은경 사무국장 / ICNK] “COI 보고서에서 반인도 범죄에 대한 항목을 분석하고 나열을 했는데 그 중에서 일반 감옥 내에서 일어나는 고문이나 비위생적 생활 상태, 영양, 강제노동 등도 반인도 범죄에 해당된다라는 거죠.”

북한인권정보센터 측은 현재 북한에 최소 23곳의 교화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